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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눈과 다른 렌즈 … 측광의 미학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
사진의 문법 만드는 빛을 보는 ‘포토아이’ 중요 … 노출 차이 따라 새로운 이미지

▎[사진1] ‘계란꽃’이라 부르기도 하는 개망초.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카메라 메커니즘의 기본 중 기본은 빛의 밝기를 정확하게 재는 일입니다. 이를 측광이라고 말합니다.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를 이용해 정확하게 빛의 밝기를 잰 다음 조리개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셔터를 열어두는 시간으로 밝기를 맞춥니다. 즉 조리개와 셔터타임의 조합으로 밝기를 조절합니다. 이를 ‘노출을 맞춘다’고 말합니다. 사진은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그림이 필름이나 CMOS라 부르는 화상센서에 맺혀 만들어 집니다. 측광이 잘못되면 사진이 하얗게 타거나, 검게 됩니다.

렌즈에 있는 조리개는 사람의 동공과 구조가 매우 흡사합니다. 사람의 눈은 밝을 것을 볼 때는 동공이 축소되고 어두운 것을 볼 때는 확대됩니다. 카메라 조리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눈은 ‘자동 측광’ 기능이 매우 뛰어납니다. 아주 빠른 시간에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따로따로 보며 그 형태를 파악합니다. 즉 밝은 부분도, 어두운 부분도 동시에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는 측광의 기준점이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적인 밝기만을 기록합니다. 밝은 부분을 기준으로 노출값을 정하면 어두운 부분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검게 나옵니다. 반대로 어두운 부분을 기준으로 하면 밝은 부분은 하얗게 타게 됩니다. 그래서 해가 지는 모습을 등지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사람의 모습이 새까맣게 실루엣으로 나타납니다. 배경이 밝은 역광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때 얼굴을 기준으로 노출을 맞추면 배경으로 나오는 하늘이 하얗게 타버립니다.

어두운 부분 밝게 만드는 HDR 기능

이를 해결하려면 어두운 부분에 별도로 조명을 비춰야 합니다. 그러나 조명은 아주 넓은 지역에 고루 비추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물사진이나 한정된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전자기술이 발달해 한 프레임 안에서 밝기 차이가 클 경우 밝은 부분은 좀 더 어둡게 처리하고 어두운 부분은 더 밝게 하는 기능이 개발됐습니다. 이를 ‘HDR(High Dynamic Range)’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진이 부자연스러워 잘 쓰지 않습니다.

측광 기준이 하나라는 것은 사진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잘 활용하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눈과 렌즈는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이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진은 사진 특유의 표현 문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사진1]은 여름철에 흔히 보는 개망초입니다. 계란처럼 생겼다고 해서 ‘계란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개망초는 해가 지면 꽃잎을 닫습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에 개망초 군락을 보면 마치 하얀 별이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흰색인 꽃잎을 노출계로 정확하게 재면 녹색 잎이나 줄기보다 훨씬 더 밝게 나옵니다. 더구나 꽃은 맨 위에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밝은 하늘 부분으로 향해있습니다. 흰색이기 때문에 반사효과도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잎과 줄기, 바닥에 있는 낮은 풀은 훨씬 더 어둡습니다. 이 노출 차이를 이용하면 눈으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꽃잎을 닫은 개망초가 마치 캄캄한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역광 이용하면 더욱 강렬한 이미지 얻을 수 있어


▎[사진2] 이른 봄에 피는 목련.
흰색으로 된 피사체는 노출값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노출값이 과해도 흰색으로 나타납니다.그래서 노출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아마추어들이 찍는 흰색 꽃은 대부분 노출값이 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왜? 흰색이기 때문입니다. 흰색이 흰색으로 나오는 최소한의 노출값을 주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색인 녹색은 더 어둡게 보입니다. 이러한 노출 차이에서 효과는 빛이 강한 대낮보다는 저녁 무렵에 더 잘 나타납니다. 빛이 강하면 잎이나 줄기의 섬유질이나 미세한 솜털이 빛에 반사됩니다. 흰색 꽃과 노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고 난 후나 그늘에서는 꽃과 잎의 밝기 차이가 많이 납니다.

[사진2]는 목련입니다. 목련은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옵니다. 이른 봄에 핍니다. 목련이 필 때는 배경과 주변이 어두운 갈색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초목이 잎을 열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흰색인 목련과 갈색인 배경과의 노출 차이도 큽니다. 같은 방법으로 사진을 찍으면 목련 꽃이 마치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역광을 이용하면 더 강렬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의 문법은 빛이 만들어 냅니다. ‘포토아이’는 빛을 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관찰력을 키우고, 노출과 측광, 초점 맞추기 등 기본기가 탄탄해질수록 그만큼 더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집니다.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1395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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