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비극적 말로의 사슬 끊으려면… 

 

김해동 참비브라운코리아 대표

한때 잘못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조국이 자랑스러운 적이 있었다. 독재자의 범법을 단죄할 수 있는 민주국가가 지구상에 몇 나라나 될까? 그러나 대통령 또는 그의 가족의 구속, 자살, 탄핵 등의 비극적 종말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은 한 분 역시 검찰조사가 코앞에 닥쳤으니, 해방 이후 한 번의 예외도 없는 그야말로 대통령직의 저주고, 국가의 비극이다.

최소한 감옥행이 실증적으로 입증된 자리라면 모두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대권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안녕을 희생하는 애국영웅이라면 취임식이 비장해야 마땅하다. 현실은 다르다. 경축 일색인 것으로 보아, 자신은 순수한 애국심으로 나라를 이끌 것이므로 감옥을 가기는커녕 후세에 이름을 길이 남길 것이라 믿는 것이 틀림없다. 전직 대통령들도 모든 같은 확신을 했었을 것이다. 그들의 순수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에 반비례한 결말은 최악의 비극이었던 것으로 보아 순수한 애국심은 비극적 종말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에 무리가 없다. 지난 70여년 동안, 예외 없이 적어도 감옥에 갔다면, 감옥에 가지 않는 것이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일 텐데, 그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서 옳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이라고 알고 있다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세상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면서 옳고 그른 것의 가치 기준이 모호해졌다. 지금까지 옳다고 굳게 믿은 가치가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바뀌면 그릇된 가치가 되고, 결정 과정에서 약간의 무리가 있으면 범죄가 된다. 의사결정은 무엇을 정하는지보다, 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올바른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거치고, 기록으로 남기면 어떤 결정을 했든 문제될 것이 없다. 과정이 올바르면 잘못된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왕적 권력체계에서 과정을 생략하는 것을 효율로, 무리함을 신념으로 착각하고 사명감으로 밀어붙이는데, 어떻게 권력남용이 없겠는가? 범법은 필연이고 감옥행은 예약돼 있다. 공적 의사결정에서 과정과 기록이 생략되면 감옥행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승정원이 있었고, 대통령기록관이 있는 것이다.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순작용과 부작용이 따른다. 순작용이 작동하면 성공이고, 부작용이 부각되면 실패다. 순작용은 아주 천천히, 조용히 나타나는 반면, 부작용은 빨리, 요란하게 온다. 역대 정권에서 잘한 결정을 꼽으라면 거의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잘못한 결정을 꼽으라면 열손가락이 모자라는 이유가 항상 부작용이 요란하게 부각돼 우리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이 부작용을 잘 풀지 못하면 순작용은 묻히고, 일은 꼬이고, 실패하는 것이다. 나타날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극복할 대안을 준비하는 과정이 성공의 열쇠이다.

역대 정권의 비극의 시초는 과정이 생략된 성급한 결정에 있다고 본다. 부작용은 필연적인데 예측이 없으니 당황하고, 대책이 없으니 국가기밀이란 구실로 함구하고, 온갖 추측으로 부작용은 증폭돼 본래 목적인 순작용은 자취를 감추고, 결정은 결국 실패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초법적 무리가 따르고, 그것이 정권의 발목을 잡고, 저주는 계속된다. 이제 그만 저주의 사슬을 끊고 감옥 가지 않는 첫 대통령을 보는 소망을 이루고 싶다.

1419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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