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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국내 드론 상업화 선두기업 유콘시스템 송재근 대표] 中에 밀린 이유는 ‘기술’ 아닌 ‘도전’ 부족 

 

대전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신산업은 결국 시장 선점이 중요” … 드론 공공분야 내수 키워야 중국과 경쟁 가능

▎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가 대전 본사 쇼룸에서 최근 출시한 투척용 드론 ‘리모아이002M’(맨 앞)을 소개하고 있다. 자사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공간정보용 드론으로 지적·측량, 농작물 생육조사 등에 활용된다. / 사진:김성태 기자
“국내 무인기 개발 업계는 이미 군단급 드론을 제작한 기술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넓힐 생각은 못했어요. 중국의 DJI가 세계 드론 시장을 석권한 것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먼저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선점하지 못했으니 우리는 계속 따라갈 뿐이죠.”

2월1일 대전시 유콘시스템 본사에서 만난 송재근(57) 대표는 “20년 가까이 드론 제작을 하면서 시장의 성장은 보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며 “공공분야에서 먼저 국산 드론을 도입해야 시장도 커지고, 기술력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유콘시스템은 대한항공·한국우주항공연구원(KARI)과 함께 국내 3대 무인항공기 개발 업체로 꼽힌다.

2001년 창립한 유콘시스템은 국내 드론 시장에서 민간 업체로는 유일하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제작하는 기업이다. 드론 장비의 국산화를 선도하면서 2008년엔 대대급 무인항공기를 개발해 우리 군이 사용하는 두 번째 국산 군사용 무인항공체계를 공급했다. 2004년 아랍에미리트(UAE) 공군에 무인항공기 지상통제장비를 수출했으며, 2008년 농업용 무인 방제 헬기의 시판을 계기로 민수 시장에 진출했다.

대학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송 대표는 대우중공업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군단급 무인기 개발을 수행했다. 이후 동료들과 함께 2001년 8월 유콘시스템을 창업했다. 그는 “당시 드론이 주목받지 못한 산업인데다 프로젝트마저 끊기면서 개발팀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였다”며 “하지만 드론 개발을 멈출 수 없었고 당시 함께 일하던 연구원들과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드론 관련 규제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기 시장 창출”이라고 말했다. 중국 DJI가 전 세계 드론시장의 70%를 점유한 데에는 규제 개혁과 자국 제품 우선 구매 등 정부의 지원이 주요 원동력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DJI가 상업용 드론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200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항공 당국자가 ‘드론이 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기술력 차이보다는 시장을 놓친 것이 문제다. 초창기 배터리 기술이 부족해 운항시간이 10~15분 정도에 그치자 국내에선 ‘어디에 쓰느냐’는 회의가 앞섰다. 하지만 중국은 DJI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중국은 시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우리는 시장의 확대를 간과한 것이다.”

DJI와 국내 기업의 차이가 있다면.

“DJI는 시장 접근 방법이 좋았다. 우리는 드론을 항공기 자체로만 봤는데 DJI는 ‘콘텐트 플랫폼’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고급형을 개발해도 DJI의 시장점유율, 브랜드 인지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내수를 키워서 국내 개발 업체의 활동 무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하지만 공공분야에서 사용하는 공간정보용 드론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제품은 운용 실적이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군수용을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기술력과 안전성은 이미 보증된 것이다. 동일한 스펙을 갖추었다면 공공분야만큼은 국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규제 완화보다 우선 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산업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중국은 자국 제품을 키워 결국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지 않았나. 우리도 스타기업을 키워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분야의 드론 구입 기준과 실태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유지 전수조사를 위해 9억원을 들여 드론 30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경쟁입찰 구매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독일산 드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산은 촬영기술 등에서 경쟁력이 약해 독일 등 외국 드론의 선정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향후 3년간 2000억원대의 공공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도 공공수요가 향후 5년간 30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 대표는 드론 수입 업체의 횡포도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대대급 무인기 한 대 수입가가 9000만원이었는데 우리가 개발에 성공한 후 5000만원대로 떨어졌고, 생산을 시작하자 3000만원대로 낮아졌다”며 “그동안 폭리를 취한 것인데 이 고객들이 대부분 공공기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이든 지자체든 올해도 대부분 수입산을 채택하고 있다. 시장은 커지는데 국내에서 개발한 드론이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고 말했다.

1월20일 출시한 ‘리모아이002M’은 이 같은 국내 공공기관의 구매 행태를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다. 지적·측량 및 작황 조사 등에 활용 가능한 공간정보용 드론으로, 기존 군수용으로 양산되고 있던 제품을 민수용으로 개조·개발했다. 송 대표는 “동급 수입산 드론보다 넓은 지역을 촬영할 수 있어 측량, 3D지도 제작, 하천 생태 조사, 농작물 생육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측량 분야 선두 업체인 지형정보기술과 판매 협약을 체결해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공간정보 촬영 산업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민수용 드론 시장에 주력하는 것인가.

“지난해 자체 기술로 농업용 방제 드론 ‘리모팜’을 출시해 일부 자치단체에 공급했다. 올해는 측량용 드론, 전력선 감시용 드론, 정밀농업용 드론 등의 신제품을 대거 출시해 경쟁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0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25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

시장에 걸림돌은.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기득권 싸움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각 부처별로 드론 정책을 주관하는 곳이 다르고, 협회까지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인증 절차가 생기고 있다. 시장 확장성이 보이니까 국가보조금 등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비전문가들이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 문제다.”

송 대표는 “드론 개발과 활용의 정점은 사람이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또한 안전성과 법규 문제 등에 부딪치겠지만 이미 중국·영국·미국 등에선 시험단계에 이르렀다”며 “여기서도 시장 선점을 당해선 안 된다. 신산업은 결국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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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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