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 등 건설업계 혁신의 아이콘...
경영 복귀 후 2년 만에 충당금 털어내고 흑자 전환...
면세점 진출 성공 여부에 촉각
1999년 현대산업개발 CEO에 취임한 정몽규(53) 회장의 첫 일성은 ‘디자인 경영’이었다. 디자인을 건설사 경영의 키워드로 꼽은 것은 정 회장이 처음이었다. 당시 국내 아파트들은 깍두기를 썰어놓은 듯한 판상형 구조와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일관됐다. 38세의 젊은 CEO가 취임과 함께 던진 메시지에 건설업계도 갸우뚱했다. 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대거 기용, 다른 건설사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정 회장의 전망처럼 아파트 시장에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등 큰 변화가 일었고, 아파트의 디자인과 생활편의 등에 따라 건설사 순위가 매겨지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의 예측과 그에 따른 준비 덕에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는 여전히 아파트 브랜드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
현대산업개발의 실적 부진도 정 회장은 특유의 정면 돌파로 뚫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업계 전반에 암운이 드리웠는데, 주택사업 비중이 큰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실적 악화가 더욱 심했다. 2012년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4분의 1까지 떨어졌고, 2013년에는 147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신용등급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정 회장은 2012년 복귀, 경영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모두 맞으며 혁신에 나섰다. 영업적자의 원흉이었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충당금을 2013년 모두 털어내고, 자체사업으로 전환, 자산으로 환입시켰다. 또 최근 1~2년 동안의 부동산 훈풍을 타고 15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각하는 한편, 마진이 낮은 사업장의 준공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수원·위례신도시 등의 고마진 주택 사업지의 매출이 늘어난 덕에 수익성도 개선됐다. 이 덕에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 4조4774억원, 영업이익 2253억원을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PF를 많이 줄인 영향으로 부채비율도 191%에서 161%로 급감했다. 이 같은 고난의 행군 중에 정 회장은 과감히 무보수 경영을 선언, 시장 및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경영 쇄신의 동력으로 삼기도 했다. 일반적인 오너 CEO, 재벌가 2세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최근에는 건설사 중 유일하게 면세점 등 유통업 진출을 꾀하는 등 달라진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호텔신라와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세우기로 한 것. 이 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에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단번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정 회장은 이를 통해 9년째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아이파크몰을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의 글로벌 쇼핑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최근 비전 선포식에서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차원에서 기존 사업 노하우와 연계한 상업용지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며 “유통부문 확대는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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