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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Ⅰ| 데이터로 보는 정치] D-20 총선 중간 판세와 마지막 변수들 

다시 원점… 중도층 못 잡고 막판까지 시소게임 

민주당, 내 사람 심기 공천으로 정권 견제론 확산할 호기 날려
국민의힘, 포퓰리즘 지역 공약 남발해 중도층 불안감 자극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이 이 대표실을 인사 차 방문했다. / 사진:연합뉴스
주요 정당의 경선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총선 경쟁이 시작됐다. 현재의 판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세를 보이던 ‘정권 심판론’이 1~2월부터 두드러진 야당 견제론과 경합하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한동훈 비상대책위 체제가 변수였다. ‘윤석열 대 이재명’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대결 구도가 전환된 것이 판세 변화를 가져온 핵심 요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增員)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고, 지역을 순회하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386 심판론’을 내세워 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 여파가 국민의힘 우위 구도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 지원론’이 상승하긴 했지만 기존 ‘제1야당 지원론’, ‘제3지대 후보 지원론’ 등 범야권 지지세는 여전히 여권 지지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3지대 후보 지지자를 범야권으로 분류, 야권 우세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는 진단은 좀 어색하다. ‘양대 정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 지지는 정부 여당에 대한 반대이면서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대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양당 동시 심판론인 셈이다. 양당 대결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한쪽으로 묶일 응답층이 아니다.

실제로 1월 넷째 주 조사 이후 24%에 달했던 ‘제3지대’ 선호층이 3월 첫째 주까지 16%로 8%p 감소했다. 같은 시기 정부 지원론은 6%p 상승(33%→39%)한 반면, 정부 견제론은 2%p 오르는데 그쳤다. 제3지대 지지 축소가 오히려 국정 지원론을 강화해온 셈이다.

석연찮은 컷오프 등으로 ‘비명(비이재명)횡사’ 유행어를 만들어낸 민주당 공천 파동은 국민의힘에 반사이익을 안겼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이 160-170석으로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은 ‘잡음’ 수준을 넘어 ‘파행’에 가까웠다. 이는 여론조사가 말해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월 둘째 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공천과정에 대한 긍·부정 평가가 43%대 42%로 팽팽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평가는 부정(53%)이 긍정(32%)을 압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혁신공천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의 경쟁 세력은 대거 탈락하고,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은 약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및 유치원 3법’ 추진, ‘삼성 지배구조 문제’ 이슈화로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이끈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에 걸려 결선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고서도 30% 감산 페널티 때문에 탈락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공천 파행의 기나긴 그림자


공천 과정이 더불어민주당에 악재인 것은 사실이나, 공천 파동만으로 선거 판세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이 당 지지율 급락과 야당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선거판의 향배를 결정지었다. 공천 파동은 유승민, 이재오 등 당 중진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부르는 등 본선에서 새누리당에 적지 않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16년 새누리당 의원들만큼 전국적 파장과 파괴력을 가진 상징적 인물의 이탈이 많지 않고, 일부는 잔류를 결정함으로써 공천 파동이 큰 회오리바람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선거의 예를 볼 때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 정보를 본격적으로 취득하는 시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도 민주당 데미지의 강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실 주요 정당의 당내 경선 과정은 정치 고(高)관여층이 아니고서는 세세한 내막을 알기 어렵다. 적극적 지지층과 다르게 중도층은 본선 대진표가 짜이고 난 뒤부터 선거에 관심을 보이고, 투표일에 임박해서야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21대 총선을 보자. [시사인]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전후까지 지지할 후보를 결정한 응답자는 진보층에서 64%(‘한 달 이전’ 42%, ‘한 달 전후’ 9%, ‘후보자 등록 전후’ 13%), 보수층에서 55%(동순 33%, 6%, 16%)로 나타났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투표일 일주일 전후’ 21%, ‘2~3일 전’ 18%, ‘투표 당일 결정’ 19%로 58%가 선거에 임박해서야 최종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 이러한 패턴을 고려하면 현재의 공천 파동이 중도층의 표심을 확실하게 흔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중도층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3월 6일 국회 인근에서 하남 갑·을 지역 전략공천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는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들. / 사진:연합뉴스
특히 파장이 상대적으로 컸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박용진 의원이 당의 결정과 경선 결과를 수용한 이상 파문이 더 확산될지 미지수다. NBS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고조되던 2월 넷째 주부터 3월 둘째 주 사이의 투표 선호 변동을 확인하기 어렵다.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응답이 35%로 변동이 없었고, 더불어민주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33%에서 31%로 낮아졌으나 오차 범위 안에 머물렀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조국신당 지지 응답 4%를 합하면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 비례대표의 경우 국민의힘 위성정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33%에서 28%로 낮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을 찍겠다는 지지층은 25%에서 17%로 줄었다. 대신 조국신당 지지가 14%로 올라 2위를 다투는 양상을 보였다. 각종 공천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는 2016년도 새누리당처럼 민주당 지지층이 무너지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 체제 등장 이후 1~2월에 걸쳐 꾸준하게 상승하던 국정안정론이 주춤한 상태다. 중도층 표심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정권심판론 우위를 약화시키고 안정론을 강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2월 들어서는 오차범위 안에 있지만, 안정론이 심판론을 넘어서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이후 다시 정체 상태에 빠졌고 정권안정론과 견제론이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한계 노출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 공약개발본부 출범식. 국민의힘은 공약 남발로 유권자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 여론은 더불어민주당 공천 후유증에 비판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민주당의 악재가 국정안정론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그 결과 2월 둘째 주까지 좁혀지던 국정 지원론과 정권심판론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NBS 3월 둘째 주 조사에서 중도층은 2024년 총선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39%가 동의했고, 53%가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택했다. 대통령의 실정에 불만이 많아도 민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하면 정권심판론이 작동하지 않듯이,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자동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율로 이전되진 않는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과 역량을 보여줘야 판이 바뀐다.

