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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전당대회 마친 이준석, 다음 행보는 

“8만 개혁 성향 득표수 의미 있어… 선명성 경쟁 계속할 것”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김기현 대표는 ‘용산’과 차별화 불가능… ‘김장연대’ 때부터 정해진 수순”
“내년 총선 노원병 지역구 출마… 공천 여부는 내 상황에 변화 주지 못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8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개혁적 성향 당원이 1만5000명에서 7만~8만 명까지 늘었다”고 자평하며 “당내 개혁 세력의 파이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큰 정치 이벤트로 꼽히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윤심(尹心)을 내세운 김기현 후보가 52.93%로 결선투표 없이 신임 당대표에 선출됐다. 개혁 후보 4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최고위원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준석계는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을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개혁적 성향 당원이 1만5000명에서 이번에 7만~8만까지 늘었다”고 자평하며 “당내 개혁 세력의 파이를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이 친윤 일색으로 뒤덮이고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충성 경쟁으로 마비될 때, 그는 “올바름이란 기치를 내걸고 선명성 논쟁으로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는 원외에서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원내 입성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전당대회 때문에 미뤄놨던 지방 순회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월간중앙은 3월 14일 상암 중앙일보 빌딩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 얼마 전 막을 내린 전당대회에 대한 총평과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맞이할 총선에 임하는 전략, 이준석식 정치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김기현 대표 리더십 취약해… 앞으로 문제 생길 것”


▎‘서진정책’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시기 힘을 실었던 정책이다. 지난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광주 사상 처음 국민의힘 광역·기초 비례의원이 당선되자 이 전 대표는 감사인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넉 달간의 전당대회 레이스에 대해 총평해 본다면?

“우선 처음에 뛸 거라 생각한 선수들이 다 제거된, 특이한 전당대회였다. 가장 먼저가 저였다. 징계 6개월 때린다고 결정했다가 6개월 뒤면 1월 7일 징계가 끝나니까 출마를 막기 위해 연거푸 징계를 두 번 때렸다. 이제 유승민이 출마할 것 같으니까 당원 100% 투표로 룰을 바꿔서 못 나오게 했다. 나경원 때리고 그 다음에 안철수도 직접 때리고. 처음 시작할 때는 100m 경주인 줄 알았는데, 일부 레인에는 허들이 깔려 있고 진흙탕이 있고 신발에 압정도 박아놓고 별별 해프닝이 다 있었다.”

결선투표를 예측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김기현 후보가 막판 대세론을 굳히며 1차 투표에서 끝났다.

“원래 전당대회라는 것이 한번 대세론이 형성되면 쉽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선됐을 때 77% 득표했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80% 넘게 득표했다. 반면 이번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았음에도 김기현 대표가 52% 득표에 그쳤다는 건 사실 굉장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일 것이다. 전당대회 끝나고 나서 김 대표가 통합 행보에 나선 것도, 모든 조직을 다 동원했음에도 과반 득표에 그쳤다는 자신의 한계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취약한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도부 안에서도 벌써부터 동상이몽이다. ‘안철수는 품고 가되 이준석은 하는 거 봐서 품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이준석도 품고 가야 된다’라고도 하던데?

“태영호 의원이 ‘안철수, 이준석 둘 다 품어야 한다’고 얘기하던데, 그분이 상황을 오판하는 것 같다. 당내 대다수의 초선 의원이나 다른 이들은 공천권으로 협박해 굴복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이준석은 다르다. 제가 정치 시작하면서 노원병으로 간 이유가 뭐겠나? 공천을 받아도, 공천 받지 않아도 그곳은 험지고 전 그걸 돌파하겠다는 거다. 공천 여부는 내 상황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 공천권으로 생색내지 말라는 의미다.”

말인즉슨 노원병에서 계속 출마하겠다는 건가?

“기본적으로 노원병에 나가는 게 첫째다. 사람들이 공천 안 주면 어떡하냐고 하는데, 이준석에게 공천을 안 준다는 것은 경선을 안 시킨다는 의미다. 그 자체가 굉장한 무리수가 될 거다. 노원병에서 이준석과 경선해서 이길 사람이 나오긴 쉽지 않다. 경선을 안 시키는 데 대한 합당한 명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억지로 만들기 위해서 또 무리수를 둬야 할 텐데, 그러고서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이 내정됐다. 김기현 대표가 윤핵관 측에서 밀어넣은 걸 거부하기 어려워 수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 대표는 용산(대통령실)과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는데, 기대도 안 하고 불가능하다. 전당대회 기간에 ‘김장연대’라며 나설 때 이미 정해진 수순 아니었나. 요즘 장제원 의원이 ‘나대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경계령을 내린다는데, 직위도 없다는 사람이 무슨 권한으로 그런 명령을 내리나? 전쟁을 해도 동원령, 경계령은 최고사령관이 내는 것이다.”

당내 개혁 성향 당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 지지층과 이준석 지지층이 결합된 지지 세력이 천하람 후보를 지원한 걸로 본다. 개혁보수 성향 유권자의 덩어리가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때는 유승민 후보가 득표한 1만5000표 정도였다. 55만 선거인단 중 최종 득표율이 4%였다. 이번에 천하람과 이기인이 각각 7만, 8만표 득표했다. 몇 배는 성장한 것이다. 개혁 성향 당원들이 덩어리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견고한 7~8만명의 지지가 형성됐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다.”

