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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3) 유럽연합] 유로존 경제 재침체 그림자 찾기 어려워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기관마다 성장률 전망 잇따라 올려 잡아...‘더 강한’ EU 도래 앞두고 정치·경제적 결속 강화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EU 재건 구상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으로 EU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또 한번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였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탓에 40년 넘게 견고했던 EU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17년 한 해 동안 유로지역 경제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에서 지난 1년 동안 150만 명 이상이 실업에서 벗어났다. 특히 독일의 실업률은 3.8%에 불과했다. 시티그룹의 크리스티안 슐츠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오는 2019년 전반기엔 유로존 실업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우에 그친 브렉시트 파장


유로지역 곳곳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는 가운데 재침체의 그림자는 찾기 어렵다. 나아가 EU 국가들은 한층 더 강화된 유로존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2017년 5월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존에 공동 예산을 조성해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월 26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의 연설에서 ‘독립적이면서 단합되고, 민주적인’ EU 재건 구상을 공개했다. 유로존과 관련해서는 유로존 공동 예산을 확보해 공동 투자에 자금을 대고 경제 충격시 안정을 도모하자고 주장했다. 공동 예산을 책임질 유로존 공동 재무장관과 별도 의회 신설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또 2020년까지 EU 국가들의 법인세율을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거부하는 국가에는 EU 개발자금 지원을 삭감하자고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총선에서 승리 후 4연임이 확정되며 EU 개혁안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양자 회동에서 “EU 공동예산을 포함해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은 개혁의 좋은 밑바탕이 될 것”이라며 “유럽통화기금(EMF)을 만드는 일 역시 유럽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더 강한’ EU의 도래가 예고된 가운데 주요 기관이 내놓은 2018년 경제 전망도 밝다. EU는 2017년 4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유로지역의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EU는 2017년 전망치인 1.7%에 비해 새해에는 소폭 상승한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지난해 하반기 성장세가 호조를 보인데 이어 유로존의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된 것에 기인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EU 각국이 내놓은 경기부양 정책도 한몫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2017년 9월 내놓은 자료에서 2018년 성장률을 1.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17년 성장률 전망치인 2.2%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앞서 4월과 7월 전망에서 성장률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IMF는 2017년 초부터 이어진 유로존의 확장적 재정정책 흐름과 더불어 금융 여건 개선, 유로화 약세 등으로 유로존의 경기가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유로존의 경기 부양을 위해 실시한 양적완화(QE)를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ECB는 지난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ECB는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하던 것을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매월 300억 유로 규모로 줄일 예정이다. 자산 매입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ECB는 “테이퍼링은 아니다(not tapering)”라고 주장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아니라 규모를 줄이는 것(downsize)”이라고 말했다. ECB가 당장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서도 테이퍼링을 부정한 이유는 부진한 물가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ECB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로존에서 가장 경기가 좋은 독일은 양적완화가 길어지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는 혜택을 본 반면 완연한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독일은 부정적인 요소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자산 가격 거품을 일으키고, 낮은 예금 이자와 저금리로 인한 ‘좀비 기업’의 생존 등이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독일 측의 시각이다. 2018년 독일의 경제성장 전망치가 유로존 전체와 비교해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MF는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8%(2017년)와 1.6%(2018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 전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2017년)와 1.7%(2018년)로, 독일에 비해 다소 높았다. 독일 싱크탱크인 IFO경제연구소는 “2018년 3월까지 ECB는 자산 매입 규모를 0으로 줄여 양적완화 중단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스페인은 2017년 2분기 0.9%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올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네 번째로 큰 스페인이 2017년 경제 성장률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가 넘는 실업률과 장기 침체로 국민들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던 프랑스도 확연히 달라졌다. 프랑스 통계청은 “2017년 2분기 경제가 0.5% 성장했다”며 “2017년 GDP 성장률은 1.6%로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도 늘고 있다. 2017년 들어 프랑스 실업률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치적으로도 안정 되찾아

최근 유로존이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은 점도 경제 낙관론을 부추긴다.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유로존에 파장을 몰고 왔다. 아울러 프랑스·네덜란드 등에서 반(反) 유로, 반EU 등을 내건 포퓰리즘 세력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유로존의 주요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들은 잇따라 패배했다. 2017년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이 극우정당 자유당을 물리친 데 이어, 5월 프랑스 대선에선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물리쳤다. 독일 총선에서도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이 승리했다. EU 집행위원회가 2017년 10월 유로화 사용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유로존 잔류를 지지한다”고 답해, 지난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유로존이 또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유로존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슈는 상존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EU 탈퇴 과정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EU와 영국은 2017년 6월 첫 협상을 시작했으나 탈퇴 협상금을 비롯해 아일랜드 국경 문제, 무역 이슈 등 핵심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2017년 9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이 EU에서 공식 탈퇴하는 2019년 3월 이후 약 2년 간 현행 체계가 유지되는 이행기간을 두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EU 측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2021년까지는 현 체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경기 회복에도 유럽 주요국의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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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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