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그들은 어떻게 정상에 올랐나 - 영원한 1등은 없다 

2000년 이후 업계 1, 2등 자주 바뀌어…2등 기업 과소평가한 기업 왕좌 못지켜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영원한 강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 순간 방심으로 오늘의 1등이 후발주자에 밀리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도 누구에게나 있다. 2등에서 1등으로 올라선 국내외 기업의 역전비결을 분석했다. 이들의 공통된 역전 원동력은 변화, 도전, 그리고 발상의 전환이었다.

마라톤 경기에서 선두로 질주하는 선수는 더욱 많은 피로를 느낀다. 자신을 바짝 추격하는 2등을 시종일관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스 도중 장애물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1등의 몫이다. 이런 면에서 1등을 추격하는 2등은 상대적으로 편하다.

1등 뒤를 조용히 추격하면서 ‘역전타이밍’을 노리면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2등에서 1등에 오른 기업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2000년 이후 두드러진다. 소비재·화학·IT·자동차 분야에서 10년 이상 정상을 지킨 1등 기업이 무너지거나 왕좌를 빼앗겼다. 화학분야에선 듀폰이 다우케미컬에게 2002년 역전 당했다. 신일본제철이 정상을 오랫동안 지킨 철강 분야에선 2003년 아르셀로미탈이 새로운 챔프에 등극했다. 소비재 분야는 2005년 유니레버에서 P&G로,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2008년 IBM에서 삼성전자로 1등 기업이 바뀌었다.

왕좌를 빼앗긴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2등 기업의 도전을 과소평가하거나 안이하게 대응했다. 새로운 시도를 꺼린 탓에 연구개발(R&D)를 주저한 기업도 1등 자리를 내줬다. 노키아, 코닥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다.

2등 기업의 역전 드라마에도 공통된 시나리오가 있다. 먼저 발상의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 정상에 올랐다. 애플이 그런 기업이다.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IT업계가 불황에 빠져들었다. 2000년 미국 IT기업의 매출은 1999년 대비 10% 가량 줄었지만 애플은 R&D 투자를 전년보다 40% 이상 늘렸다. R&D 투자의 열매는 2007년부터 본격 여물었다. 공전의 히트작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은 IT업계의 절대강자로 다시 떠올랐다.

오비맥주도 ‘오비를 버리는’ 발칙한 전략으로 정상을 탈환했다. 오비 브랜드 대신 카스를 전진배치 한 게 대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비맥주는 ‘톡 쏘는 맛’이라는 개념을 앞세운 카스 후레쉬를 선봉으로 풍부하고 부드러운 거품과 다양한 맛에 제품으로 젊은 층부터 중년층까지 공략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시장점유율 50.2%를 기록, 하이트진로를 앞서기 시작했다.

폴로(follow·따라가기)전략으로 1등 기업을 추월한 곳도 있다. 폴로전략은 1등 기업의 전략을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옴니아 시리즈는 사실상 실패작이 됐다. 삼성전자는 혁신의 고삐를 강하고 빠르게 쥐었다.

옴니아의 실패 이후 삼성전자는 연구원들은 24시간 교대근무하며 아이폰에 대적할 스마트폰 개발에 열을 올렸다. 연산장치부터 통신기능 칩, 기억장치(메모리반도체), 화면(디스플레이)은 물론 카메라, 배터리 등 주요 부품까지 직접 개발에 나섰고 2008년 갤럭시가 출시됐다.

반면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폴로전략에 실패했다. 시장에는 스마트폰 붐이 일고 있었지만 노키아는 ‘피처폰’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놓친 노키아는 올 1분기 13억4000만 유로(약 1조98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원영 연구원은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제때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그게 바로 2등이 1등을 누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1138호 (2012.05.2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