이들과 함께 국민의힘 내에서 후일을 도모하는 건가? 이준석식 정치의 방향이 궁금하다.

“올바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보다 선명하게 노선 경쟁을 할 것이다. 작금의 개혁 성향 당원 중에 상당 수는 젊고 정치에 대해서 아주 고관여층은 아니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필요가 있다.”

“당 내 개혁 성향 당원 목소리 더 커질 필요 있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기현 신임 당대표에 대해 “용산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데 기대도 안 하고 불가능하다. 전당대회 기간에 ‘김장연대’라며 나설 때 이미 정해진 수순 아니었나”라고 평가했다.
총선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내년 선거는 경제, 민생 문제가 화두가 될 거라는 게 대다수의 예측이다. 윤 정부 3년 차 여당은 총선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0.7%p 차로 승리했다고 치면 서울 대다수의 지역구에서는 비등비등한 선거가 된다. 심지어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있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흐를 가능성도 있다. 0.7%p 차로 승리하는 구도를 다시 만들려면 우리 당을 찍었던 사람들을 다 복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탈한 지지자들이 누군지를 봐야 한다. 가장 먼저 젊은 세대가 완전히 이탈했다. 당이 호남 비하를 밥 먹듯이 하고 4·3사건도 건드린 상황인데, 호남 출신 출향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서울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과거에 우리 당에 표를 던졌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믿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오는 신뢰 상실이 너무 크다.”

신뢰 상실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젊은 층이 완전히 등 돌리지 않았나. 지난 대선, 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을 좋아했던 이유는 정치권의 뻔한 담론 말고 젊은 세대가 재미있어 할 만한 담론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집행부에서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가 여성 민방위 제도 도입을 얘기했는데, 2030세대의 표심을 끌고 오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본인도 아는 거다. 그런데 군대 문제로 손해 봤다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는 보통 가산점이나 호봉 인정 건을 이야기하지 어느 누구도 여자들도 민방위 보내겠다고 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한테 수요 조사를 한 것인지, 또 그걸 노리고 전략을 짰다는 건지 믿기 어려웠다.”

국민의힘 내 보수 원로들은 윤핵관이 국민적 여론이나 총선 승리라는 방향성을 뒤로한 채, 실권을 쥐고 총선 지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윤핵관은 사실 친이계(MB) 중에서도 친이가 득세하던 시절에는 그렇게까지 에이스는 아니었던 사람들이다. 그분들이 10년 지나 연차가 쌓인 것뿐이다. 정치인 중에는 지략가·전략가로 불리는 사람이 있고, 아니면 소위 말하는 행동대장류가 있는데, 지금 저 안에 지략가·전략가가 있나? 저들은 내부 권력 다툼에서나 머리 쓰는 거지 힘을 가졌을 때 누군가를 말살하는 방법론을 연구하는 건 전략도 아니다. 그런데 그 방식으로 총선에서 이기겠다? 역사 속에서 봤던 불행이 재현될 거다.”

“호남과 경남 서부권으로 민생 행보 계획 중”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모두 헤게모니 싸움으로 여념이 없다. 내년 총선에서 양당이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여론조사 할 때 대개 샘플을 1000명 잡는다. 여론조사 업체 사장님들과 얘기해 보면 보수 300명, 진보 200명, 그 다음에 중도 500명이라고 조사에 잡힌다더라. 자기들도 그런 건 처음 본단다. 중도 500명이라는 건 엄청난 숫자다. 여론 중 절반이 스스로 중도라 표방하는 것은 ‘양쪽 다 끼기 싫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다른 동력에 대한 갈구가 커지는 시기인데,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당시 안철수당)이 뻥 터진 것처럼, 어떤 지도자를 만나 터지기 전까지는 양당이 덤앤더머 싸움을 이어갈 것을 본다. 이는 적대적 공생관계이기도 한데, 결국 국민은 내년 선거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국민의 뜻을 보여줄 것이다. 두고 보라. 대한민국의 국민은 선거를 앞두고 항상 대안을 모색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에 출마해 총선을 지휘할 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한 장관의 경쟁력을 가늠해 본다면?

“한 장관은 법률 전문가다. 법 전문가로서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론이 뭘까? 스타 검사라고 불렸던 이들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장관이 지금까지는 검사로서 성과를 내고 법무부 장관도 재임 중이지만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짜여지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수사한다든지 아니면 국민이 봤을 때 공명정대하다고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면 정치적 가치가 커질 것이고, 그게 아니면 곤란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한 장관이 대권을 바라본다면 기본적으로 담보돼야 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다. 뒤집어 말하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면 한 장관은 사실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면 구원투수가 아니지 않나.”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지방으로 내려갈 예정이라 들었다. 향후 계획은?

“정치하다 보면 발이 닿는 곳만 계속 가게 돼 있다. 그래서 보수 정치인들은 때 되면 대구 서문시장을 가는 것인데, 사실 그걸 뛰어넘는 범위에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호남이나 경남 서부권을 갈 수 있을 때 가봐야 한다. 경북에서도 울진, 영덕, 봉화 같은 곳은 정치인들이 안 간다. 갈 수 있을 때 가보면 확실히 생각이 달라진다. 보이는 것도 많고.”

거기서 무얼 할 계획인지?

“비공개다. 앞으로 다 공개될 것이다(웃음).”

- 글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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