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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에서 배우는 팀워크와 프로정신 

조항우 로제타스톤 코리아 사장
LEPORTs 

글 손용석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조항우 사장은 평일엔 교육업체 CEO지만 주말이면 경주장에서 1분 1초를 놓고 승부를 펼치는 카레이서로 변신한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프로란 점이다.

2009년 새해 벽두부터 조항우(33) 사장은 바라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먼저 조 사장이 맡은 교육회사 로제타월드는 최근 로제타스톤 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적 외국어 학습 교재인 로제타스톤의 한국 총판이 올해 초 한국 지사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본사에서 운영비를 받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벌이게 됐다. 조 사장은 “2006년 설립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며 “본사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경주의 세계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챔피언이 됐다. 지난해 열린 국내 최초 슈퍼6000 클래스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것.

슈퍼6000 클래스는 6000cc 배기량과 525마력의 엔진, 최고 시속 300km를 자랑하는 경주용 차 ‘스톡카’로 레이스를 펼친다.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주로 차의 성능보다는 드라이버의 능력에 따라 승부를 가린다. 조 사장은 “이제 자동차 경주의 세계에선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노력했기 때문에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한 살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한 교포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차라면 사족을 못썼다. 16세 때 운전 면허를 딴 그는 드라이빙 기술과 자동차 경주 관련 책들을 사보며 레이서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경주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자금 압박이 따랐다. 그는 18세 때 창업에 나섰다.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마니아를 대상으로 맞춤형 스피커 케이블을 만들어 주는 일을 시작했다. 사업 자금을 얻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해 은행을 찾았다. 은행에서 내놓은 금액은 2500만 원. 그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레이싱을 배우면서 사업을 접었지만 팔 때까지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22세에 늦깎이로 카레이싱에 입문했지만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동양인에게 기회는 잘 오지 않았다. 조 사장은 “카레이서로 살아남기 위해선 두 가지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돈이 많거나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은 없었지만 의지는 확고했다.

1999년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엔 영어 강사로 생활비를 벌면서 카레이서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행히 스폰서를 구해 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조 사장은 입국 8년 만인 2007년엔 한국모터스포츠 대상에서 ‘올해의 드라이버’로 뽑혔다. 한국 생활 초창기에 영어 강사를 통해 쌓은 경험은 자연스럽게 어학 교재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뛰어든 로제타스톤은 92년 미국에서 개발된 외국어 학습 소프트웨어다. 한국어와 영어를 포함해 세계 31개 언어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배울 수 있다. 국내에선 온라인 외에도 서울 시내 주요 서점에 ‘키오스크(kiosk·프로그램 간이 체험소)’를 설치해 선보이고 있다. 로제타스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어학 교재다.

미국여자골프협회(LPGA)의 공식 어학 교재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관공서에서도 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로제타스톤으로 중국어를 배워 유명세를 탔다. 당시 펠프스는 “기록적인 시간에 중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로제타스톤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서 외국어 학습 소프트웨어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 사장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토익이나 토플 등 시험 대비용 언어 학습에만 몰두하는 것이 이상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평생 영어 학습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리라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로제타스톤은 별다른 마케팅을 벌이지 않았지만 입 소문을 타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다. 2006년 2명이었던 직원도 이젠 20명이 넘는다. 올해 모두가 불황을 예상하지만 조 사장은 두자릿수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교육 시장은 불황에 강한 편”이라며 “공식 지사가 됐기 때문에 투자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 실정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와 프로 카레이서를 오가며 배운 것은 팀워크와 프로 정신이다. 조 사장은 “경주에선 실력만큼이나 엔지니어와의 팀워크와 스폰서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스폰서에게 투자대비수익률(ROI)을 올려주려는 마인드는 CEO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투잡’에서 가장 힘든 점은 시간 배분이다. 그는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분리해 스케줄을 짠다”며 “실적이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903호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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