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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프로는 해가 뜨면 삼각대 접는다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해돋이 사진 촬영은 타이밍이 생명 … 해 오르기 직전이나 지고 난 후 노려야

▎사진1. 문무대왕수중릉, 2014
새해를 맞습니다.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마음이 헛헛합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희망이 교차합니다. 마음을 달래려 해맞이 여행을 떠납니다. 해맞이는 여행 업계의 스테디 셀러입니다. 경포대·추암·정동진·대왕암·해운대 등 일출 명소는 인산인해가 됩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해맞이 전통의 영향이 큽니다.

해가 떠오르면 사진을 찍습니다. 수천 명의 인파가 일제히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이제는 해돋이보다 군중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더 재미있는 ‘그림거리’가 됐습니다. 해돋이는 눈으로 보면 황홀하고, 장엄합니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찍으면 신통치가 않습니다. 역광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눈과 카메라 렌즈는 밝기를 맞추는 매커니즘에 차이가 있습니다. 눈은 동공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며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두루 잘 볼 수 있습니다. 해도, 산도, 바다도, 사람도 적정한 밝기를 맞춰서 봅니다.

카메라는 좀 다릅니다. 밝기를 맞추는 기준이 하나입니다. 해에다 맞추면 해의 색감은 잘 나타나지만 주변은 깜깜하게 나옵니다. 반대로 주변에 있는 풍경이나 사람이 잘 나오게 하면 해와 하늘은 하얗게 타버립니다. 그렇다면 해도, 산 또는 바다, 사람도 다 잘 나오게 할 수는 없을까요? 배경(하늘)과 전경(인물)의 밝기 차이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라데이션 기능이 있는 ND필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필터는 윗부분이 검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점 옅어집니다. 렌즈 윗부분을 어둡게 해서 해와 하늘의 밝기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기능이 있습니다.

해돋이 촬영하는 군중이 ‘그림거리’

둘째는 인공조명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노출의 기준점을 하늘에 맞춘 다음 이와 밝기가 비슷하게 스트로보나 인공조명으로 어두운 부분을 밝게 비춰 촬영합니다. 이 경우에는 색온도 차이에 유의해야 합니다. 해가 뜨거나 질 때는 색온도가 낮아서 붉은색 기운이 돕니다. 이와 달리 인공조명 색온도는 낮 12시의 주광(day-light)에 맞춰져 있습니다. 노을빛 배경과 조명을 받은 부분의 색감이 달라집니다. 부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황색이나 붉은색 계열의 셀로판지를 조명에 덧씌워 색온도를 맞춰 주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는 삼각대를 고정시켜 놓고 각각 노출 기준점을 달리해 찍은 두 장의 사진을 포토샵으로 합성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궁여지책일 뿐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 사진을 찍을 때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해가 뜨거나 지는 풍경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됩니다. 해가 다 떠 오르고 나면 하늘과 땅의 노출차이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역광상태가 됩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나, 지고 난 뒤를 노려야 합니다. 하늘과 땅의 노출 차이가 적기 때문에 하늘의 붉은 기운과 주변 풍경이 비교적 잘 나타납니다. 그래서 “프로는 해가 뜨면 삼각대를 접고, 해가 지면 삼각대를 편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해를 직접 찍고 싶을 때는 산보다는 바다나 강이 유리합니다. 수평선에서 해가 막 떠오를 때는 빨간 홍시같은 색감이 나옵니다. 강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또 물에 비친 노을빛 반사광이 주변을 밝게 비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붉게 물든 물색도 잘 표현됩니다. [사진1]은 경주 감포에 있는 문무대왕수중릉의 해돋이 풍경입니다. 해가 뜨고 하늘이 밝지만 바다에 비친 반사광이 간접 조명을 역할을 합니다. 검은색 바위인 수중릉의 디테일이 비교적 잘 살아 있습니다. 때마침 날고 있는 갈매기가 해돋이의 운치를 더해 줍니다.

해를 직접 찍을 때는 산보다 바나·강에서


▎사진2. 해맞이, 2014
산에서 뜨는 해는 빛이 아주 강합니다. 이미 해가 떠 오른 뒤에 보기 때문입니다. 산에서 찍는 해돋이 사진은 운해가 드리워지거나 안개가 껴 있는 경우가 더 낫습니다. 수증기가 빛을 확산시키기 때문에 하늘과 산의 밝기 차이가 줄어듭니다. 해와 붉게 물든 하늘은 물론이고 첩첩이 이어지는 능선의 실루엣과 그라데이션이 잘 묘사됩니다. [사진2]는 임실에서 찍은 일출 사진입니다. 안개가 끼고 운해가 짙게 깔렸습니다. 해가 떴지만 산란광으로 인해 빛이 부드러워졌습니다. 해도, 산도, 운해도 잘 표현됐습니다. 역광이지만 산란광이 해와 주변 풍광의 노출 차이를 줄이는 간접조명의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3. 새벽풍경, 2017, 권영희
일출 사진은 해와 하늘의 붉은 기운이 나타나야 숭고미가 부각됩니다. 노출을 하늘에 맞추고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나, 사람은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기념사진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공조명이 없다면 실루엣 기념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물사진에 반드시 얼굴이 나와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윤곽만 보이게 찍으면 훨씬 더 운치가 있고, 색다른 기념사진이 됩니다. 실루엣 사진도 ‘인증샷’이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윤곽만 있어도 누군지 알아봅니다. [사진3]은 춘천 사진여행에 함께 했던 동료가 찍은 필자의 사진입니다. 추운 날입니다. 해가 뜨고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아침 햇살이 뽀얀 물안개에 강하게 반사됩니다. 배경에 밝기를 맞추니 인물은 실루엣으로 표현됩니다. 마음에 드는 기념사진이 됐습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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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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