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건축은 투기대상이 아니라 문화” 

건축예술가 승효상 

박일호/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철학박사
도시의 건축물은 그 도시의 얼굴이자 그 나라 문화의 척도라고 말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이국적 체험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그 나라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고뇌와 삶의 흔적들이

묻어 있는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수도 서울의 건축물은 과연 몇 점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하나의 척도로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우리 문화의 고유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건축가 승효상을 만났다. ‘가난한 자(貧者)의 미학’, ‘건축에 있어 빈 공간’의 의미를 강조하는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자본주의의 대표적 산물인 건축에 ‘가난한 자의 미학’이라니, 우선 그가 말하는 ‘빈자의 미학’이 무슨 뜻인지부터 물어보았다. “가난한 자의 아름다움, 아니 가난할 줄 아는 사람의 미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절제하면서 나누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들의 미학을 뜻합니다. 일례로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달동네에는 모여서 같이 쓰는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건축물이란 개인의 집이 아니며 소유의 권한이 그 사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공성이 있어야 하고 윤리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산의 경치가 건축물 주변에 있다고 할 때 그것을 개인 소유보다는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웃과의 공존이 이뤄져야 합니다. ‘빈자의 미학’은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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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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