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현대차 신형 ‘투싼’ - 넉넉한 실내 공간에 정숙성 갖춰 

티구안·캐시카이의 대항마 … 다소 비싼 가격은 흠 


▎사진:현대차 제공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은 판매 대수가 말해 준다. 그렇다고 잘 팔리는 차가 항상 잘 만든 차라는 등식은 아니다. 현대자동차 신형 투싼은 초반부터 잘 팔릴 조짐을 보인다. 계약 대수도 1만대를 넘겼다. 잘 팔리는 차와 잘 만든 차는 다르다. 상품성이 떨어져도 마케팅의 힘으로 잘 팔리는 차가 있다. 잘 만들었지만 인지도가 떨어져 시장에서 고전하는 차도 있다. 잘 만든 차는 품질, 성능 등 객관적인 지표를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 끈다. 후속 모델이 나오면 곧바로 새 차로 바꾸는 높은 충성도로 이어진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대가 좁혀지면서 잘 팔리는 차와 잘 만든 차의 구분이 더 필요하다. 판매 대수로는 늘 국산차가 우세하기 때문에 잘 만든 차로 착각하기 쉽다. 차의 진정한 가치를 따져보려면 잘 만든 차를 구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현대 투싼은 올해 나올 국산 신차 가운데 소비자의 관심이 몰리는 대어급이다. 신형 투싼은 이전 세대에 비해 껑충 키와 폭이 자랐다. 길이와 폭은 각각 65, 30mm 커지고, 실내공간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30mm 길어졌다. 현대차의 기술력 가운데 실내공간을 뽑아내는 패키지 능력은 가히 세계 톱 수준이다. 크기도 커졌지만 패키지는 소형 SUV 임에도 중형 SUV 크기로 느낄 정도로 널찍한 공간을 확보했다. 앞은 물론이고 뒷좌석도 여유있다. 트렁크도 큼지막하다. 한 단계 위급 모델로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존 투싼의 이미지를 이어받았다. 정갈하게 다듬으면서 싼타페와 형제지간임을 보여 준다. 스타일은 싼타페를 축소시켜 놓은 모습이다. 기존 모델에서 확 바뀌는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YF 쏘나타 같은 파격보다 NF 쏘나타의 안전을 택한 듯하다. SUV 라인업의 아이덴티티가 부각돼 통일감이 느껴진다. 큰 그릴은 다소 부담스럽다. 그릴의 상단 모서리와 헤드 램프가 맞닿는 부분은 두툼한 크롬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우디가 최근 Q3와 Q7 페이스 리프트에서 선보인 새로운 디자인 디테일과 비슷한 요소다.

SUV 라인업의 아이덴티티 이어져


▎신형 투싼은 소형 SUV인데도 중형 SUV급의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 사진:현대차 제공
뒷모습은 앞부분과 비율적 통일성을 강조했다. 가늘게 위로 붙은 테일 램프 때문에 여백이 조금은 커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테일 게이트에 철판이 분리돼 보이는 길다란 가로줄이다. 처음에는 아래위가 분리돼 열리는 ‘클램 쉘’ 도어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기대를 하고 열어 봤지만 일체형이다. 왜 가로줄을 그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낼 뿐이다.

실내는 깔끔하고 잘 정돈돼 있다. 눈에 잘 보이거나 손길이 닿는 부분은 폭신한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원가절감으로 표현되는 저렴한 소재를 사용했다. 3000만원 전후의 가격을 계산해보면 전체적으로 실내 인테리어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경쟁 수입차에 비해서 현대차가 확실히 앞서는 부분이다. 2.0L 디젤은 최고 186마력, 최대토크는 41.0kg·m가 나온다. 수치만 봐도 넉넉한 파워다. 변속기는 기존 모델과 같은 6단 자동이다. 엑셀 페달 응답도 좋아졌고 변속도 늘어지는 타이밍이 그리 길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시원스럽고 경쾌한 주행 능력을 보여준다.

