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카메라의 차이 인식이 기본 …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사진1] 다랑논,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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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초보자의 고민은 ‘눈으로 볼 때는 좋은데 왜 사진은 다를까’ 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당연합니다. 눈은 두개고 카메라 렌즈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구현하는 세상은 한 쪽 눈을 감고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공간감이 다릅니다. 사진은 입체가 아니라 평면입니다. 원근감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어떤 사물의 절대적인 크기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상대적인 크기로 짐작될 뿐입니다.사진 공부의 시작은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의 차이를 인식하고 여기에서 비롯된 입체감과 공간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10가지로 정리해서 말씀드립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진2] 다랑논,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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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은 시간과 공간의 전략적 선택입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말보다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간은 빛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빛은 공간의 모습을 바꿉니다. 아침 빛이 다르고 저녁 빛이 다릅니다. 또 계절에 따라 공간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도 보고, 부분도 봐야 합니다. 무수히 흩어져 있는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다 보면 어느새 사진에 눈을 뜨게 됩니다. [사진1]은 경북 울주군에서 찍은 다랑논입니다. 다랑논에 배어있는 농부의 피와 땀을 형상화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시간을 선택합니다. 모내기 철인 봄,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입니다. 붉은 노을빛이 논물에 반영돼 강렬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검은 색으로 나타난 구불구불한 곡선도 다랑논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다음은 공간입니다. [사진2]에서 보듯이 넓게 흩어져 있는 다랑논에서 붉은 노을 빛이 반영된 부분만 클로즈업 했습니다. 만약 이 장면을 낮에 찍었다면 설명적이고 건조한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 카메라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카메라는 화가의 붓이고, 연주자의 악기입니다. 카메라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족을 부리듯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3. 사진은 표현과 재현의 함수관계로 풀어 내는 예술입니다. 표현이 피사체에 마음을 담는 것이라면 재현은 피사체를 기록하는 기술적인 개념입니다. 표현이 지나치면 생경하고, 재현에 집착하면 깊이가 부족해 집니다.
4. 구도(프레이밍)의 기술입니다. 가장 좋은 구도는 사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프레임의 취사선택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구도는 사진을 아름답게 꾸미는 요소지만 주제를 부각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좋은 구도는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됩니다.
5. 시적인 레토릭을 사진에 응용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환유적인 매체입니다. 숲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보고 숲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것이 사진의 매력입니다. 사진에 담는 메시지를 한꺼풀 가려보세요. 비유적인 표현이 사진을 더욱 사진답게 합니다.
6. 패턴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패턴은 어떤 대상의 특징이 잘 드러난 형태 또는 형상을 뜻합니다. 이 세상에는 무수하게 많은 패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뭇가지의 형태는 동물의 혈관계와 비슷합니다. 둘은 ‘분배와 순환’의 패턴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패턴에서 오는 연상작용은 사진의 깊이 감을 더해 줍니다.
7. 빛과 색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빛의 방향에 따른 사진 효과를 생각해 봅시다. 색은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미칩니다. 형태가 이성적인 개념이라면 색은 감정과 관계가 있습니다. 색감정을 적절히 이용해야 합니다.
8. 후보정 기술을 익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진 파일의 물리적인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뽀샵질’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의 후보정은 외출할 때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 어떤 카메라도 눈으로 보는 색감을 똑같이 재현해 주지 않습니다. 후보정은 현장에서 보는 ‘느낌색’이 기준이 돼야 합니다.
9. 사진가의 미의식을 가꾸는 일입니다. 사진의 전통적인 가치는 발견의 미학입니다. 어떤 대상에서 새로운 것,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 사진에 담는 ‘미학적 발견’이 돼야 합니다. 좋은 사진은 일상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너무도 평범한 풍경·사람·사물에서 무엇인가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10. 포장의 기술입니다. 사진에 제목을 붙이거나 작업노트를 쓰는 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흔히 사진에 달라붙는 글은 ‘사족’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블로그·SNS에서 사진을 포스팅을 할 때 제목을 붙이거나 설명을 하게 됩니다. 전시를 할 때도 작가 노트가 필요합니다. 잘 쓴 글은 사진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주의할 점은 언어와 이미지의 문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진은 이해되기 전에 전달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감상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단정적인 표현은 금물입니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그래서 사진에 글을 붙이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