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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치열해지는 SUV 대전] 작지만 더 강한 놈들이 온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재규어 ‘E-페이스’, 신형 티구안, 뉴 지프 체로키 출시...볼보 ‘뉴 XC40’, BMW ‘뉴 X2’도 출격 대기

▎4월 19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식을 것이라던 관측과는 달리 판매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국내 판매량은 6만8300대였다. 이 기간 전체 승용차 판매량 10만4300대의 65.5%를 차지하며 절반을 넘겼다. 이제는 승용차의 일반적인 형태인 세단보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태어난 SUV가 더 많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3월 국내자동차 판매량 1위는 1만3076대를 판 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가 차지했다. 지난해 출시해 1년 넘게 판매량 1위를 지켜온 세단 그랜저를 밀어냈다. 싼타페를 비롯해 판매 순위 20위 안에 쏘렌토(4위)·카니발(6위)·티볼리(13위)·코나(14위)·투싼(16위)·스포티지(17위)·렉스턴스포츠(19위) 등 8개 SUV 차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소형 SUV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코나와 기아자동차 스토닉, 쌍용차 티볼리가 경쟁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코나는 지난해 7월 출시돼 6개월 동안 2만3500대가 팔렸다. 올해 1~3월에는 1만1000대를 판매하는 등 매달 3600~4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여세를 몰아 전기차로 변형한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을 4월 12일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는 투싼의 디자인과 기능을 변형한 새 SUV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새로 출시하는 현대차 6개 모델 중 5개가 SUV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스토닉 역시 매달 16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며 1만대에 육박하는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고, 티볼리는 지난해 5만5280대를 판매했다. 기아차 니로(2만3637대)와 르노삼성의 QM3(1만2228대)도 판매가 순조롭다.

SUV가 훈풍을 타고 있는 것은 빼어난 실용성 덕분이다. 차체가 크고 좌석과 적재 공간이 붙어 있어 실내 공간을 여유 있게 쓸 수 있고, 연비가 높고 저렴한 디젤유를 사용하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또 운전석이 세단에 비해 높아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초보운전자나 여성 운전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소형 SUV가 여성 취향의 디자인을 선택하는 점도 이 때문이다. 소형 SUV가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경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기도 하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가솔린보다 디젤의 연료 효율이 더 높기도 하다. 요즘 출시되는 SUV 대부분은 뒷좌석 폴딩 기능을 도입해 각종 짐을 적재하기 용이하다.

3월 판매량 순위 20위권에 SUV 8종


▎4월 17일 출시된 재규어 E-페이스.
제조사들의 SUV 기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아진 점도 일조하고 있다. 디젤 차량 보급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다. 1990년대 후반 온실가스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고유가로 휘발유 가격이 치솟자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디젤차량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디젤차는 힘이 좋지만 소음과 진동이 크다. 가솔린엔진은 볼꽃을 터트려 인위적으로 발화하는 데 비해 디젤엔진은 압축공기를 폭발시켜서다. 이 때문에 트럭이나 건설기계에는 디젤유를 많이 사용하지만 승용차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터보엔진 개발 등 디젤엔진 기술이 지난 10여년 간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떨림 현상과 소음 문제를 거의 해결했다. 최근에는 친환경과 경제성을 함께 잡기 위해 전기로 구동하는 SUV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또 과거에는 SUV들이 통 뼈대 위에 구동계와 차체를 올리는 ‘프레임보디’ 방식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작은 프레임을 붙이는 ‘모노코크’ 보디를 사용해 승차감까지 끌어올렸다.

SUV는 기존 세단 모델의 프레임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개발비가 적게 든다. 이에 비해 자재를 많이 사용해 차값은 더 비싸다. BMW의 세단모델인 5시리즈와 SUV 라인업인 X5는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지만, 차값은 X5가 2000만~3000만원가량 비싸다. 제조사들로서는 세단보다는 SUV를 많이 파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도 SUV 인기가 높다. 미국에서는 2017년 판매된 차량 1700만대 가운데 43%가 SUV였다. 역대 최고치다. 중국도 소형 SUV 시장이 2013년 21만1000대에서 지난해는 67만6000대로 3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SUV가 날개 돋힌듯 팔리자 수입차 업체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4월 16일 콤팩트 SUV 재규어 ‘E-페이스’를 국내 출시했다. E-페이스는 재규어 스포츠카 F-타입의 디자인을 활용해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스포츠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가솔린 모델을 먼저 출시했다. 백정현 재규어코리아 대표는 “E-페이스는 재규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한편 만족도를 높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지프도 4월 17일 핵심 차종인 뉴 지프 체로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폴크스바겐도 4월 19일부터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티구안 신형 모델의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지난해 수입 SUV 판매량 21% 증가


XC90과 XC60을 잇따라 성공시킨 볼보도 1분기 중에 ‘뉴 XC40’을 출시한다. 볼보가 새로 개발한 소형차 전용 플랫폼 ‘콤팩트 모듈 아키텍처(CMA)’를 처음 적용한 모델이다. 반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등 최신 안전 및 편의 사양을 갖췄다. BMW코리아도 오는 7~8월 소형 SUV인 ‘뉴 X2’를 내놓는다. X2는 X1의 쿠페스타일 변형 모델이다. 이들 브랜드들의 소형 SUV는 3000만원대 후반에서 5000만원 중반의 가격대가 예상된다. 국내 중형 SUV의 풀옵션 가격은 일반적으로 4000만원대 중반이라 충분히 국내차 소비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BMW를 수입·판매하는 한독모터스 관계자는 “수입 SUV의 새그먼트가 낮더라도 같은 가격대에서 누릴 수 없는 브랜드 가치와 성능, 디자인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15.95%에 달하는 가운데 지난해 수입 SUV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1% 증가했다. 세단은 9%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최근 SUV 모델들이 세단 못지 않은 승차감과 최신 편의 사양을 넣으면서 세단 고객을 흡수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며 “글로벌 제조사들은 이미 SUV 모델을 중심으로 주변에 세단을 전시하는 형태가 낯설지 않다. 이런 흐름이 고정된 트랜드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1431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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