시승차는 새로 추가된 1.7L 디젤 모델이다. 7단 더블클러치기어(DCT)와 결합한다. 최고출력은 141마력, 최대토크는 34.7kg·m다. 2.0L에 비해 힘 차이가 확연하게 구분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넘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이끌어 내기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판매도 1.7L가 훨씬 더 많다. 변속이 빠른 DCT를 통해 동력 전달이 빨리 돼 체감상 가속이 빠르게 느껴지는 게 한 이유다. 투싼 급에 가장 적당한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보인다. 1.7 모델이 기본형이라면 2.0은 여분의 파워를 지닌 상위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현대차의 고질적인 불만사항이었던 모터 구동 전동 스티어링(MDPS)의 이질감이 상당히 개선됐다. 스티어링 감각은 무던하다. 편안한 운전과 조향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듯, 적당히 죄는 느낌이다. 승차감은 상당히 부드럽다. 유럽보다는 미국 시장을 고려한 듯하다. 대신 급가속을 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앞뒤로 요동을 친다. 경쟁 수입차인 폴크스바겐 티구안에 비해 서스펜션의 세련미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진동과 정숙성에서는 경쟁 수입차보다 한 수 우위다. 닛산 캐시카이, 폴크스바겐 티구안보다 더 조용하다. 공인 연비는 2.0과 1.7이 각각 L당 14.4, 15.6km다. 1.7 모델로 시내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탔다. 평균 12∼13㎞/L의 연비가 나온다. 실연비도 나쁘지 않다.

가격은 현대차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민감하게 불거지는 문제다. 시승한 1.7 최고급 모델은 3000만원을 넘어선다. 2.0 최고급 모델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3745만원까지 올라간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을 2.0 모델은 중간급에 옵션 일부를 더하면 3000만원 전후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준중형 국산 SUV 가격치고는 체감 가격이 높은 편이다. 투싼이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폴크스바겐 티구안(4륜구동) 기본형의 가격은 3900만원이다. 4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프로모션과 할인을 적용하면 실제 구입가는 3500만원 이하로 떨어진다. 가격 차이가 몇 백만원 이내로 좁혀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싼이 티구안보다 비싸진다. 1.7도 동급인 닛산 캐시카이(기본형 3050만원)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물론 가격 대비 옵션이나 AS 편의성 등을 따지면 투싼이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수입차를 사는 사람들은 옵션에 목을 매지 않는다. 브랜드와 기본기를 더 중요시한다(3월 티구안은 1046대나 팔렸다).

부드러운 승차감

투싼 가격은 싼타페와도 겹친다. 싼타페 2.0의 가격은 2817만~3318만원, 2.2는 3025만~3358만원이다. 투싼 중급에 고급 옵션을 더하면 싼타페보다 비싸진다. 아반떼를 사려다 조금 더 보태 쏘나타로 넘어가는 것처럼, 투싼을 사려다 싼타페로 넘어가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마도 현대는 다음 싼타페 페이스 리프트 신모델을 내놓을 때 가격을 훌쩍 올려 차이를 벌려 놓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신형 투싼은 잘 만든 차다. 모처럼 나온 수작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 경쟁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껑충 뛴 가격은 불만이지만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만 고집하는 정가 판매제 역시 소비자를 무시하는 정책이다. 분명 권장소비자 가격인데 대리점이 할인해줄 요소를 통제하는 수단이다. 수입차는 10% 할인이 기본이 된 지 꽤 오래다. 신차를 살 때 여러 딜러에게 견적서를 받고 비교해보는 것도 소비자에게 무시할 수 없는 권리이자 재미다. 최종 가격 결정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 3000만원짜리 제품을 사는데 30만원도 할인 해주지 않는 자동차 메이커는 한국의 현대·기아차 뿐이다.

1282호 (2015.04.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