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잘라서 보면 공간이 색다르다 

앤디스갤러리 

숲보다 나무 보기를 권하는 미술품 전시회가 열린다. 이강욱곂ゼ봤?작가가 함께 마련한 기획전이다.

이강욱은 세포를 확대해 무한한 공간을 표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신비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런데 어두운 빛의 옷이나 머리카락 등 작품의 한 부분만 떼어 확대해 보면 아마 신비로움이 사라질 것이다. 이와 달리 잘라서 봤을 때 보는 재미가 커지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색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표현한 국내의 젊은 두 작가 이강욱·홍성철의 작품이다. 서울 도곡동 소재 앤디스갤러리에서 2월 12일부터 두 작가의 작품 10여 점을 전시한다. 1월 9일 앤디스갤러리에서 만난 이강욱·홍성철 작가가 함께 기획전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홍성철은 손의 이미지를 프린트한 실 몇 겹을 모아 입체감을 살렸다.
이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작품 활동을 하다 모교 앞 카페에서 처음 만나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이번 전시에서 이강욱은 생물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에 표현된 세포를 잘라 보면 또 다른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홍성철은 손 이미지를 여러 겹의 실에 프린트해 입체감을 살린 작품을 전시한다. 여기서 실을 몇 가닥만 따로 봐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강욱과 홍성철은 국내 미술 시장에서 주목하는 작가다. 인지도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있어 ‘옐로 칩’ 작가로 불린다.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이들 작품의 거래 빈도가 높다. 특히 이강욱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다.

2004년 관훈동 노화랑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본 한 일본인 갤러리 대표에게 발탁돼 도쿄(東京)에서 개인전을 세 번이나 열었다. 세 번째 전시에선 작품을 모두 판매했다. 이강욱은 2001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줄곧 세포를 표현했다. 세포의 일부를 확대한 이미지를 캔버스에 프린트하고, 그 위에 얇은 막을 덧씌웠다.

그리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마무리는 반짝이는 구슬로 했다. 그는 대학 때 한 회화 강의에서 작품 소재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 학기 동안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나를 이루는 최소 단위인 세포를 그리게 됐죠. 앞으로는 좀 더 가까이에서 본 세포를 그리려고 합니다.”

홍성철은 한동안 손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사진 한 장에 표현된 손 이미지를 여러 개의 실에 프린트했다. 그렇게 만든 실 몇 겹을 한 곳에 모아 매달았다. 그랬더니 납작했던 손에 입체감이 생겼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이렇게 사진으로 손을 조각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손의 모양이 달라진다.

홍성철은 “그래서 마치 손이 움직이는 듯하다”며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손 외에 다른 것도 작품 소재로 삼을 계획이다. 이 두 작가는 작품에 담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작품을 접한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이 표현한 작품의 작은 부분을 살펴보며 잠시 딴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200902호 (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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