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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평양리포트] 김정은 후계구도와 김주애 등장에 담긴 의미 

‘백두 혈통’ 4세대의 깜짝 등장, 준비된 후계자는 따로 있다? 

미사일 도발에 대한 관심 시들자 김정은의 9세 딸 언론에 전격 공개
후계 구도 확정하기엔 아직 시기 이르고 딸이 세습할 가능성도 작아


▎2022년 11월 27일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왼쪽)를 전격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필자는 2006년 이후 북한의 6차에 걸친 핵실험과 수차례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의 반응 및 국내 뉴스 빈도를 추정했다. 종합주가지수는 북한 도발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에 걸쳐 V자 형태를 그리며 핵실험 이전으로 원위치 됐다. 도발의 일상화에 따라 인지된 변수로서 시장에 주는 충격이 예상보다 약했다. 외신에서 보면 금방 전쟁 위기로 확대될 것 같은데 지난 70년 동안 그렇게 살다 보니 ‘그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이 고착화한 것이다. 엄청난 충격인 핵실험 뉴스도 2주 정도 지나면 더는 새로운 내용이 없어 국내외 온·오프매체에서 점차 사라진다. 메가톤급 뉴스인 핵실험이 이 정도이니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뉴스에서 3일을 버티기 쉽지 않다. 거액을 들여 도발한 북한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북한은 2022년에 6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 발사에 100만~200만 달러,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300만~400만 달러에 이른다. ICBM은 500만 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노동력이 무상 공급되니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계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그래도 미사일 발사에 최소 1조원 이상 투입한 셈이다.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형의 성과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노동신문에 시뻘건 ICBM 발사 사진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이득은 없다. 미국의 위협에 대해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강 대 강 대결을 전개해서 인민들을 상대로 김정은의 위상이 확고하다는 이미지를 심는 정도가 무형의 성과라면 성과로 볼 수 있다. 유엔 대북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미국의 신속한 대응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북한이 학수고대하는 미국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2021년 1월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타이완 문제가 동북아시아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 미·중 갈등 속에서 타이완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 동북아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트위터로 정상회담을 예고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중간선거 패배의 책임과 검찰 수사로 마음이 편치 않다.

아홉 살 딸의 공개 무대 된 미사일 발사장

평양은 갑작스러운 무관심에 소외감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대북제재는 여전히 촘촘하게 진행돼 외화 조달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잊지 마’라는 의미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쏘고, 무언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 LA를 타격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ICBM이라고 할지라도 발사 사실 자체만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2%가 부족했다.

북한으로서는 군사도발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했다. 국제정치에서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려운 북한으로서는 신(新)물망초 전략이 필요했다. 물망초의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 me not)’에서 따온 것으로, 북한의 관심 끌기 전략을 빗댄 표현이다. 미사일 도발 와중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평양은 외부세계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구중궁궐의 인사이드 스토리를 포함한 4세대 후계카드를 꺼내 드는 극장 정치(cinema politics)를 연출한 것이다.

2022년 11월 18일, 27일 연속으로 김정은의 둘째 딸 김주애 사진이 최초로 공개됐다. 18일에는 김정은이 전날 아내 리설주와 9살 김주애를 동행한 채신형 ICBM 화성-17형의 시험 발사를 지도하는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일주일이 지나 27일에는 김정은이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 김주애를 대동한 모습을 공개하며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극존칭을 사용했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흰색 패딩 점퍼를 입었던 최초의 모습과 달리 검은 코트를 입고 머리를 매만진 모습이 눈에 띈다. 최초 기사와 마찬가지로 소녀가 ICBM과 이동식 발사차량(TEL)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노출했다. 그의 어머니이자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와 판박이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딸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꼭 잡으며 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은 ICBM과 김주애가 시너지 효과를 생산하면서 최고조에 도달했다. 뉴스가 10일 이상 지속됐고 평양의 공주는 지속적인 호기심의 주제로 자리를 잡았다. 광고효과는 극대화됐고 ICBM 마케팅은 대박을 터뜨렸다.

북한이 김주애를 전격 등장시킨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미사일 발사에 대한 최고의 관심 끌기 전략이다. 둘째 딸 김주애의 등장은 1985년 그룹 배따라기가 부른 대중가요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노래를 연상케 한다.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라는 가사는 아빠에 대한 다정한 추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김주애의 등장으로 아빠와 ICBM의 스토리텔링이 등장했다. 북한이 공식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자녀를 공개한 것은 과거 선대 지도자에서는 볼 수 없는 사건이다. 2013년 북한을 다녀온 미국 NBA 농구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당시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설주가 그들의 예쁜 딸 얘기만 했다. 딸 이름은 김주애”라고 밝힌 이후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세계가 주목한 ‘백두 혈통’의 4세대


ICBM 홍보에 임팩트를 줘야 할 시점에 깜짝 주연급 인물이 등장해 제대로 매치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김여정, 리설주는 얼굴이 알려졌고 뉴페이스를 등장시켜야 할 때 김주애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북한의 극장식 연출정치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2019년 12월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백두산에 부인 리설주와 함께 백마를 타고 나타난 김정은의 극장정치가 새로운 인물로 각색됐다.

