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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PGA투어 타이틀 스폰서 누가 있나] 은행·보험회사가 끌고 자동차·IT기업이 밀고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2018 시즌 49개 대회에 41개 기업 스폰서로 참여 ... 인기 꾸준해 대회 총상금액 해마다 늘어

▎CJ그룹은 지난해부터 10년 간 더CJ컵@나인브릿지를 개최한다. 컵밥과 비비고 등의 브랜드를 이 대회를 통해서 세계 시장에 홍보한다 지난해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대회 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골프채널 인터뷰에 직접 등장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했다. 사진은 김민휘가 7번 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2017~2018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지난해 10월 막을 올렸다. 오는 9월 중순까지 거의 1년 간 총 49개의 PGA투어 대회가 총상금 3억6300만 달러(약 3864억원) 규모로 열린다. 지난 시즌보다 2개의 대회가 늘었고, 상금액은 5.5% 증가했다. PGA투어는 해마다 상금액이 늘어나며 성장한다. 대회 하나를 유치하면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투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끄떡없었다. PGA투어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 이상이 즐겨 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기업 스폰서들은 막대한 돈을 싸들고 후원에 나선다.

최근에는 미국 이외의 스폰서가 증가세다. 신설된 2개 대회는 총상금 925만 달러(약 98억원) 규모로 지난해 10월에 한국에서 열린 더CJ컵@나인브릿지와 3월 중순에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총상금 300만 달러 규모의 코랄레스푼타카나리조트챔피언십이다. 둘 다 미국 밖에서 창설된 대회다. 대체 어떤 기업이 PGA투어로 몰릴까?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홍보·마케팅 효과는 어떤 것일까? 스폰서를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골프 마케팅의 큰 그림이 보인다.

올해 대회 2개 더 늘어


▎스폰성에 따라 티박스도 달라지곤 한다. 발스파챔피언십의 스폰서는 페인트 회사 발스파다. 이 대회는 티박스를 알록달록한 페인트통을 형상화한 원통으로 만들었다.
PGA투어의 가장 많은 후원사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회사다. 은행의 경우 6개다. 미국에서는 최대 민간상업은행인 웰스파고(5월 초)와 미국 북동부에서 투자신탁으로 120년 역사를 쌓은 노던트러스트(8월 말)가 대회를 개최한다. 해외 은행으로는 세계 50위 규모에다 캐나다 몬트리얼에 본사를 둔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가 한 시즌에 2개나 후원한다. 4월 12일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 하버타운골프리조트에서 RBC헤리티지가 열린다. 석 달 후인 7월 26일부터는 본국인 캐나다로 돌아가 온타리오 오크빌의 글렌애비에서 내셔널타이틀 대회 RBC캐내디언오픈을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12일부터 나흘 간 말레이시아에서 CIMB클래식이 아시안스윙의 첫 번째 대회로 치러졌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CIMB은행은 2006년에 창설된 금융지주회사로 1000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동남아 5위 규모 은행으로 성장했다. 아시아에서 골프시장이 성장하면서 VIP 고객을 겨냥한 대회가 필요했다. 아시안스윙은 한국을 거쳐 중국 상하이에서 10월 26일부터 총상금 900만 달러의 HSBC챔피언스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 대회는 세계 6대 투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4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형태로 열려 세계 정상급 골퍼가 총출동했다. 은행 입장에서 골프는 아시아의 신흥 부자들에게 훌륭한 고객 확보 창구다.

보험사도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골프가 필요하다.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의 후원사인 센트리는 미국 위스콘신 스티븐스포인트에 본사를 둔 1904년 설립된 기업보험사다. 1월 25일부터 4일 간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에서 열리는 파머스인슈런스오픈의 후원사는 캘리포니아에 기반한 미국 세 번째 규모의 보험사다. 특히 이 대회에서 8번 우승한 타이거 우즈가 출전 의사를 밝히자 흥행 대박 조짐이 보인다. 파머스인슈런스 임원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타이거 우즈 출전 의사에 파머스인슈런스 표정관리

4월 26일부터 열리는 뉴올리언즈취히리클래식은 지난해부터 색다르게 두 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출전하는 팀 매치 방식으로 열린다. 2014년에 노승열이 우승한 바로 그 대회다. 취리히파이낸셜은 생명보험·손해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로 본사는 스위스 취리히에 두고 있다. 5월 31일부터 오하이오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에서 개최하는 메모리얼토너먼트는 잭 니클라우스가 주관하는 인비테이셔널(초청) 대회로 미국의 보험 및 금융 서비스 회사인 네이션와이드가 후원하고 있다. 1925년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있던 오하이오농업협회가 법인이 되면서 이듬해 1000명의 보험 계약자들에게 자동차보험을 판 데서 시작했다. US오픈이 지나고 6월 21일부터 700만 달러 상금을 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빨간 우산 모양의 로고를 단 트래블러스는 건강보험·생명보험 등 개인 보험사로 성장했다.