결국 총선 경쟁은 원점으로 돌아온 듯하다. 지난해 하반기는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의 고조로 총선 승리의 기대감을 키운 기회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여세를 몰아 경제 실정 심판론을 부각하지 못했고 공천 파동을 빚으면서 유리한 구도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래서 3월 중순까지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시간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여권 역시 ‘386 청산론’과 함께 준비 없이 쏟아내는 듯한 ‘포퓰리즘적 지역 공약’ 남발로 중도층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결국 선거 구도를 뒤바꿀 기회를 잃고 말았다. 양당 모두 중도층의 여망을 뒤로하고,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양당 지지층의 결집도 대등하다. NBS 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층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40%),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35%)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조국 신당 지지 5%를 더하면 사실상 여야 동률인 상태이다.

현재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경우 제3당의 성격보다는 오히려 제1야당의 위성정당 혹은 제2의 민주당 성격이 강하다. 다른 분석에서 확인되듯이 조국혁신당 지지표는 제3지대 정당 지지자들이 아닌,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당의 지지율 계산 시 더불어민주당에 조국혁신당 지지 표를 합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개인의 이름을 내세운 정당이며,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내세운 프로젝트 정당 성격을 띠고 있지만 영입 인사를 보면 오히려 민주연합정당보다도 영역별로 중량감 있는 인물들을 영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강한 검찰 독재종식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중도층이나 제3정당 지지층을 흡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1인2표제 하에서만 공존 가능한 정당이다. 지방선거나 대선에서도 후보를 내지 않거나 못 내는 정당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과반 의석 정당 출현 어려울 가능성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 선관위 외벽에 대형 홍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선거 20일을 앞두고 여야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 등은 목표한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준석 대표, 이낙연 대표 및 현역 의원들이 나서는 수도권과 호남의 지역구에서 당락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의 변수로 유의미하다. 이들 제3지대가 지역구에서 자력으로 승리할 수 있다면 의석 수 이상의 정치적 상징성과 영향력을 발산할 수 있다.

선거 당일 중도층이 어느 쪽에 한 표를 행사하느냐가 이번 총선의 승패를 좌우한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당도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데 실패했다. 남은 선거기간 이들이 어느 쪽으로 마음을 정하느냐가 2024년 총선을 좌우할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기회를 얻었고, 올 초에는 국민의힘이 호기를 맞았다. 중도층은 ‘운동권 청산론’이나 ‘검찰 독재 종식’ 같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 현안,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기후변화 등 중도층 민심을 저격할 수 있는 소재가 쌓여 있지만 여야 모두 이들 정책 과제를 놓고 본격 경쟁하는 모습을 아직 보여주진 않는다. 시민의 과반수가 공천 잘못을 지적하는데도 ‘혁신공천’을 강변하는 민주당이나 여당으로서의 책임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기보다 ‘586 청산론’만 되풀이하는 국민의힘 어느 쪽도 중도층의 마음을 온전히 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반 의석정당의 출현이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향배가 후보의 개인기나 돌발변수 같은 우연적, 개별적 요소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것이다.

-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리서치디자이너·정치학 박사)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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