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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조작 논란 휩싸인 문재인 정부 통계의 실상 

정책 실패 숨기려다 불신만 더 키웠다 

부동산·일자리 등 文정부 핵심 정책 통계 조작 의혹 감사 착수
현실과 다른 데이터 쓰고, 통계 단절해 정책 분석 못하게 해


▎문재인 정부가 핵심 정책 관련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8년 통계청 관계자가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 소득, 고용 등 각종 지표를 왜곡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대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악화됐던 주요 통계 지표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청와대 등이 정치적 의도로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 표적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장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의혹의 표적이 된 부동산과 소득, 고용 등 관련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동산 가격 문제부터 살펴보자. 지난 2019년 문 전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를 하기 전, 정부는 2019년 11월 1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9·13 대책 이후 전국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하고 있고,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장기간 하락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표는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정부의 분석은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주간 통계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문 정부에서 활용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왜곡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KB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절대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실제 아파트 매매가격을 지수화할 때 기준 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28일(지수 값=100)을 기준으로 하지만, KB국민은행의 것은 2022년 1월 10일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경우 두 지수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절댓값 대신에 변화율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고려해 2017년부터 2022년 기간 중 전주 대비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화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수 변화율과 KB국민은행의 지수 변화율 간 크게 차이가 나는 시기는 2018년 9월 10일과 2020년 7월 13일부터 2021년 9월 6일까지다. 특히, 2018년 9월 10일에는 두 지표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8년 9월 3일 ‘96.2’에서 그다음 주(2018년 9월 10일)에 ‘96.6’으로 0.5%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의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에 ‘71.1’에서 ‘72.0’으로 1.2%나 증가했다. ([그림1] 참조)

현실은 광풍 몰아치는데 정부는 ‘부동산 안정세’ 딴소리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여러 언론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활용한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이다. [그림2]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전국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을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월 단위로 보여준다. 두 지표 간에 차이가 뚜렷하게 나는 시기는 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기 시작한 2020년 8월 이후부터다. 특히, 2021년 10월에는 격차가 가장 컸다. 이 시기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3억7000만원이었지만, KB국민은행의 것은 5억3300만원이었다. 약 2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로부터 얻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와 공동주택실거래가격지수로부터 얻은 것을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는 같은 측정 시기의 지수 변화율을 사용해야 한다. 월간 지수의 경우 측정 시기가 같다. 그러나 이 경우 주간과 다르게 전년 동월 대비 변화율을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계절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간의 경우 매년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주 대비 변화율을 사용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2017년부터 2022년 기간 중 전년 동월 대비 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화율을 살펴보면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두 지수 변화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시기는 2018년 9월과 2019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다. 특히, 2021년 5월에는 두 지표가 5.5배나 차이가 난다.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로부터 획득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0년 5월 ‘94.1’에서 2021년 5월 ‘99.0’으로 5.2% 증가했다. 반면, 공동주택실거래가격지수로부터 획득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에 ‘135.1’에서 ‘173.5’로 28.4%나 크게 증가했다. ([그림3] 참조)

이번에는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왜곡되었는지 확인해보자. 이를 위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시하는 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와 KB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것을 상호 비교하자. 이 경우에도 전년 동월 대비 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화율을 살펴봐야 한다. 두 지수 간 기준 월이 다르고 계절 효과가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지수 값=100)을 기준으로 하고, KB국민은행의 것은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한다. [그림4]는 2017년부터 2022년 기간 중 전년 동월 대비 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화율을 보여준다.

두 지수 변화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시기는 문 정부에서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 시작한 2020년 8월 이후부터다. 특히, 2021년 7월에는 두 지표가 2.5배나 차이가 난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제공하는 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0년 7월 ‘93.9’에서 2021년 7월 ‘100.7’로 7.2%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같은 기간에 ‘81.2’에서 ‘95.8’로 18%나 크게 증가했다. 문 정부가 기준 지표로 채택한 한국부동산원의 지표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소득 통계는 부동산 통계 왜곡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확인된다. 소득주도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소득주도성장이 경제 성장과 가계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자평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일자리·소득 통계 끊어놓고 ‘가계 안정’ 자화자찬


소득 동향을 확인하는 대표 통계는 통계청이 분기별로 제공하는 가계동향조사 중 가계의 월 소득 데이터다. 특이하게도 가계소득 통계는 2019년을 기준으로 단절돼 있었다. 즉 2003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는 기존의 가계소득 통계가 있지만, 2019년 1분기부터 가계소득 통계를 별도로 작성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계소득에 대해 문 정부와 과거 정부 간 비교분석이 어려워졌다. 통계청이 매년 통계를 구축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시계열 분석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통계를 단절시켰을까? 2003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의 가계소득 통계를 활용한 분석에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많이 포함된 소득 하위 20% 가계의 전년 동기 대비 월 소득 변화율을 나쁜 순으로 순서를 매기면, 가용한 총 64개 분기 중에서 1위는 2018년 4분기로 -17.7% 감소했다. 2위는 2018년 1분기로 -8.0% 줄었고, 3위는 2018년 2분기로 -7.6% 하락했으며, 4위는 2018년 3분기로 -7.0% 감소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포함했는데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한 1위부터 4위까지의 시기가 모두 2018년 4개 분기란 점이다. 이는 가계 구성원 중 최저임금을 적용받았던 근로자가 2018년 최저임금 급상승(16.4%)으로 직장에서 해고돼 근로소득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선택했던 급격한 최저임금 정책의 폐해가 저소득층의 가계소득 악화로 나타나자 이를 숨기기 위해 가계소득 통계를 2019년 기준으로 단절시킨 게 아니냐고 의심해볼 수 있는 정황이다.

소득분배 통계에서도 2019년을 기준으로 단절 현상이 발생했다. 즉 2006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있고, 2019년 1분기부터 최근 분기까지의 5분위 배율이 별도로 있다. 이로 인해 소득분배에 대해 문 정부와 과거 정부 간 비교분석이 또한 힘들어졌다. 소득분배 통계를 개편하기 전 자료를 활용해 각 분기별 최곳값을 기록한 해를 확인해보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2018년(16.4%)과 2019년(10.9%)으로 나타난다. 이때 소득분배가 최악이었던 것이다.

통계 조작 의혹 시기, 정책 비판 고조될 때와 일치


비정규직 관련 통계에서도 같은 오류가 나타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비정규직 근로자 통계를 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는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2019년 8월에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36.4%로 급격히 증가했고, 2021년 8월에는 38.4%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통계청은 주석을 통해 2019년부터 이후 통계는 2019년에 추가로 포착된 기간제 근로자 영향으로 2019년 이전 통계와 비교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즉 이전 데이터와 비교하지 말라는 의미다.

통계의 생명인 연속성을 끊어버림으로써 평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문 정부가 핵심 정책인 부동산과 소득주도성장 관련 통계 방식을 바꾼 시기는 해당 정책들의 문제점이 드러나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던 때와 일치한다. 민간 통계는 당시 광풍이 몰아닥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현실과 괴리된 모습을 보였다.

국가 통계에 대한 불신은 정책 불신으로 직결된다.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정책의 실패를 시장의 탐욕으로 몰아갈 수 없는 이유다. 정책 실패가 확인됐는데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집일 뿐이다. 통계를 단절해 객관적인 비판을 막는다고 해서 실패가 성공으로 둔갑하진 않는다. 누구보다 통계청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경제학 박사)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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