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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동선은 작품 감상하는 눈의 움직임동선은 건축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에도 동선의 개념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눈의 움직임입니다. 이를 ‘길잡이 선(leading line)’ 또는 시각 동선이라고 합니다. 구도를 잡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길잡이 선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시선을 유도하는 선으로 구도의 뼈대가 됩니다.이미지는 점·선·면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진 속에는 많은 선이 있습니다. 강이나 산의 능선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선도 있고, 도로나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선도 있습니다. 빛도 선을 만듭니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선이 있는가 하면, 한 방향으로 점점이 이어지는 선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선도 있지만 사람의 시선처럼 보이지 않은 선도 있습니다. 무수하게 많은 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프레이밍의 기술이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좋은 구도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하나로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조형적인 점·선·면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야 사진가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사진가는 사진에 담긴 수없이 많은 선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선을 길잡이 선으로 활용합니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우선 감상자의 시선을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머물게 해야 합니다. 또 시각적인 아름다움, 즉 비례와 균형에 기여해야 좋은 길잡이 선이 됩니다.사진가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길잡이 선의 소재는 길입니다. 길은 우리 인생사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넓고 곧게 뻗은 길이 있는가 하면 좁은 샛길도 있습니다. 장애물이 막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점이 돼 사라집니다. 이른바 원근법에서 말하는 소실점입니다.사진은 비가 내리는 미시령 옛길의 모습입니다. 대자연 앞에 인간은 미미한 존재입니다. 산을 뒤덮은 비구름이 걷히자 자동차 한 대가 보입니다. 고갯길을 오르는 차량 불빛이 노란색 난간에 반사되며 선을 그립니다. 자동차 불빛과 도로, 점점이 박혀 이어지는 난간이 사진을 황금분할로 가르며 길잡이 선 역할을 합니다.
사진가들이 즐겨 이용하는 길잡이 선은 길뚜렷이 보이는 선만 길잡이 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시선도 강력한 길잡이 선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사람의 눈빛은 흡인력이 아주 강합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어느 한 방향을 응시하는 눈빛은 마치 레이저 광선처럼 느껴집니다. 감상자들도 사진 속 인물이 쳐다보는 방향을 따라 향하게 됩니다. 특히 흑인인 경우는 피부색과 눈동자 흰자위의 대비로 인해 더 강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피사체의 움직임이나 방향성도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듭니다. 사진 속 인물이나 새 등 핵심이 되는 피사체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감상자의 시선도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원근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소실점도 길잡이 선의 역할을 합니다. 선이 있으면 그 효과가 더 커집니다. 그러나 선이 없거나 끊어져 있어도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듭니다. 피사체 크기가 소실점을 향해 일정하게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소실점은 공간적인 깊이감과 입체감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비슷비슷한 모양의 패턴도 감상자의 시선을 끌어들입니다. 반복되는 패턴은 경쾌한 리듬감을 주며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합니다. 비슷한 형태가 이어지다가 중간에 뭔가 엉뚱한 것이 끼어들면 반전효과로 인해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됩니다.※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