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한 중소부품업체가 느닷없이 쓰러졌다. 자녀 2명을 둔 가장은 직장을 졸지에 잃었다. 이 가장은 이듬해 4억원을 들여 부품기업을 차렸다.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턴 것도 모자라 친지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 봤자 종업원이 달랑 한 명뿐인 영세 부품가공업체. 부품공장도 빌려 써야 했다. 컨베이어벨트 롤러 제조업체 창신정밀의 신창렬(52) 사장. 그는 1990년대를 ‘암흑기’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세 임대 부품업체 사장이 그였다.
이런 신 사장이 일본 롤러업체마저 깜짝 놀랄 부품을 개발해 삼성전자·GM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게 될지는 누구도 몰랐다. 비결은 뼈를 깎는 R&D(연구개발)에 있었다. 신 사장은 원래 자동차 유압기용 부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았고, 마진이 크지 않았다. 바로 그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게 컨베이어벨트였다. 신 사장은 무릎을 탁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품을 운반하기 위해선 컨베이어벨트가 필요하다. 이 벨트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롤러를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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