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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바이러스에 걸려도 책임 못 집니다” 

마이클 베터 사장과 포르쉐 뉴 911 동승기
 

글 조용탁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마이클 베터 슈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사장은 한 번 포르쉐를 운전하면 다른 자동차에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적 상태를 ‘포르쉐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유일한 치료법은 포르쉐를 구입하는 거다.

마이클 베터(41) 슈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사장이 지난해 끊은 과속 티켓은 모두 다섯 장. 그는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회사가 있는 포르쉐 분당 센터까지 포르쉐를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으로선 양호한 편이라고 말한다. “정말 달리고 싶을 땐 용인에 있는 자동차 트랙 스피드웨이에 갑니다. 시속 300km까지 밟은 적도 있어요.”

베터 사장의 애마는 ‘포르쉐 911’ 시리즈다. 그는 한국에서 출시된 포르쉐의 모든 모델을 돌아가며 몰아봤지만 911 시리즈를 주로 애용한다. 2월 3일 기자와 함께 시승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차종은 포르쉐 뉴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 길만 안 막히면 두 시간 반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할 수 있는 자동차다.

베터 사장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차이기 때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말했다. “잘 달리고, 잘 멈추고, 탈 때 기분 좋고, 연비가 준수한 데다 친환경적입니다.” 시승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자 잘빠진 노란색 포르쉐 오픈카가 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베터 사장은 한 발로 브레이크를 누른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385마력의 힘을 자랑하는 포르쉐의 연료직분사식(DFI) 엔진이 굉음을 내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동차 마니아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 소리입니다. 저도 이따금 음악 대신 엔진 소리만 들으며 운전할 때가 있어요. 은근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는 도로에서 급 가속을 하거나 정지 상태에 있을 때 엔진 소리를 들으며 운전을 즐긴다고 한다.

뉴 911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4.7초. 하지만 브레이크와 동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정지한 상태에서 출발하면 0.2초 더 빠른 4.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실제로 베터 사장은 신호등이 빨강에서 초록으로 바뀔 때마다 시범을 보여줬다. 온몸이 좌석에 박히며 사이드 미러에 보이는 자동차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는 표현이 알맞은 자동차다. 그는 “이 차를 몰려면 자동차 면허가 아니라 비행기 면허가 필요하다”는 농담을 하며 밝게 웃었다. 뉴 911에 구비된 7단 변속기는 운전 조건에 따라 최적화 된 변속 프로그램을 통해 가속 성능을 개선했다. 반면 기존 모델보다 연료 소비를 줄였다.

연비는 리터당 8.2km. 기존 모델에 비해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15%까지 줄였다. 베터 사장은 “포르쉐의 자동차들은 같은 크기의 엔진을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가장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포르쉐는 1901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믹스터를 개발한 이후 줄곧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해온 회사다.

지난 15년간 포르쉐는 기존 모델보다 연료 효율이 뛰어난 차종만 발표해왔다. 그 결과 포르쉐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매년 1.7%씩 꾸준히 줄었다. 베터 사장은 올해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인 파나메라, 카이엔 하이브리드 등도 하나같이 연료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 친환경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생활 4년째인 베터 사장은 한국에서 포르쉐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 번 포르쉐를 운전하면 다른 자동차에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포르쉐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유일한 치료법은 포르쉐 구입하기. 베터 사장은 한 고객이 신장 이식 수술 직전에 포르쉐를 구입한 일화를 예로 들었다.

그 고객은 젊은 사람이 포르쉐를 몰면 거만해 보일 것 같아 50세까지 구입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신장에 큰 이상이 생겨 신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일정이 잡힌 고객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포르쉐 구입이었다. 계약을 마친 다음 입원실 벽에 포르쉐 포스터를 붙이고 수술실로 실려갔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베터 사장은 직접 그의 병실을 찾아가 자동차 열쇠를 전달했다.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된 전형적인 고객이셨지요. 저는 이것을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승을 마치고 포르쉐 분당 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택시들이 눈에 띄었다. 베터 사장도 한국의 총알택시가 무섭다 말한다. 특히 빨강 신호일 때도 마구 달리는 것을 볼 때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고 한다.

“휴가 때 고향인 독일에 가면 사람들이 운전을 너무 고지식하게 해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빨리 빨리’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보면 저도 한국 사람이 다된 것 같아요. 하지만 운전은 한국과 독일의 중간 정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교통법규를 지킬 땐 지키면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니까요.”

슈투트가르트 스포츠카는 지난해 한국에서 450대의 포르쉐를 판매했다. 베터 사장은 경제 불황으로 다소 어렵겠지만 올해도 400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0903호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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