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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2014 상반기 수입차 시장 결산 - 독일 디젤차 가속도 붙어 

판매 톱 10 중 9대 차지 … BMW 520d 전체 1위 


▎메르세데스-벤츠 E 220 CDI.

▎BMW 520d.



독일 디젤차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7만대 고지를 넘은 수입차 판매량이 올 상반기에는 9만대를 돌파하며 최다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 빠르게 성장 중인 한국 수입차 시장이지만 브랜드별로 희비는 엇갈린다. 독일 브랜드는 크게 웃었고, 일본과 미국 브랜드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수입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BMW로 2만268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가 1만6642대, 폴크스바겐이 1만5368대, 아우디가 1만3536대를 판매했다. 나란히 1만대 판매를 돌파한 독일 4강의 상반기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무려 71.1%에 달한다. 일본·미국·영국 브랜드 판매는 모두 합해봐야 28.9%에 불과하다.

최악의 실적은 미쓰비시가 기록했다. 이 브랜드는 상반기에 단 한대의 차량도 판매하지 못했다. 일본차 관계자는 “독일차 선호도가 유난히 높다 보니 비슷한 성능의 일본 차량 판매가 저조한 편”이라며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새로운 디젤 모델을 한국에 출시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독일 브랜드의 강세는 디젤 모델이 이끌고 있다. 일본과 미국 브랜드에 비해 한발 앞서 개발한 고효율 엔진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상반기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 모델은 모두 6만4427대로 68.3%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4만4601대) 대비 44.5% 증가했다. 이와 달리 가솔린 모델의 점유율은 28.1%(2만6486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소폭 하락(-1.5%)했다.

상반기 수입차 베스트셀링 톱10을 살펴보면 독일산 디젤 모델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BMW 520d가 3863대로 판매 1위를 차지했고,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3675대),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3052대)가 뒤를 이었다. 톱10 판매 차량 가운데 독일산 디젤 엔진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은 8위를 기록한 도요타 ES300h가 유일했다. ES300h가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것을 보면 수입차 구매자들이 연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독일 디젤 차량은 지난 수년 간 꾸준히 강세를 보여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독일 브랜드들은 올해도 다양한 디젤 차량을 출시하며 판매 몰이를 계속했다. 올해 출시된 디젤 수입차는 아우디 A3 세단, 벤츠 CLA클래스, BMW 2시리즈 쿠페 등 8종으로, 수입 신차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하반기 수입차 시장에는 BMW X4·X6, 벤츠 GLA클래스 등 9종의 디젤 차량이 등장한다. 6월 30일 푸조는 해치백 ‘뉴 308’을 출시하며 하반기 신차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닛산은 일본 대중차 최초로 디젤 엔진을 장착한 SUV 캐시카이를 출시한다. 크라이슬러는 지프의 SUV 신형 체로키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독일차 한국 수입차 시장 71% 장악

수입 디젤차에 맞서 국산차들도 하반기에 디젤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르노삼성차는 1.5리터 다운사이징 디젤 터보엔진을 장착한 ‘SM5 D’를 준비했고, 기아차는 하반기 중으로 신형 쏘렌토를 출시할 계획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과거 디젤 차량은 승차감이 불편하고 매연이 많이 나온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유럽 고성능 디젤 모델이 속속 출시되며 가장 선호하는 차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2000cc 이하 소형 수입차 인기도 이어졌다. 전체 수입차 판매의 55.7%를 2000cc미만 수입차가 차지했다. 젊은층의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지자 2000만원대 수입차를 연달아 출시하며 공략에 나선 결과다. 미니(MINI)는 3세대 모델 최저가를 2990만원으로 책정했고, 도요타는 올 하반기 판매가를 2000만원대 중반까지 낮춘 캠리2.5 모델을 국내 시장에 투입한다.


▎가장 싼 수입차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닛산 큐브와 피아트 친퀘첸토(오른쪽).
가격에 민감한 30대들이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르면서 일어난 일이다.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가격 거품을 빼는 수입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푸조자동차를 공식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6월 해치백 모델인 208 에코의 1.4 e-HDi를 2390만원에 내놨다. 국내 수입 디젤 승용차 중 가장 싼 가격이다.

‘가장 싼 수입차’ 타이틀을 놓고선 닛산 큐브와 피아트 친퀘첸토가 경쟁 중이다. 1800cc급 박스카인 큐브가 2260만원으로 2270만원인 친퀘첸토 팝(1400cc)에 근소하게 앞서지만 할인 정책에 따라 구입가격이 바뀐다. 폴크스바겐 폴로 1.6 TDI 모델이 2530만원으로 가장 싼 수입차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옵션을 줄이고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모델이 늘고 있다”며 “개성을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주고객이라 가격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반기에 수입차를 구매한 사람의 27%가 20~30대 소비자로 나타났다. 수입차는 고급 대형 세단이란 이미지가 사라졌고, 누구나 타고 다닐 수 있는 운송수단이란 이미지도 젊은층의 수입차 판매를 이끌었다.


상반기 수입차 시장의 특징으로 양극화 현상도 꼽힌다. 2000㏄ 미만 차량과 함께 대형 럭셔리 차량 판매도 늘었다. 4000cc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최근 3년 내리 판매량이 감소하다 올해 들어 반전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년 만에 상승했다. 상반기 4000cc 이상 대형 차량 판매는 2775대로 전년 동기(1720대)에 비해 1000대 이상 급증했다.

2000cc 이하 소형 수입차 강세

수입차 업체들은 상류층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차량을 국내 들여와 잠재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다. 고급 수입차 판매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포르쉐다. 2012년 1516대, 2013년 2041대로 최근 2년 간 매년 30%가량 성장한 포르쉐는 상반기에만 1219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1.3% 이상 늘어난 실적이다.

최저가 모델이 2억~3억원을 육박하는 벤틀리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64대를 판매했던 벤틀리는 올해 상반기에만 16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3.3% 늘어난 실적이다. 지난해 16대를 판매했던 롤스로이스는 3대 늘어난 19대를 판매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마세라티 관계자는 “상반기에 전년 대비 두 자리 대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분간 수입차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차 수요가 몰리는 하반기에 수입 신차가 쏟아지는 데다 7월부터 적용된 유럽차 관세 철폐도 수입차 판매신장을 가속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 디젤 모델이 주도하는 시장을 놓고 미국과 일본 브랜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한국에서 물량공세를 예고한 미국·일본 브랜드의 배경에는 한국 수입차 시장의 빠른 성장이 있다.

한국은 지난 10여년 간 매년 20%대의 성장을 기록한 유일한 국가다. 절대 판매량은 적지만 안정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란 장점이 있다. 새로 출시하는 차량의 장단점을 먼저 파악해 볼 수 있는 시장이란 장점도 있다. 25개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고 소비자는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까다로운 편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을 주도한 국가는 미국→독일→일본→독일 순이다.

지금은 독일 디젤차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려워 보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한국 시장의 특성상 2~3년이면 점유율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대성 전무는 “한국 수입차 시장을 주도한 국가와 브랜드는 항상 변해 왔다”며 “다음 성장을 이끌 브랜드가 어느 곳이 될지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246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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