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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넘는 요트와 마이바흐 

중국 부자들의 럭셔리 라이프 

글 베이징=장세정 중앙일보 특파원 zhang@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상하이 명품 거리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

중국 칭다오(靑島)에서는 8월 말 ‘2010 중국 국제 선박 전람회’가 열렸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상반기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네덜란드·일본 등지에서 2만 여 명이 참가했다. 폐막식 날 관람객은 깜짝 놀랐다. 중국에서 사상 최고가인 대당 7800만 위안(약 13억원)에 호화 요트 한 대가 팔렸기 때문이다. 새 요트의 주인은 다롄(大連)에 본사를 둔 완다(萬達)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 부부였다.

‘전함 108’이란 이 요트는 한정판으로 제작됐다. 길이 33m, 3층짜리 요트는 ‘해상 궁전’이란 별칭에 걸맞게 실내는 호사스러

운 요소로 가득 찼다. 마치 007영화 ‘카지노 로열’에서 제임스 본드가 몰던 요트를 연상케 한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항해 장비는 기본이다. 5성급 호텔 뺨치는 스위트룸을 포함해 방만 네 개다.56인치 LCD TV와 첨단 음향 설비도 갖췄다. 각종 오락 설비와

안마가 가능한 대형 욕조도 딸렸다. 4880마력의 초강력 엔진을 장착해 시속 66㎞로 달릴 수 있다. 이제 중국의 신흥 부자들도 유럽의 전통 부호들처럼 호화 요트를 타고 레저 삼아 선상 파티를 즐기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중국 부자들 사이에 고가 요트 구입 붐이 일고 있다.
미국의 투자 은행 메릴린치에 따르면 중국의 백만장자는 47만7400명으로 지난해보다 31% 늘었다. 미국(287만 명)·일본(165만 명)·독일(86만 명)에 이어 세계 4위다. 영국(44만 명)을 이미 추월했다. 중국 조사기관 후룬바이푸(胡潤百富)의 ‘2010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재산이 100억 위안(약 1조7200억원) 이상 인사만 140명이었다. 10억 위안 이상은 1900명, 1억 위안은 5만5000명이었다. 1000만 위안 이상 부자도 87만5000명이나 됐다. 지난해보다 6.1% 늘었다.

중국 경제가 30년간 고속 성장하면서 부호가 양산됐다. 한 조사에서 중국 부호들은 연간 170만 위안(약 2억8000만원)을 명품 구입, 해외여행, 자녀교육, 선물과 소장품 구입, 오락에 지출했다. 33%는 부동산 재테크, 23%는 주식 투자를 선호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의식주를 비롯해 이들의 소비 행태를 들여다보면 중국 사회의 요지경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의(衣) 의식주 중에서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입는 문제를 덜 중시한다는 평을 받았다. 몸을 치장하고 꾸미는 데 소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부자들에게는 옛말이다. 남녀 불문하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닌다. 아르마니나 제냐 같은 고급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100만 명을 이미 넘었다. 베이징중심 거리인 창안다제(長安大街), 상하이의 난징둥루(南京東路)에는 이들을 기다리는 점포가 즐비하다. 핸드백·가방·구두뿐 아니라 명품 액세서리는 중국 부호들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큰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호들이 제일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는 루이뷔통이다. 까르띠에·샤넬·에르메스·구찌·BMW·벤츠·파텍·몽블랑·아르마니가 뒤를 잇는다. 이들의 왕성한 소비욕 덕분에 중국의 명품 시장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2015년에는 일본마저 제치고 최대 시장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이유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에서는 지난달 흥미로 운 보석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이 투자한 최고급 쇼핑몰 둥팡신톈디(東方新天地)에 입주한 보석점 티파니에서 시가 219만 위안(약 3억8000만원) 하는 3캐럿 다이아몬드가 도난 당했다. 중국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버젓이 팔린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이다.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된 수퍼카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식(食) 중국인은 먹는 것을 제일 우선시한다(民以食爲天). 부자라고 식탐은 예외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몸에 좋다는 별난 요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식도락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의 전통 건축 양식인 쓰허위안(四合院)을 개조한 베이징의 유명 레스토랑 바이자다위안(白家大院)에 들어가 보자. 이곳은 베이징 부자들이 사교 파티를 열거나, 고급 비즈니스 만찬 접대를 자주 하는 곳이다.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요리는 이서우루타이(益壽鹿胎). 한 접시 가격이 2680위안(약 46만원)이다. 어미 사슴의 배 속에서 꺼낸 새끼 사슴의 태를 삶아 만든 요리다. 피를 맑게 하는 특효 가 있다고 중국인은 믿는다. 배 속의 새끼 돼지를 꺼내 만드는 애저 요리는 저리 가라다.

청나라 강희대제의 궁중요리를 응용한 캉시위융위츠(康熙御用魚翅·샥스핀)가 1인분에 불과 1680위안 하는 것을 보면 사슴태 요리의 값을 짐작하게 된다. 이 식당에서 중국인은 고급 백주(白酒·고량주)보다 한 병에 1만 위안 하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즐겨 찾는다. 식당 관계자는 “10만 위안짜리 특급 프랑스 와인도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에는 대도시에 치솟는 마천루마다 최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것이 철칙이다.

주(住) 중국의 부호에게 거주용 집은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상하이의 부호라면 푸둥(浦東)에서 수십억원을 줘도 못 사는 탕천이핀(湯臣一品) 한 채는 소유해야 한다. 아파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넓은 대궐 같은 597㎡짜리도 있다. 3.3㎡(평)당 가격은 45만 위안(약 8500만원)이다. 다른 대도시 지역에도 이런 초고가 아파트는 즐비하다.

그러나 부호들에게는 아무래도 도심보다 근교의 별장이 제격이다. 지상 천국이라는 항저우(杭州) 시후(西湖) 주변에 그림 같은 별장이 한 채 없다면 부호 행세하기 어렵다.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칭다오와 다롄에 해변을 끼고 자리한 별장도 필수품이다. 이들 지역에서 부호들은 유명 연예인,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부족한 교양과 품격을 보충한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상하이와 베이징의 부호들이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지로 부동산 쇼핑을 떠난 얘기는 꽤 알려져 있다. 다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저택과 부동산을 싹쓸이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뿐이다. 시간이 가면 드러날 일이다.


행(行) 중국인들이 돈 자랑할 때 드러내기 좋아하는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다. 지나칠 정도로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경차를 보기 어렵다. 중국 거리를 얼핏 보면 수입차 천국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폭스바겐·GM·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 업체와의 합작 생산이 대부분이다. 이런 차들은 중산층이 주로 탄다. 진짜 부자들은 해외에서 수입한 차만 탄다. 이런 행태를 짐작해 볼 만한 일화가 최근 공개됐다.

중국 최대의 가전유통업체 궈메이(國美)의 대주주 황광위(黃光裕) 전 회장은 한창 잘나갈 때 최고급 승용차 마이바흐 두 대를 통 크게 구입해 동업자 천샤오(陳曉)와 한 대씩 나눠 탔다고 한다. 5월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벤틀리·페라리·람보르기니·부가티·스코다 등 진귀한 수입차들로 가득 찼다. 중국 부호들은 이런 차들을 2세들에게 선물하고 2세들은 계층 간 위화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폭주하고 다닌다.

201010호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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