카드사 중에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마스터카드가 3월 15일부터 플로리다 올랜도의 베이힐클럽에서 열리는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을 후원한다.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은행·보험·카드사 등 금융업체에게 골프 대회는 효과 좋은 마케팅 툴이다.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분야 역시 골프대회 개최에 적극적이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차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2011년부터 하와이에서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를 열다가 지난해부터 미국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인근으로 대회장을 옮겼다. 타이거 우즈 재단이 대회를 주관하는 데다 올해는 우즈가 직접 출전하겠다고 밝혀서 대회 흥행과 함께 브랜드 홍보에 대한 기대감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현대차·혼다·BMW 등도 후원에 적극 나서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을 후원하는 브리지스톤은 일본의 타이어 제조 회사다. 미국의 자동차 물류 중심지에서 미국 타이어 제조업체 파이어스톤을 인수한 브리지스톤은 그 이름을 딴 골프장에서 대회를 후원하면서 호감을 얻는다.
제네시스오픈이 끝나면 플로리다 팜비치가든스에서 2월 22일부터 더혼다클래식이 열린다. 혼다는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다. 도쿄에 본사를 두며 1982년부터 PGA투어를 개최하는데 양용은이 2009년에 우승한 바 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제조하는 BMW는 9월 6일부터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시리즈의 세 번째 대회인 BMW챔피언십에 무려 총상금 900만 달러를 걸었다. 인도의 모터사이클 제조사인 히어로는 11월 말이면 타이거우즈재단이 주관하는 히어로월드챌린지를 연다. 18명만 출전하는 이벤트 대회지만 지난해 우즈가 출전해 9위로 마친 바 있다. 존디어는 골프장에서 필요한 카트, 각종 중장비 차량을 만드는 회사로 존디어클래식을 연다.

8월 2일부터 오하이오주 애크론의 파이어스톤CC에서 열리는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을 후원하는 브리지스톤은 일본의 타이어 제조 회사이다. 1931년 이시바시 쇼지로가 창립한 이래 일본의 자동차산업 발전과 함께 급성장했다. 2008년에 미쉐린을 제치고 타이어 부문 세계 1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물류 중심지에서 미국 타이어 제조업체 파이어스톤을 인수한 브리지스톤은 그 이름을 딴 골프장에서 대회를 후원하면서 지역에 호감을 얻는다.

전자 업체 중에서는 일본의 소니가 유일하게 1999년부터 매년 하와이에서 소니오픈을 연다. 올해로 19년째 출전하는 최경주가 2008년 우승했다. 제조업 중에는 특이한 후원사도 있다. 3월 8일부터 플로리다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에서 열리는 발스파챔피언십의 스폰서는 페인트 회사 발스파다. 이 대회는 티박스를 알록달록한 페인트통을 형상화한 원통으로 만들어 이색적이다. 2015년에 창설된 바바솔챔피언십은 영국에서 열리는 디오픈의 출전 자격이 없는 중하위권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총상금 350만 달러의 중소 규모 대회다. 후원사인 바바솔은 1919년 창업한 미국의 면도용 셰이빙폼을 생산하는 회사다.

페인트, 면도용 셰이빙폼 회사에 슈퍼마켓 체인도


▎세이프웨이오픈의 후원사는 미국 수퍼마켓 체인 세이프웨로 대회 티박스를 쇼핑카트 모양으로 제작한다.
IT업체는 골프 대회 후원에 많은 돈을 쓴다. 세계 최대 통신 기업이자 미국의 최대 유선 전화 서비스 제공자인 AT&T는 PGA투어를 한 시즌에 두 번 개최한다. 2월 8일부터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AT&T페블비치프로암(총상금 740만 달러)을, 5월 17일부터는 텍사스 어빙에서 AT&T 바이런넬슨(총상금 770만 달러)을 후원한다. 이에 맞서 델테크놀로지도 5월 21일부터 텍사스 오스틴에서 델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총상금 1000만 달러)를 열고 8월 31일부터는 메사추세츠주 노튼에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두 번째 대회 델테크놀로지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을 개최한다. 2003년 창업한 컴퓨터 보안 네트워킹 스토리지 관리,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바라쿠다는 8월 2일부터 네바다 르노에서 총상금 340만 달러의 중소규모 바라쿠다챔피언십을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시즌 첫 대회였던 세이프웨이오픈의 후원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레전턴에 본사를 둔 수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다. 대회 티박스를 쇼핑카트 모양으로 위트있게 제작한다. 1915년에 아이다호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 전역에 240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5월 24일부터 텍사스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에서 열리는 딘&델루카인비테이셔널은 2016년 창설됐다. 후원사인 딘&델루카는 1977년에 조엘 딘과 지오지오 델루카가 합작해 뉴욕 소호에 만들어서 키운 식료품 체인이다. 2003년 일본 도쿄에 해외 지점을 낸 이후로 아시아를 무대로 넓혀가 한국에는 신세계에서 2곳을 열고 있다.

