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드론 배송 시대 연 아마존의 혁신] 더 멀리, 더 빨리, 더 안전하게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아마존 프라임에어 13분 만에 배송 성공 … 규제·안전성 우려 극복해야

▎‘혁신의 아이콘’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송에 성공해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 사진:중앙포토
신기원(新紀元). 어떤 획기적인 일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일컫는다. 최근 전 세계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배송용 무인항공기(드론)의 성장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썼다. “처음으로 아마존 ‘프라임에어’를 통해 고객에게 13분 만에 상품을 배송했다!” 아마존이 만든 배송용 드론인 프라임에어는 영국 케임브리지의 연구실에서 출발, 하늘 길을 통해 파이어TV 셋톱박스와 팝콘 한 봉지를 인근에 사는 한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배송엔 약 13분이 걸렸다.

드론 해킹 방지 기술 주목


▎아마존의 배송용 드론 ‘프라임에어’의 모습
아마존의 영국 내 드론 배송은 이전부터 예고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 “영국 정부가 배송용 드론의 시험 비행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아마존은 세 갈래 시험 비행에 나섰다. 교외에서 조종사 시야를 벗어난 상태의 드론을 운행하는 시험, 조종사 한 명이 여러 드론을 조종하는 시험, 드론이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게 하는 장치 시험 등이 그것이다. 이는 향후 프라임에어를 실제 배송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성 검증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폴 마이스너 아마존 부사장은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드론을 이용해 주문한 지 30분 이내에 고객이 상품을 안전하게 받아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베저스가 트위터를 통해 ‘13분의 성취’를 강조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그간의 성공적인 시험 비행이 소기의 목표 달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첫 드론 배송이 본사가 있는 미국 대신 영국에서 이뤄진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미국 교통부 산하 연방항공청(FAA)은 그간 보안 문제와 안전상의 우려를 이유로 드론 관련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었다. 아마존의 거듭된 드론 배송 허가 요청에도 주저하던 FAA는 상업용 드론의 운행규정을 확정하고 지난해 8월 말 시행했다. 이후 지금껏 상업용 드론의 비행을 200건 이상 허가했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드론을 직접 볼 수 있게 시야선(visual line of sight)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원거리 배송은 여전히 쉽지 않다. 조종사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거리까지의 배송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FAA의 입장이다.

드론마다 조종사가 붙어있어야 하는 점도 제한적이다. 드론마다 조종사를 배치하려면 애초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물류비 절감이라는 드론 배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어그러진다면 기업들로서도 굳이 ‘독이 든 성배’에 도전할 필요성이 사라진다. 여기에 사람들 머리 위로 드론을 날려서도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도심에서 배송용 드론을 날리는 일을 미국 정부가 아직 허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의미”라며 “농촌 지역 물류창고에서 가까운 농장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정도만이 당분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규제를 이보다 더 완화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이들 요구대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원거리 배송이 완전히 가능해질 만큼 규제가 완화되려면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베저스가 “드론 관련 규정이 매우 잘 돼 있다”고 평한 영국은 관련 업계 시각에선 ‘여전히 다소 까다롭기는 해도’ 미국에 비해 규제가 덜 심한 분위기다. 이에 아마존은 영국을 드론 배송의 시발점으로 택하고 케임브리지의 연구실 등지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이번 배송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아마존은 케임브리지 인근 5.2제곱마일(8.3㎢) 내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드론 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배송 상품의 무게가 5파운드(약 2.3㎏)를 넘지 않아야만 주문을 할 수 있지만, 아마존 측에 따르면 전체 배송 상품의 87%는 이보다 가벼워 별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보다는 현재 극히 제한된 배송 지역을 어떻게 넓혀 가느냐가 과제다. 아마존은 지금보다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서 쓸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와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아마존의 혁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력 면에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서다. 예컨대 아마존이 미국에서 특허 받은 드론 해킹 방지 기술은 하늘을 나는 여러 대의 드론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위치와 방향, 고도 등을 대조해본다. 이때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해킹이 된 것으로 판단해 드론이 기지로 복귀하거나 임시 착륙한다. 무선 방해전파 발신기 등으로 드론 추락을 유도하거나, 배송 상품 절도를 시도하는 불순한 목적의 세력이 있어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배송 편의성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를 비행선의 형태로 만들어 하늘에 띄우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이처럼 기술 혁신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소비자의 높은 호응도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다. 아마존 프라임에어는 소비자가 번거롭게 주소를 별도로 입력하지 않아도 드론이 알아서 소비자 위치를 추적해 상품을 전달할 수 있다. 30분 내 배송이라는 광속 서비스에다 소비자 편의까지 우선 고려해 전 세계적으로 드론 배송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드론을 ‘4차 산업혁명(최신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산물 중 하나로 보는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도미니크 바튼 글로벌담당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규제 완화보다도 중요한 선결 과제”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생활수준을 개선하는데 꼭 필요한 변화임을 인지하고 적극 동참할 때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활용 가능성도 무한해진다는 얘기다. 드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드론 배송에 대한 열망이 커질수록 세계 각국 정부도 계속해서 규제를 완화해나갈 확률이 높아진다.

글로벌 기업, 드론 배송 경쟁 치열


▎프라임에어가 마련된 영국 케임브리지 실험실. / 사진:케임브리지뉴스 제공
이미 전 세계는 아마존처럼 드론 배송 실험에 한창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드론 배송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윙’을 통해 지난해 9월 멕시코음식 전문점 치폴레의 브리또를 미국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에게 배달했다. 미국에선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플러티가 지난해 11월 77건의 드론 배송에 성공하기도 했다. 같은 달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com)도 드론 30대를 투입해 일부 지역에서 배송 실험에 나섰다. 산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프랑스 우체국은 일부 우편물 배송에 드론을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총 비행거리 14.5㎞ 이내, 한 주에 한 번이라는 제한적 조건이 붙었지만 프랑스는 추후 우편물의 드론 배송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늘 길로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하기 위한 글로벌 드론 배송 경쟁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1371호 (2017.02.1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