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ZOOM UP] 스키어들의 성지 모나(MONA) 용평 

온몸에 느껴지는 발왕산 설원(雪原)의 짜릿함! 

최영재 기자
다채로운 슬로프로 새단장한 국내 겨울레저 스포츠의 원조
무장애 산책길과 프라이빗 객실로 가족 여행에도 안성맞춤


▎정설차 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최상의 설질이야말로 모나 용평의 자랑이다.
잠깐 서 있기조차 힘든 한파에도 대관령은 스키를 타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하루 리프트권 구매 고객만 2900명, 시즌권 고객까지 합치면 하루 이용 고객은 5000명이 넘는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뜨거워지는 모나 용평은 올해로 50년째 강원도 대관령의 터줏대감으로 설원을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28면 슬로프는 초보부터 선수급까지 모든 스키어를 만족시킨다. 특히 최상급자를 위한 레드 슬로프는 최대 26도의 급경사로 시속 100㎞를 넘나드는 체감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스포츠사업팀 조영승 매니저는 “발왕산의 자연 굴곡을 그대로 살려 만든 슬로프는 다른 스키장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슬로프는 길이 5.6㎞로 국내 최장이다. 발왕산 정상까지 이어진 도로를 겨울에는 슬로프로 만들어 이용한다. 초·중급 스키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주목에 핀 눈꽃을 감상하며 발왕산 정상에 도착하면 슬로프가 시작된다. 대부분 완만한 경사로로 이루어진 슬로프는 중간 중간 멈춰서 상고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직선도로가 아닌 굴곡으로만 이루어져 어림잡아 활강에만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허벅지 힘 조절에 실패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지만, 덕분에 단기간에 스키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슬로프를 완성하는 것은 설질(雪質)이다. 스키어들이 찬사를 보낼 때 보람을 느낀다는 제설(製雪)팀 정현배 매니저는 “정설(整雪)기가 지나갔을 때 피클 같은 특유의 무늬가 눈 위에 선명할 때가 가장 좋은 설질”이라며 “너무 부드러운 눈은 속도가 나지 않고, 너무 딱딱하면 넘어졌을 때 사고 위험이 있다. 정설 직후 이른바 ‘땡스키’를 타기 위해 수많은 스키어가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정 매니저는 국내 최고 설질을 관리한다는 자부심으로 강추위 속에서 20도가 넘는 경사로를 매일 3만 보 넘게 뛰어다니고 있다.

제설팀의 노력은 평창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의 성공적 개최에서 더욱 빛났다. 올림픽 기간 슬로프에 일반 스키장보다 두 배의 눈을 쌓았다. 26년 경력의 지철수 제설팀 선임은 “눈을 만드는 건 하늘과 우리 제설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리조트 내에 있는 담수댐에 일 년 동안 빗물을 모아 겨울 스키 시즌 120일 중 90일 동안 매일 2000t 이상의 물을 이용해 제설을 한다.

작년 12월 스카이워크에서 열린 ‘Adieu 2022 디제이 파티’는 용평리조트가 올겨울 내놓은 새로운 이벤트다. 발왕산 정상 캐슬 테라스에서 국내 정상급 DJ 6명이 참가한 파티가 열렸다. 신비로운 상고대를 배경으로 열린 DJ 파티는 20대 스키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재도약 기회로 삼아


▎상고대 사이로 무장애 3.2km 데크길이 보인다.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운동화만으로 겨울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어려움도 있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열자마자 폐장했다. 슬로프에 쌓여가는 눈이 야속할 정도였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리조트와 호텔을 리모델링하고, 리프트 케이블 교체, 케이블카 안전 점검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모나 용평의 케이블카는 매년 일본 제작사에서 안전 점검을 한다.

1973년 발왕산에서 시작한 모나 용평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 50주년 기념으로 국내 리조트 최초 NFT 디지털 멤버십을 출시했다. 멤버십을 구매하면 숙박권과 리프트 이용권을 지급하고, 신규 콘도 분양 시 최대 3000만원 할인 혜택까지 제공한다. 신달순 모나 용평 대표이사는 “기후 변화로 다른 곳에서 스키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스키 사업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비전혁신팀 이희정 책임은 “지난 50년이 노하우 축적과 베테랑 직원을 양성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50년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에게 만족과 즐거움 나아가 행복을 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나 용평은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펀스키’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스키와 눈썰매, 한류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체류형 상품이다.



▎정설기가 눈을 고르게 펴고 있는 모습이다.



▎발왕산성 일루미네이션이 야간 스키어를 위해 반짝이고 있다.



▎수령 1800년으로 추측되는 아버지왕주목에 소복히 눈이 쌓였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