식음료 업체로는 한국의 CJ그룹이 지난해부터 10년 간 더 CJ컵@나인브릿지를 개최한다. CJ는 2030년까지 월드베스트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컵밥과 비비고 등의 브랜드를 이 대회를 통해서 세계 시장에 홍보할 수 있다. 지난해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에서 개최할 때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골프채널 인터뷰에 직접 등장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에 열린 샌더슨팜스챔피언십의 후원사인 샌더슨팜스는 미시시피주 로럴에 본사를 둔 미국 세 번째 규모의 육가공 회사다. 일주일에 937만 마리의 치킨을 생산한다. 그 밖에 9월 20일부터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은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가 후원한다. 국제 우편, 소포, 화물을 특송하는 페덱스는 2007년부터 시즌을 마친 후 열리는 4개의 플레이오프 페덱스컵을 후원한다. 이에 따라 페덱스컵 챔피언에게는 연금으로 1000만 달러를 지급한다. 페덱스는 정규 대회로는 6월에 열리는 페덱스세인트주드클래식도 후원한다.

골프 대회를 후원하는 곳이 굳이 제조 업체일 필요는 없다. RSM은 1964년에 세금 및 경영 자문, 컨설팅을 주 업무로 해서 영국의 롭슨 로도스(R), 프랑스의 살루스도 리델(S), 미국 맥그레리(M)가 합병해서 만든 컨설팅 회사다. 2015년에 새로운 로고를 론칭하는 등 홍보·마케팅을 강화할 필요에 따라 RSM클래식을 개최하게 됐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슈라이너스아동병원도 지난 2007년부터 PGA투어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처음 5년 간은 영화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주도해 후원금을 모았다.

미국 최대의 폐기물 관리 회사인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북아메리카 전역의 도시, 상공업 시설, 주거지를 대상으로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1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가 찾는 애리조나주 스콧데일의 웨이스트매니지먼트오픈 후원사인 건 흥미롭다. 애초 피닉스오픈에서 발전된 이 대회의 파3 16번 홀은 스탠드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큰 소리로 선수를 응원하거나 야유하는 이색 골프 관전의 명소다. ‘하루에 20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몰려도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지는 일 없이 완벽하게 재활용이나 수거함에 담긴다’는 게 이 대회 후원사로서는 자랑이자 홍보 테마다.

메인 후원사 없는 대회도 8개


올 시즌 총 49개 공식 대회 중에 8개 대회는 메인 스폰서가 없다. 휴매너챌린지에 이어서 2년 전부터 시작한 커리어빌더챌린지는 1월 18일부터 캘리포니아 라퀸타의 PGA웨스트 등 3곳의 골프장을 순회하면서 치른다. 대회 방식이 기발하다. 아마추어와 프로 골퍼가 한 팀이 되어 플레이하고 3라운드 성적을 집계해 마지막 날 프로들만 순위를 겨룬다. 별도의 후원사가 없지만 참가자가 후원사가 된다. 출전을 원하는 아마추어는 핸디캡 18 이하에 참가비 2만9000 달러(약 3390만 원)를 내면 된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대회 비용을 충당한 후 소외 계층을 위해 쓰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첫날 티박스에 오르면 선수와 함께 이름도 불러준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연습라운드도 가능하다. 스코어가 좋으면 일요일에는 옆 코스에서 아마추어끼리 결승전에도 출전 가능하다. 명칭 그대로 ‘커리어를 쌓는’ 대회인 만큼 참가비를 아끼지 않는 출전자가 많다.

한편, 올해는 스폰서가 없는 대회가 2개나 있다. 주택 담보대출회사인 퀴큰론스가 4년 간 후원하던 퀴큰론스내셔널은 올해 6월 28일부터 후원사와 대회 코스가 정해지지 않은 채 발표됐다. 또한 3월 29일부터 열리는 휴스턴오픈에서 1992년부터 26년 간 후원하던 정유회사 셸의 이름을 올해는 볼 수 없다. 메인 후원사 없이 막대한 대회 경비를 투어가 부담하기는 어려운 만큼 새 스폰서 확보는 제이 모나한 신임 PGA투어 커미셔너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 밖에 마스터스 등 4대 메이저 대회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별도 스폰서 없이 열린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 대회는 원래 특정 기업과 스폰서를 대회 명칭에 붙이지 못한다. 대신 차량 제공, 프로그램 진행 등 대회의 각 분야에서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마스터스에서 벤츠와 IBM이 후원하고, 디오픈에서 한국의 두산, 니콘, HSBC가 파트너가 되어 후원한다. 기업 마케팅을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되 은근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메이저 대회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1418호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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