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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 엑스포 특별기획] 119개국 방문·892회 교섭한 우리 기업들의 엑스포 유치 열망 

“한 톨도 놓치지 않고 표심 거둬들여 11월 28일 파리에서 함께 웃을 것”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비롯한 주요 기업 총수들 각국 정상 직접 찾아가며 엑스포 득표전
강병중 넥센 회장·장복만 동원개발 회장 등 부산 지역·향토 기업들도 십시일반 정성 보태


▎2023년 6월 최태원(오른쪽에서 네 번째)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8개 기업 회장단은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했다. 우리나라의 자랑인 글로벌 기업들은 총체적 역량을 부산 엑스포 유치에 기울여왔다. / 사진:제공 대한상공회의소
2022년 5월 3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이하 부산 엑스포 민간위)를 출범시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기업 11개사 등이 민간위원회에 참여했다.

이후 2023년 9월 말까지 민간위원회는 119개국을 방문했고, 161개국과 교섭을 벌였다. 교섭 횟수는 무려 892회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SK그룹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위원장은 9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4차 회의에서 “이제는 수확의 계절이다. 한 톨도 놓치지 않고 표심으로 거둬들이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유치 교섭 활동을 충실히 실행한다면 11월 28일 파리(BIE 총회에서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서 함께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최 위원장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그리고 박형준 부산 시장이 동석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 특별위원장’ 자격으로 박재호 의원이 왔다. 또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롯데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최고위층이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0월 이후 우리 기업들의 엑스포 홍보 활동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리야드나 이탈리아 로마 등 경쟁 도시들에 한국의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최태원 위원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은 역할을 분담해 남은 기간 아직 명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캐스팅 보트 국가들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특히 최 위원장은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스페인·포르투갈·덴마크 등 유럽 3개국을 공식 방문하는 사절단을 꾸렸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과 면담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어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열린 6월 파리에서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MEDEF 인터내셔널과 ‘한·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을 개최하며 엑스포 교섭 활동을 전개했다. SK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차, LG, 한화, 대한항공, 효성, 풍산 등 8개 그룹 총수는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만났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이 회장을 포함해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이인용 사장(CR담당), 박학규 사장(경영지원실장), 이재승 사장(생활가전 부장),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 등 그룹 수뇌부가 최전선에서 뛰었다. 이 회장이 태평양 도서국을 훑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만났다. 삼성전자는 아프리카의 레소토, 남태평양의 동티모르,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도미니카공화국·파나마 등을 일일이 방문하며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와 면담했고, 부산 엑스포 전담조직인 ‘부산 엑스포 유치지원 TFT’를 만들었다. TFT를 총괄하는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 유럽총괄법인장과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송 사장은 가장 많은 회원국을 보유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배터리 핵심지로 선정한 폴란드에서 엑스포를 도왔다. 구 대표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의 ‘인증샷’까지 남겼다. 그룹의 ‘본진’이 부산에 있는 롯데도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TFT’를 구성했다.

부산 지역 49개 기업들 염원 담은 194억원


▎2023년 3월 강병중(오른쪽) 넥센그룹 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조력하기 위해 30억원의 기부금을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전달했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부산 지역 기업들의 엑스포 기부도 활발하다. 부산시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총 49개 기업에서 194억2000만원의 정성을 보내왔다. 2020년만 해도 1개 기업에서 2억원 기부가 전부였지만 2021년 19개 기업(23억원), 2022년 14개 기업(24억원) 그리고 2023년 37개 기업(145억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4월 BIE 실사단 방문 이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무됐고, ‘유치가 곧 부산의 미래’라는 공감대가 지역사회에 확실하게 뿌리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기부 릴레이에 동참한 부산 지역 대표 기업으로는 넥센그룹을 꼽을 수 있다. 강병중 회장은 30억원을 개인 명의로 전달했다.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도 5억원을 기탁했다. 이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렇게 소중한 뜻을 모아주신 지역기업들에 감사하다”며 “끝까지 전력을 다해 유치전에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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