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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페셜 | 윤석열 정부 경제 성장과 복지 정책의 선봉장들(3)]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금개혁 키 쥔 기재부 출신 예산통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조직의 업무 효율 높이는 데 앞장, 보고자료 없는 간부회의 진행
“복지의 지속가능성 높여 사회적 약자 복지에 더 힘쓰겠다” 다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 11일 인터뷰에서 “국민연금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보건복지부
국민연금개혁 적임자, 이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었을 때부터 붙는 수식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9월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조규홍 후보자는 예산·재정 분야에 정통한 경제 관료 출신”이라며 “과거에도 예산을 하면서 연금·건강보험 쪽 개혁에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안팎에서는 조 장관을 두고 ‘숫자에 능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주로 기획재정부 계열 부처(기획예산처 등)에서 일해온 그의 이력 때문이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재부 1급 고위직에 올랐다. 지난 대선 후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복지부 제1차관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9월 차관 임명 4개월여 만에 복지부 장관으로 내부 승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10여 년 일했던 한 전직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조 장관 임명은 윤석열 정부 정책이 ‘보건’보다는 ‘복지’에 조금 더 힘을 쏠린다는 걸 의미한다. 연금개혁이 그중 가장 큰 숙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워낙 디테일이 중요한 개혁과제라서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 간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 조 장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해 대통령실과 부처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잘 안다는 점도 조 장관을 임명한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재정추계 일정 앞당겨 연금개혁 속도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서 열린 제6차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에서 위원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연금개혁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조 장관은 1월 11일 “국민연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강화 모두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사이의 형평성을 제고하면서도 적정한 노후 소득보장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선 노후 소득보장 체계인 국민연금과 건강 안전망인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복지 제도를 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중복이나 누락을 방지해 자원이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복지사업 효율화에 힘쓰겠다는 것. 또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를 개발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해 양질의 서비스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도 재정추계 일정을 당초보다 두 달 앞당겨 이달 말 발표하기로 하는 등 연금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지부는 그 결과를 토대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개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추계 잠정 결과(시산) 등 개혁 논의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현행 체계에서 국민연금이 언제까지 운용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결과로, 앞선 4차 추계(2018년)에서는 ‘2057년’까지 운용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조 장관은 “연금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과 함께 개혁안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투명한 정보 공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담당하는 재정계산위원회 회의록 전체를 공개하고, 전문가 포럼을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둘째는 ‘세밀한 의견 수렴과 논의 과정 참여’라고 한다. 청년·근로자·기업·지역가입자 등 대상별로 집중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연금특위와 함께 국민의견수렴기구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초연금 월 40만원까지 확대할 계획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세종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사업 대상자 집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복지부의 핵심 역할은 사회적 약자들을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실천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미래에 대비해 보건복지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혁신도 계속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장관의 취임사 가운데 일부다. 조규홍식 개혁은 ‘약자 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년사를 통해서도 그는 “올해가 약자 복지의 원년이었다면 내년(2023년)에는 약자 복지의 외연을 확대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약자 복지에 ‘진심’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약자 복지는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최약자층을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를 의미한다.

조 장관은 올해 약자 복지를 어떻게 확대해나갈 계획일까? 먼저 저소득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각종 복지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2023년 역대 최대 폭인 5.47%로 인상한다. 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 지급액으로 보면 4인 가구 기준 지난해 최대 약 153만원을 지급했다면, 올해는 약 162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복지부는 긴급복지 생계지원금을 확대하고, 생계·의료급여 지급기준을 완화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대상자별 맞춤형 지원책 수립에 힘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12일 마포구 만리어린이집에서 유보통합 간담회 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정부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뉜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 통합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복지부는 장애인, 아동, 청년 및 노인 등 대상자별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 소득 지원 강화를 위해 2015년부터 동결됐던 장애수당을 50% 인상해 월 4만원에서 6만원으로 올린다. 장애인 연금도 인상한다. 앞서 복지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해 24시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청년·아동의 경우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자립수당을 월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자립정착금을 8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 지난해 11월 17일 공공임대주택 2000호 공급, 청년들에 대한 정서적·사회적 지지체계 구축,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지원 보완대책을 수립해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조 장관은 “국가와 사회가 자립준비 청년들을 위한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자립준비 상황을 세심하게 챙기고, 자립준비 이전 단계부터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면서 “모두가 부모의 마음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 청년들을 응원하고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복지부는 입양 아동 보호를 강화하고자 지난해 7월부터 입양아동에 대한 월 100만 원의 보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을 월 32만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향후 월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조 장관은 “날씨가 추워지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만큼 약자 복지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서 동절기 한파로부터 따뜻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는 장례복지 측면에서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마련·시행한다. 이 안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장례복지 확대가 눈에 띈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표준모델을 정립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민간기관·종교단체·자원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공동체 참여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웰다잉 문화 확산에 따라 사전에 자신의 장례 의향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내년까지 도입하고, 존엄한 죽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후 복지’ 선도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같은 사회 변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상징되던 기존 생애 복지에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할 때”라며 “이제는 ‘무덤 이후’까지 고려해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정책에 사각지대가 없게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젊은 직원들과 간담회 열어 의견 수렴

조 장관은 지난해 5월 복지부 제1차관으로 임명되고 처음 출근했을 때 적잖게 놀랐다고 회상했다. 급격히 팽창하는 보건복지 업무에 더해 장기간의 코로나19 총력 대응으로 직원들의 심신이 많이 지쳤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조 장관은 우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 실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회의와 대면 보고를 대폭 줄이고 보고자료도 축소했다. 복수의 복지부 직원에 따르면, 취임 이후 보고자료 없는 간부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조 장관은 “복지부 특성상 다른 부처에 비해 외부 일정이 많은 편”이라며 “그래서 가급적 보고자료를 메일로 받아두고, 이동 중에 읽으면서 꼭 필요한 사항은 담당 간부에게 직접 연락해 질문하거나 지시하는 식으로 업무를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안의 쟁점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고민하되, 결심하면 지시는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한시라도 빨리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 직접 나가서 밤새 현장을 지켰다”며 “아울러, 복지부 직원과 일대일 매칭을 통해 부상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받는 과정과 유족들의 장례 지원, 이후 심리 케어까지 촘촘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복지부 내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따른 외부 일정이 많은 만큼 복지부 공무원은 정책·현장 지원을 위해 밤을 새우는 경우가 여타 공무원에 비해 잦다고 한다. 이에 조 장관은 “최근 직접 젊은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는 축소하고, 회의 시간을 줄이며, 자료 없이 회의를 진행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예측 가능한 인사이동, 교육훈련 기회 확대 등을 약속한다”며 직원들의 공감과 신뢰를 끌어내는 조직문화 정착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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