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부품기업 독일 보쉬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 업체가 있다. 더 시스템이다. 일본이 생각지도 못한 기술력으로 GM을 뚫은 업체도 있다. 창신정밀이다.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닐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지방에 있는 작은 부품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지방에는 빼어난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을 위협하는 숨은 부품소재업체가 적지 않다.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영세하다는 이유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27주년 특집으로 지방의 기술력 있는 부품소재업체를 찾았다. 첫째는 부산·경남편이다.
부산 사상구 낙동대로 1468번지. 인근에 낙동강 지류인 삼락천이 유유히 흐른다.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이다. 소음으로 귀청이 울린다. 낙동대로 주변 골목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삼락천 공사 때문이 아니다. 부품과 소재를 깎는 소리 탓이다. 이곳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부품소재산업단지 ‘사상공업지역’이다. 1000여㎡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부품소재업체 2447개가 둥지를 틀고 있다(미등록 부품소재업체까지 포함하면 6500개에 달한다). 1986년 도시지역정비사업으로 조성된 사상공업지역은 한국 부품소재업계의 축소판이다. 부산판 구로공단으로도 불린다.
이곳엔 영세기업이 많다. 부품소재업체 2447개 중 종업원 수가 50명 이하인 소기업은 2378곳이다. 전체의 97%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것도 같다. 4월 9일 토요일 오후 1시가 넘었는데도 사상공업지역의 부품소재공장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돌아가고 있었다. 한 부품업체에 다니는 근로자 이형락(42)씨는 “토요일에 쉬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주5일제 근무는 이곳에서 다른 세상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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