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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한반도 백두대간의 시작점, 백두산 천지 

“짙푸른 색 빛나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 

김종호 기자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성 경계에 놓인 백두산… 전체 면적 75%가 중국 땅
최고봉은 해발 2744m ‘병사봉’… 천문봉 정상의 ‘천지’는 여의도 면적의 두배


▎백두산 북파지역 천문봉에서 바라본 천지. 화산 암벽으로 둘러싸인 짙푸른 호수가 바다처럼 느껴졌다.
능선 위에 걸쳐진 구름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앞서가던 사람들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발걸음을 재촉해 천문봉에 오르자 눈앞에 천지(天池)가 펼쳐졌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이 화산 암벽으로 둘러싸인 천지는 거대한 거울처럼 파란 하늘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짙푸른 색으로 빛나는 모습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처럼 느껴졌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백두산에 올라도 천지를 보기가 어렵다. 고산지대의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1년 365일 중 100일 정도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비바람을 견디며 몇 시간을기다렸지만, 결국엔 보지 못하고 하산했다는 지인이 주변에 여럿이다. 천지의 넓이는 9.18㎢, 여의도 면적의 약 두 배, 축구장 약 1285개가 들어갈 정도로 거대하다. 약 20억t의 물이 담겨 있고, 평균 수심은 무려 213m에 이른다.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신 기념사진을 찍거나 가족·지인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감동을 나누고 있었다. 백두산 관광 코스는 동서남북으로 동파·서파·남파·북파가 있고, 이 중 동파만 북한 쪽에 있다. 북파는 해발 2600m까지 자동차로 이동해 오르기 편한 대신 시야가 좁고, 서파는 1400여 개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넓은 시야의 천지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 3월 백두산은 중국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그런 이유로 물밀듯 밀려드는 관광객의 90%는 중국인이었다.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과 중국 지린성 경계에 놓여 있는 백두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두산의 높이는 천지를 둘러싼 크고 작은 16개 봉우리 중 최고봉인 해발 2744m 병사봉(兵使峰)의 그것이다. 북한에서는 장군봉이라 불린다. 백두산 전체 면적의 75%가 중국 땅이고,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 천지를 지난다.

산 아래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지만, 저 멀리 관일봉 능선 주변에는 눈이 남아 있다. 알프스 혹은 히말라야에 선 듯 신기하다. 높은 고도 탓에 7월에도 평균기온이 10도 아래인데, 1월 평균기온은 영하 20도를 밑돌고, 간혹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가이드는 “백두산의 해빙은 보통 6월 중순에 시작되는데 올해는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고 귀띔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랐다고 생각하니 울컥한 감동과 함께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듯….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길 장백폭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천지에서 흘러온 물이 68m 수직 절벽을 따라 시원하게 쏟아져 비탈진 바위를 때리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웅장하다.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아 ‘비룡폭포’로도 불린다. 폭포 주변에는 지난 겨울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어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장백폭포 아래서는 온천수를 이용해 삶은 달걀과 옥수수를 팔고 있다. 섭씨 80도가 넘는 온천수에 반숙으로 삶아낸 달걀은 수란처럼 부드럽고 특별한 맛이 느껴졌다.

백두대간(白頭大幹), 한반도 모든 산의 시발점, 백.두.산. 언젠가 분단된 한반도가 하나가 되어 육로를 통해, 북한 쪽 동파를 따라 병사봉에 올라 천지를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천지에서 흘러 온 물이 68m 수직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장백폭포.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인데도 폭포 아래에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이 남아 있다.



▎백두산 천지를 찾는 관광객의 90%는 중국인들이다. 끝없이 긴 줄을 이루며 천지 주변을 둘러쌌다.



▎백두산의 북한령인 동파 지역에서 북한군이 이동하고 있다. 2018년 9월 2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백두산 천지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승합차들.



▎장백폭포 입구에서 온천물로 삶은 달걀과 옥수수를 팔고 있다.



▎백두산 자락 옌지에 위치한 농심 백산수 신공장은 백두산 해발 670m 원시림보호구역 내 ‘내두천’의 천연화산암반수를 이용해 만든다.



▎백두산 북한령 동파 지역 천지 물가에 북한군이 모여 있다.


- 사진·글 김종호 기자 kim.jongho1@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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