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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끊나지 않는 중국 경제 위기론 - 금융 불안보다 구조조정 후폭풍이 걱정 

지방부채·부동산 버블은 통제 가능 … 美 국채 내다 팔면 제2 금융위기 터질 수도 




7월 3일부터 이틀 간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분야에선 김치 수입 약속만 남기고 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은 이미 3월에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다. 원·위안화 거래소 설립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는 중국이 바라는 바고, 국내에서도 설립이 추진 중이었다. 지금 우리나라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끊이지 않는 중국 경제 위기론이다.

그동안의 비관적 예측은 거의 모두 빗나갔다. 그러나 중국발 위기론은 여전히 꿈틀거린다. 최근에는 그동안 숱하게 지적된 위기 요인보다는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경제 위기론의 실체를 들여다 봤다. 대중국 수출이 줄고 세계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는 한국의 ‘차이나 리스크’도 짚어봤다.


중국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를 가뿐히 넘긴 몇 안 되는 나라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9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9.1%. 그 해 세계 경제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4%) 성장을 했다. 미국은 -2.6%, 일본은 -5.2%, 독일은 -4.7%, 한국은 0.2%였다. 2010년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올랐을 때도 중국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25%나 늘었고, 10.3%라는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뤘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2위 자리에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경제 붕괴론과 중국발 금융위기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이 그 즈음이다. 정부 돈 4조 위안(약 730조원), 은행 대출 20조원(약 3650조원)을 풀어 인위적으로 부풀린 거품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금도 국내외 언론의 단골 뉴스다.

결론적으로 거의 모든 위기 예측은 빗나갔다.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위기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 붕괴론, 중국발 금융위기설은 잦아들지 않는다. 위기 시점만 뒤로 늦췄을 뿐이다. 2013년에 중국 제조업과 부동산이 붕괴할 것으로 예언했던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중국 경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는 등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를 예언해 왔던 앤디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붕괴 시점을 2015년으로 늦췄다.

비관적 예측 대부분 빗나가

중국 위기론이 전혀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버블,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기업 부채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값싼 수출로 중진국에 진입한 중국이 남미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처럼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동시다발로 터지면,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 중국 붕괴·위기론의 골자다.

여전히 견해는 극단으로 갈린다. ‘서구가 만든 허상이고 과도한 우려’라는 의견과 ‘복잡한 난제인 것은 맞지만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중국 붕괴·위기론의 요인을 살펴보면 현재로서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린다. 먼저 그림자금융 부실로 위한 위기설.

그림자금융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는 전통적인 은행의 여신 업무를 제외한 모든 금융 활동을 말한다. 중국 위기론자들은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과도하고, 증가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2009년 이후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은행 대출을 규제하면서 중국에서 그림자금융은 급팽창했다. 돈은 필요한데 은행 대출이 막히니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0%가 증가했다.

이런 그림자금융이 부실로 이어져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발표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대략 16조(약 2600조원)~32조 위안(약 5200조원)으로 추정된다. 중국 GDP의 33~60% 수준이다. 우 샤오링 전 중국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 그림자금융 규모는 약 27조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그림자금융 비중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 GDP 대비 그림자금융 비중은 미국이 160%, 유럽연합(EU)이 175%, 영국은 470%다. 우리나라는 102%다. 또한 전 세계 그림자금융 비중 역시 미국이 35%, EU 33%, 일본 6%인 것에 비해 중국은 3%에 불과하다. 또한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그림자금융 확대를 규제하는 정책을 강력히 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림자금융 부실로 인한 위기론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역시 위기론의 한 기둥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이른바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중국 주요 도시 부동산값은 4~6배 올랐다. 198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약 13배 정도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부동산 붕괴론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올해까지도 상승률만 꺾였을 뿐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투기세력 영향도 있지만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3월 24일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면 달러화 가치는 폭락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부동산 금융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하나의 부동산 상품을 잘게 쪼개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레버리지를 일으킨 미국과 달리 중국 부동산 상품에는 레버리지가 거의 없다. 또한 중국 내 은행의 총 대출 중 부동산 대출 비중은 20% 정도여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해 미회수 대출이 늘어도 은행이 감내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버블은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당장 붕괴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위기에 선제 대응

지방정부 부채 역시 중국 위기론에서 빠지지 않는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경기 부양에 편승해 엄청난 대출을 일으켰다. 중앙정부가 지방채 발행을 금지하자, 지방정부는 2008년 이후 8000개 넘는 도시개발투자 회사 등을 설립해 채권을 발행하고 국영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이렇게 빌린 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조(약 2750조원)~20조 위안(약 3250조원)으로 추정된다. 2007년에는 4조5000억 위안이었다. 이로 인해 집값이 폭등하고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됐다. 서구 학자들은 지방 정부의 세입보다 대략 8배 이상 많은 부채를 절대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방정부 부채가 중국 경제의 위협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중국 지방정부가 빌린 부채 중 만기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해에 각 지방정부는 토지를 매각해 정상 상환을 했고, 매년 도래하는 상환액도 점차 줄고 있다. 또한 중국은 지방정부의 수입 중 70%가 중앙정부 보조금일 만큼 중앙집권화돼 있어, 설령 부채 상환을 못해 일부 지방정부가 디폴트 상황에 빠지더라도 중앙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채권시장 붕괴설은 최근 주목 받는 위기론 중 하나인데, 이 역시 과도한 우려라는 견해가 많다. 올 3월 태양광 업체인 상하이 차오르솔라와 철강기업인 하이신철강이 만기가 도래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 국내외에선 중국 채권시장 연쇄 부도 가능성을 크게 다뤘다.

하지만 올 3월 말 현재 중국 채권 발행 잔액은 26조 위안. 이 중 기업체가 발행한 채권은 2조4000억원 위안 정도로 미미하다. 또한 빚을 못 갚아 부도가 나는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바라는 결과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태양광·철강·시멘트 등 19개 공급과잉산업을 지정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부실 기업을 털기 위해서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국의 공산당 독재가 산업·금융·사회 구조를 왜곡해 분배 문제가 심화되고, 민중이 반발하면서 중국이 중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진국 함정의 골자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에도 7.7% 경제 성장을 이뤘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2012년 이미 6000달러를 넘어섰다. 일부 서방 세계의 우려처럼 소수민족 이탈로 중국 대륙이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듯 중국 붕괴론, 중국발 경제 위기론은 중국 내부 사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사과나무 몇 그루가 썩었다고 해서 과수원 전체가 썩었다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고성장의 후기 단계에서 숨 고르기 하는 나라의 변화를 붕괴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는 말처럼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해 결과적으로 위기 예언을 실패로 돌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심각한 위기론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구조조정 후폭풍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과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을 지낸 김영익 서강대 겸임교수는 최근 <3년 후 미래>라는 책을 통해 과잉 투자 후유증을 털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31쪽 참조). 요지는 이렇다. 중국 정부가 19개 산업 구조 조정에 나선 것은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中 구조조정이 달러 가치 폭락으로 이어지면 문제

이 과정에서 그림자금융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은 직접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고 금리 자유화를 확대하고 있다.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바꾸려는 중국 정부 입장에선 위안화 가치를 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그동안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부실을 털기 위해선 대규모 공적 자금이 필요한데, 중국 정부가 팽창적인 재정 정책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4월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2630억 달러(약 1270조원)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만약 중국이 국채를 내다 팔고, 다른 나라들이 동참하면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수 있다. 이런 주장은 최근 외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영익 교수는 “달러 가치 폭락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중국이 우연이든지 의도적이든지 그 시점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2016~2017년 중국이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기 과정에서 달러 가치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1245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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