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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창씨개명 

일본 정규교육을 오롯이 받은 3세대는 ....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From the Newsroom

 

 

 일본 오사카에는 교포들이 많이 삽니다. 일제 식민지 때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1세대들이 2차 대전 이후 대도시 오사카에서 똘똘 뭉쳐 살았기 때문입니다. 빈털터리 1세대가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면, 차별을 받던 2세대는 자영업을 중심으로 사업체를 키워냈습니다. 일본 정규교육을 오롯이 받은 3세대는 일본 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겉으로 봤을 때는 물론, 말이나 문화 모두 완벽한 일본인입니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 없는 일본에서는 주소나 호적 등을 추적하지 않는 한 3세대 교포가 일본인인지 아닌지 구별해내기 극히 어렵습니다.

 오사카 시내에서 교포 3세를 만났습니다. 고시로 전문직종 자격증을 딴 뒤 교토에서 일하는 40세 남성입니다. 한국말을 알아듣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일본어가 훨씬 더 편하답니다. 그의 명함에는 한자로 된 한국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이제는 재일교포라는 게 일본에서 비즈니스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오사카는 교포가 많아서 한국 이름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는 가능하면 한국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인이라는 장애와 편견을 이겨내고 싶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그는 일본인들을 만날 때면 일본 이름이 적힌 명함을 쓸지 말지 고민한답니다. “교토처럼 일본인들이 많은 곳에서는 아무래도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최근에 그는 아들 이름을 일본식으로 써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일 간 역사 문제나 독도 이슈 등이 불거지면 다음날 학생들이 이름에 따라 나눠 싸우기도 한답니다. 아울러 훗날 아들이 도쿄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차별받지 않길 바랐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하거나 별도의 일본 이름을 가진 교포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일본 이름을 씁니다.

 재일교포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뭐 하나 해준 것 없는 조국입니다. 늘 그랬듯 지난 8·15 경축사에서도 재일교포에 대한 정책은커녕 따뜻한 말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창씨개명한 이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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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2호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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