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앙 웬의 작품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소위 5세대라고 불리는 문화혁명을 체험한 동시대의 다른 중국감독들 혹은 90년대 등장해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6세대 감독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뭔가가 있다. 그의 작품은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고 무게를 잡지도 않으며 눈길을 끄는 전통미로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가 잊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슬쩍 들추면서 그 시대와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2차 세계대전 말기 중국의 외진 마을, 전쟁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마을 주민들은 일본군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나’라고 밝힌 귀신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마다산의 집에 침입하여 두 개의 자루를 맡기고 사라지면서 마을 주민들의 평화가 위기를 맞는다. 자루 속에는 일본인 병사와 통역관이 들어 있었던 것. 이를 신고하거나 죽이면 마을 주민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나’의 협박에 주민들과 마다산은 그들을 창고에 감추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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