북한이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하면서 그에 대한 인터넷 검색량이 급증했다. 지난 11월 28일 구글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이 처음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한 19일부터 이날까지 ‘north korea’(북한)와 관련한 전 세계 검색어 1위는 ‘kimjongun daughter’(김정은 딸)였다. 2위 역시 ‘north korea kimjongun daughter’(북한 김정은 딸)로 동일한 내용이었으며, 3∼5위는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이 차지했다.

주요 외신도 김 위원장 딸의 공식 석상 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AP·AFP·로이터통신과 영국 스카이뉴스 등은 11월 27일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된 김 위원장 딸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개발자들의 기념사진 촬영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은 특히 김주애가 북한의 차기 후계자가 될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망 기사를 쏟아냈다. 다만 1984년생으로 아직 마흔도 안 된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조기 등판시킬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며, 9살짜리 소녀를 두고 후계 전망은 성급한 예상이다.

김주애는 북한 로열패밀리인 ‘백두 김씨 혈통’의 당당한 일원이자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등장했다. 앞서가도 많이 앞서가는 분석기사지만 외신은 당연히 4세대 세습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노동신문에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제일 사랑하는 자녀라는 표현을 사용해 후계자설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매우 근시안적인 흥미 위주의 전망이다. 북한 당국이 바라는 글로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다. 마침내 미국 최대 신문 뉴욕타임스 12월 12일 자 1면에 화성-17형을 비롯한 북한 미사일이 미국을 어떻게 위협하는가라는 그래픽이 실리고 해설기사까지 게재됐다. 북한이 바라는 ICBM 광고효과가 극대화됐다.

둘째, ICBM 성능의 안정성 홍보 전략이다. 화성 17형이 전략무기로서 안정성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기술적인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부인과 어린 딸이 함께 지켜볼 정도로 무기체계로서의 신뢰성을 갖췄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목적이 숨어있다. 북한이 11월 3일 발사한 화성 17형은 2단 분리까지 성공했지만 이후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패는 있을 수 없다. 성공적인 발사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표출해 무기 선진국으로의 위상을 과시하고자 했다.

셋째, 핵무기 개발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측면도 살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부인과 딸,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등 이른바 ‘백두 혈통’을 총동원함으로써 5년 전 선언한 ‘핵무력 완성’이 백투 혈통의 업적임을 시사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노동신문은 11월 19일 자 1면에 김 위원장의 ICBM 발사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면서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를 제목으로 뽑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전략무력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면서 18일 발사된 ICBM에 대해 화성포-17형이라고 밝히고, 최대정점고도 6040.9㎞, 거리 999.2㎞, 비행거리 4135초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김주애는 ICBM 흥행 위한 바람잡이


▎2012년 11월, 김정은과 장성택(맨 오른쪽), 현영철(맨 왼쪽)이 인민군 기마중대를 시찰하는 모습. 맨 뒤로 최룡해의 모습이 보인다. 이 사진이 나온 약 1년 뒤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했다.
김정은은 “적들이 핵타격 수단들을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한다면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전략 무기들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해나가는 데 있어 당의 국방건설전략을 강조하고, 국방과학연구 부문에서 북한식의 주체전략무기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ICBM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은 고도의 경각심으로 훈련을 강화해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핵과 미사일 도발은 미래세대에도 지속된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보낸 것이다.

2001년 도미니카 위조 여권으로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려다 적발됐던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1971~2017)은 평양 권력 세습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확고부동한 후계자는 때가 무르익지 않으면 무대에 오르지 않는 법이다.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는데 장자라고 천방지축으로 공개 활동을 하는 행태는 후계 자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고 천명을 단축하는 지름길이다. 통제된 사회에서는 후계자라도 연출에 의해서 움직여야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양 권력 세계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리는 평양 주석궁 주변에서 후계자라고 지칭되는 순간 김정은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도, 정권 반대 세력들이 후계자 주변으로 몰릴 위험성도 있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이 금수산태양궁전에서 후계자 발표에 신중했던 이유다.

김주애 공개를 두고 일각에서 4대 세습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딸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얼굴이 공개된 후계자는 후계자가 아니다. 김주애는 ICBM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바람잡이 여성일 뿐이다. 일종의 ‘유인 인물(decoy)’이다.

필자는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본 경험이 있다. 협상장에 나온 북한 사람들이 방에서 담배를 너무 피워서 협상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나가서 피우라고 하는 바람에 협상이 한 시간 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 사람에게 ‘북한에서 여성이 담배 피우면 어떻게 되냐’ 물으니, “한 달 동안 교화소 가서 반성문 쓰고 특수교육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남녀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엿볼 수 있는 일화다.

