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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진심’ 최태원.... 목발 짚고 분초 다툰 투혼의 부산 세일즈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파리에서 베트남 찍고 유럽 건너가 또다시 비공개 유치 활동
■ BIE 179개 회원국 중 최 회장이 단독 접촉한 국가만 80개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고 있다. 사진 SK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7일 현재 목발을 짚은 채 유럽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출발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던 최 회장이 또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엑스포 유치 지원 전략상 비공개 일정으로 다시 유럽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20~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위해 공식적으로 파리를 방문했을 때 30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 숨 쉴 틈 없이 움직일 만큼 엑스포 유치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목발과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여야 했지만, 유치위원장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분초를 다퉈가며 각국 정·관·재계 주요 인사들을 연쇄 접촉한 활약상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다.

최 회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뛴 ‘코리아 원팀’의 민간 파트를 총지휘하는 소임을 다했다. 파리행에 대동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힘을 한 데 모았고,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가동해 부산 표심을 잡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정부와 민간의 노력에 힘입어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결의를 다진 최 회장은 유럽에 이어 전 세계 도처를 또다시 누비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목발에 부착한 ‘부산 엑스포’ 로고에 대사들 감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BIE 회원국 대표단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SK
최 회장은 18일 특별 제작한 목발을 짚고 파리 출국길에 올랐다. BIE 총회 각국 대표단에 부산 엑스포 유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부산 엑스포’ 로고 패드를 부착한 목발이었다. 그가 탄 SK그룹 업무용 항공기에는 부산 엑스포 로고와 함께 ‘World EXPO 2030 BUSAN, KOREA’ 영문 문구가 씌어져 있었다. 최 회장의 ‘엑스포 진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20일(현지 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BIE 4차 경쟁 프리젠테이션(PT) 현장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최 회장은 목발을 짚은 상황에서도 각국 주요 인사들에 부산 엑스포 영상을 소개하고, 유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민간유치위원장인 최 회장이 몸이 불편한 데도 열심히 뛰는 모습에 각국 대사 등이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의 유치 활동은 이튿날에도 계속됐다. 21일(현지 시간) 오후 이시레물리노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부산 엑스포 공식 리셉션’에 재계 총수 7명과 함께 참석해 교섭 활동을 전개했다.

이날 리셉션은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 전까지 후보국 별로 한 차례씩 BIE 전체 회원국 대표단과 박람회 관련 인사들을 불러 모아 여는 중요한 행사였다. 최 회장은 기업 총수들과 각자 테이블을 잡고, BIE 회원국 대표단은 물론 관계자들을 만나 환담을 나누며 지지를 요청했다. 국내외 언론과도 접촉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날 유치위원회 내부 전략 회의도 바삐 돌아갔다.

최 회장은 이밖에도 30분 단위로 개인 일정을 따로 잡아 소화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뛴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만든 전용 공간인 ‘메종 드 부산’ 등에서 각국 대사 등을 초청, 차담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 유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 최 회장이 아프리카 니제르의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회동한 사실도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니제르 대통령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물론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최대한 많은 국가 대표를 접촉하는 것을 목표로, 빼곡한 공식·비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숨 가쁘게 움직였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에 취임한 최 회장은 그 동안 안 가본 대륙이 없을 정도로 세계 곳곳을 누벼왔다. 이번 파리 유치전까지 포함할 경우 최 회장이 BIE 179개 회원국가 중 총리나 외교장관, 대사 등을 단독 면담한 국가가 80개국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해 올게요!…이제부터 시작”


▎최태원 민간유치위원장과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사진 연합뉴스
최 회장은 지난 20일 4차 경쟁 PT를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며 부산 엑스포 유치 관련 자신감을 피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치위원장으로서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방침임을 밝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PT 내용과 형식에서 압도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강점과 차별성이 잘 드러난 PT였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PT와 투표 결과 사이에 관계는 있겠지만 PT에서 이겼다고 투표에서 이긴 것은 아닌 만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며 새삼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부산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해 올게요”라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최 회장은 22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동행경제인 만찬 행사장에서는 한 언론과 만나 “대통령께서도 같이 해 주셨기 때문에 (PT) 성과는 확실히 있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도 유치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서도 목발을 짚고 바쁘게 움직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 역할에 대해 “막중한 임무지만, 대단한 영광”이라며 “6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며 자신의 임무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유치위원장 자격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최 회장은 자신이 강조해온 엑스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2030 세계박람회는 경제적 이해 관계나 특정 도시를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유익한 솔루션을 선보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 플랫폼 ‘웨이브(thewave.net)’를 통해 부산엑스포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궁극적 글로벌 솔루션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웨이브는 대한상의가 지난 3월 공식 개설한 플랫폼으로, 전 인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소통하는 항구적 엑스포를 디지털로 구현하자는 최 회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 최 회장은 본인과 SK 임직원 명함에도 웨이브 플랫폼 QR코드를 넣을 정도로 홍보에 힘을 써왔다. 그는 프랑스 BIE 총회 현장에서도 QR코드를 스티커로 제작해 관계자 면담 때 소개하기도 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회원국들의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결선 투표 때까지 최 회장은 부산 유치 필요성을 역설하며 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과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SK
최 회장은 그동안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면, 한국 경제 활성화와 국격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며 “대한민국 기업인이자 국민으로서 엑스포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최 회장은 “88올림픽으로 중진국이 됐고, 2002 월드컵으로 선진국이 됐다면, 2030 부산 엑스포는 우리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소프트 파워를 가진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늘 주변에 강조하고 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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