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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잘난 아내 갈등 극복]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출발한다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아내는 경쟁자 아닌 동반자...집안일은 기꺼이 도와야

▎사진:ⓒgetty images bank
그는 아내와 대학 동기다. 대학 내내 함께 고시를 준비했다. 아내는 졸업 후 1년 만에 시험에 합격해 원하던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로도 몇 년 더 시험을 준비했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포기했고, 지금 평범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내는 직장에서 꽤 잘나간다. 업무 실력을 인정받고, 직장 내 인간관계도 좋다. 승진도 빠르다. 아내는 집안일보다는 회사 일에 몰입해 있다. 아침 7시면 출근하고 야근은 물론, 지방과 해외 출장도 잦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집안일의 많은 부분이 그의 몫이 되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초등 시절 담임선생을 만난 것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보는 것도 그였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아내

물론 아내도 최선을 다해 안팎의 일을 해내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는 능력 있고 잘난 아내 때문에 그의 삶이 무기력해진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회사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자신을 생각하면 짜증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더 이상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젠 회사 일보다 집안일이 훨씬 좋고, 일보다 취미생활과 봉사가 더 즐겁다. 그렇지만 아내가 농담조로 회사 그만두고 집안일만 하라고 하면,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젊은 시절 꿈꿨던 성공, 명예는 이미 사라졌다. 집안일로 아예 주저앉기도 그렇고, 회사 일을 계속 무력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답답하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고용율은 남자(71%)가 여자(50%)보다 높지만, 대학진학률은 여자(75%)가 남자(68%)보다 높다. 전문직 여성의 비율을 보면 국회의원은 16%, 사법연수생은 42%, 의사는 25%나 된다. 여검사가 600명에 가깝고, 여군도 1만 명이 넘었다. 맞벌이 부부도 500만을 넘어 전체 가구의 42%를 차지한다. 결혼의 일차 조건으로 맞벌이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요즘 남자들은 결혼상대로 높은 학력, 탄탄한 직장, 다부진 성격의 여자를 선호한다.

잘난 아내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 남자들은 신붓감으로 내조(內助) 잘 하는 여자를 원했다. 남편이 회사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아내가 도와주는 것이다. 남자가 능력이 뛰어날수록, 어질고, 예쁘고, 순종적인 아내를 좋아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 남자들은 신붓감으로 외조(外助)가 필요한 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내가 회사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주는 것이다. 남자가 능력이 떨어질수록, 돈 잘 벌고, 똑똑하고, 주도적인 아내를 더 좋아한다.

사회는 잘난 여자에 대해 이중적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잘난 딸은 자랑스럽지만, 잘난 며느리는 부담스럽고, 잘난 아내도 불편하다. 남자들은 잘난 여자에 대해 착각한다.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남자를 무시한다.” 하지만, 잘난 여자는 그렇게 안 보이려고 끝없이 노력한다. 남편들은 잘난 아내에 대해 모순적이다. “그만큼 배웠으니 다 잘해야 되지 않나?” 바깥일도 잘 하고, 살림도 잘하고, 고분고분하기까지 바란다. 하지만, 그런 원더우먼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하며 살아간다. 못난 사람을 보면 우쭐하고, 잘난 사람을 보면 기가 죽는다. 못났던 사람이 잘되면 기분이 나쁘고, 잘났던 사람이 못 되면 기분이 좋다. 나만큼 잘난 사람을 만나면 불편하고, 나만큼 못난 사람을 만나면 편안하다. 우리는 늘 열등감을 안고 살아간다. 매사 흥미를 잃고 무력해지든지, 지나치게 과시적이라면 열등감 때문이다. 아무 소리 안하고 죽어 살든지, 괜히 큰 소리를 친다면 열등감 때문이다. 열등감은 인간 삶의 동기다. 휘둘리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감정이다.

우리는 늘 남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팔러 시장으로 향했다. 지나던 사람이 말했다. “어리석은 부자군! 당나귀 등에 타고 가면 편할 텐데….” 아버지는 등에 타고 아들이 고삐를 잡았다. 다시 지나던 사람이 말했다. “나쁜 어른이군! 아이를 걷게 하다니….” 아들이 등에 타고 아버지가 고삐를 잡았다. 지나던 사람이 또 말했다. “후레자식이군! 아버지를 걷게 하다니….” 이제 아버지와 아들은 같이 등에 타고 갔다. 다시 지나던 사람이 말했다. “불쌍한 당나귀를 보게!” 부자(父子)는 고민에 빠졌다. 둘은 결국 당나귀를 큰 막대에 묶어 어깨에 지고 갔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비교하지 말자.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출발한다. 잘난 아내와 비교하지 말자. 아내는 경쟁자가 아니고 동반자다. 기죽지 말고 뻔뻔해지자. 아내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이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지 말자. 탁월한 선택도 후회 때문에 퇴색한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해지자. 투잡(two-job)에 취미와 봉사생활까지 즐기고 있다.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말자. 인생은 한번이자 마지막이다. 겁먹지 말고 담담해지자. 돈 많고 힘 있고 유명한 사람도 다 평등하다.

자기 일을 사랑해야

둘째, 회사를 그만두지 말자. 현대인에게 일은 자존감의 원천이다. 우리는 일터에서 대부분을 보낸다. 회사는 소속감을 주고, 일은 보람을 안겨준다. 일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지 말자. 벌이가 크다고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돈은 안 돼도 가치 있는 일이 많다. 귀한 일과 천한 일로 나누어 보지 말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긴 어려워도, 일하는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다 평등하다. 자기 일을 사랑하자. 일을 하는 기쁨을 누리고, 일의 완결을 즐기자. 일이 끝난 후의 휴식을 즐기고, 일에서 오는 보상을 좋아하자. 일을 사랑할 수 없다면, 가족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자. 그것이 안 되면, 장래를 위해서 한다고 여기자. 그것도 안 되면, 징역을 산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담담히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다.

셋째, 집안일은 나눠서 하자. 현대인에게 가정은 자신감의 동력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가정이 화평해야 만사가 형통한다. 집안일에 남녀 역할을 나누지 말자.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기준으로 분담하자. 아내가 바쁘다고 모두 맡으면 안 된다. 여유가 있다면 좀 더 맡아도 된다. 마지못해 하지 말고 기꺼이 해 주자. 해 준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할 수 없는 것은 하늘에 맡기자.

※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14호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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