2017년 김여정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을 때도 후계자 가능성이 점쳐졌던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북한 사회분위기상 후계자까지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정은이 성별과 관계없이 ‘백두혈통’이라는 혈연에 기대권력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가부장제 북한 사회의 정서를 간과한 추론이다. 김주애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성씨가 달라지며 백두혈통은 다른 성씨로 변질된다. 신격화된 북한 왕조에서 체제가 붕괴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후계자는 2010년생 첫째 아들일 가능성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오른쪽)은 스위스 유학 중 2000년대 말 북한으로 돌아간 뒤 2009년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오르며 후계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가?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2010년생 첫째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2009년 결혼한 김정은과 리설주는 2010년, 2013년, 2017년에 각각 자녀를 출산했다. 정식 후계자로 공인되지 않는 이상 아들이 공식 석상에 나올 일은 없다. 이는 신비주의를 극대화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준비된 후계자로 각종 이미지를 미화해 등장시켜야 인민들에게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장자인 아들은 지금 유럽에서 은밀하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40세가 채 되지 않은 김정은이 후계자를 공개하기엔 이르다. 김정은의 과거 경험처럼 17~18세 정도에 이르면 평양으로 복귀해 군과 각종 교육기관 등에서 황태자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을 것이다.

과거 김정은은 프랑스를 거쳐 14세 때 스위스로 유학해 김나지움(Gymnasium, 일반계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스위스 베른에 있는 국제학교와 공립 중학교에서 유학했다. 유학 당시에는 ‘박운(박은)’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학교기록 등에 따르면 베른 공립 중학교 인근의 한 초등학교에서 독일어 보충학습을 받은 뒤 1998년 8월에 7학년(한국의 중학교 1학년 해당)으로 편입됐다. 그는 9학년이던 2000년 말 학교를 그만뒀다. 당시 담임이었던 시모네 쿤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 기자에게 “그가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와서 ‘내일 귀국한다’고 말한 뒤, 다음날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승부욕이 강한 김정은은 내성적인 성격의 형 김정철을 제치고 아버지를 수행하며 3세대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2009년 3~4월경 김정은을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해 자신을 대신해서 엘리트들을 감시하게 하고, 김정일 사후에도 그가 엘리트들을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권력을 설계했다. 2010년 9월 조선인민군 대장 임명, 3차 노동당 대표회의에서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및 당 중앙위원 임명 절차를 거치며 김정은은 국가통수권 후계자로 공식 확정됐다. 그동안 유년기, 청소년기의 사진으로만 알려져 왔던 김정은의 얼굴은 후계자로 확정된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의 기념사진을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10월 6일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것을 경축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2013년 12월 3일에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실각했다. 12월 9일 장성택이 전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체포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로동신문은 장성택이 숙청된 이유에 대해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했다. 또한 “장성택은 당과 수령의 높은 정치적 신임에 의해 당과 국가의 책임적인 위치에 등용됐지만 인간의 초보적인 도덕의리와 량심마저 줴버리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천세만세 높이 받들어 모시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고 각방으로 방해하는 배신행위를 감행했다”고 강력 비난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주석궁의 권력 승계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사고 직후 공항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하늘 아래 태양은 두 개가 있을 수 없다. 고모부 장성택은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뒤에도 어린 조카로 착각해 최고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예우를 다 하지 않았다. 중국과의 국제전화가 도·감청된다는 초보적인 사실조차 망각한 장성택은 최후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군부를 숙청해서 북한 체제가 불안하다고 분석했지만,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면종복배하는 권력층을 제거하지 못했다면 그의 자리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김정은은 2011월 12월 29일 김정일 장례식 차량을 호위한 7인방을 1년에 걸쳐 전격 숙청했다. 아버지 세대에서 활약한 권력층이 아들 집권 이후에도 함께 일하기는 어렵다.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VX 독극물로 살해했다. 평양의 인사이드 스토리를 각국 정보기관 등 산지사방에다 떠드는 곁가지를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1983년 아웅산에서 전두환 대통령 일행을 공격한 테러처럼 직접 살해할 경우 외교문제로 해외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간접 살인을 자행했다. 이처럼 권력 승계는 피도 눈물도 없다. 고모부고 이복 형이고 최고 권좌에 대한 불경죄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숙청을 피한 김정은의 작은 형 김정철이 살아남은 것도 그가 영국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공연에만 관심 있는 척하며 권력과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북한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와 연초 최고인민회의를 잇따라 개최한다.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긴장한 모습으로 집결해 김정은의 식상한 이야기를 듣고 받아 적는다고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김주애를 데리고 미사일 발사 현장에 나타나기보다는 1978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처럼 협동농장을 방문해 개인영농제를 전격 선언해야 한다. 쌀밥에 고깃국 먹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실현하는 진짜 현지지도를 해야 한다. 계묘년 토끼해에는 북한의 미래세대가 의식주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제대로 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소망해본다.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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