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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신세대와 통하라 >> 신세대는 미래의 대세 마뜩잖아도 먼저 다가가라 

 

글 이필재 경영전문기자 jelpj@joongang.co.kr, 송지원 인턴기자

▎모바일 웹 브라우저 개발업체 `인프라웨어` 의 서울 반포동 사옥에서 강관희 사장(오른쪽 )이 신세대 사원과 팔씨름을 하고 있다.

중견기업 삼익THK는 지난 2월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32명에게 한 가지 미션을 부여했다. 자신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인증샷을 찍어 회사로 전송하게 한 것. 올해 일흔다섯인 이 회사 심갑보 부회장은 “나더러 고지식하다 해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30년째 삼익THK CEO로 재직 중이다.

“제가 직접 면접해 뽑은 사람들입니다. 졸업식을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행사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는 중요한 순간의 가치는 혼을 내서라도 알려줘야죠. 우리가 안 가르치면 누가 가르치겠어요?”

그는 “감정과 의사 표현이 솔직하다는 게 반드시 좋은 덕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기 표현이 능한 것도 양면성을 띤다는 주장이다.

60대 초반인 정수용 빙그레 부회장은 즐감(즐거운 감상, 즐겁게 감상하라)이나 안습(안구에 습기가 찬다는 말로 눈물이 난다는 뜻) 같은 인터넷 은어를 신세대가 직장에서 일상으로 쓰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30대 초반의 이원진 구글코리아 사장은 “채팅하거나 문자를 보낼 때 이들이 이런 조어를 쓰는 것이 늘 신기하다”고 했다. 구자홍 동양자산운용 부회장은 “설명이 필요한 결재서류를 인터넷으로 올리고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볼 때 신세대와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기성세대인 CEO의 눈에 비친 요즘 신세대 직장인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마인드가 약하다(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조직보다 개인의 일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성과와 연관되지 않으면 손해를 보지 않으려 드는 경향이 강하다.

기성세대가 이들과 가장 세대차이를 느끼는 것은 회식 문화. 기성세대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지만 이들에겐 옵션일 뿐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직장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세대 직장인의 46%가 “업무시간 후 갖는 회식에 반드시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특히 신세대 여성은 과반인 55%가 이렇게 응답했다. 반면 기성세대는 29%만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신세대 구성원은 ‘담당자도 아닌데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느냐’ ‘주말인데 꼭 출근해야 하느냐’고 고개를 꼿꼿이 들고 상사에게 항변하기 일쑤다. 기성세대로서는 버릇이 없다고 느낄 만하다. 그러나 역사상 말이 안 통하고 버릇 없는 신세대가 비단 이들뿐이었을까? “요즘 젊은이는 버릇이 없어 걱정”이라는 장탄식이 그리스 비석에 새겨진 것이 기원 전 7세기의 일이다.

2014년엔 전체 직장인의 46% 차지

중요한 것은 이들 신세대가 기업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의상 이들을 1980년대생으로 국한해 보자. 삼정KPMG의 추계에 따르면 이들이 현재 기업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77~95년생으로 확대하면 3년 후인 2014년 직장인의 46%가 이들 신세대로 채워진다고 한다.


▎신세대 직장인은 음주를 강요하는 직장문화에 반기를 든다. 회식 때면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어 앉는다.

이들 ‘신인류’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IT 기기들을 익숙하게 다루는 디지털 세대(N세대)이고 언어연수, 배낭여행 등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내장했다(G세대). 1960년대 초에서 70년대 말 사이에 태어난 X세대의 다음 세대라는 뜻에서 Y세대(1978~95년생)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장점도 뚜렷하다. 우선 스펙이 좋다. 대학 학점과 외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도 이전 세대보다 잘 갖췄다. 업무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넘치고 업무도 빨리 이해하는 편이다(남석우 콤텍시스템 부회장). 한마디로 준비된 직장인이다. 또 기성세대보다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도 상대적으로 잘한다(채은미 페덱스코리아 사장).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다(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반면 최진영 디지털대성 사장은 이들 세대에 대해 “현실적인 준비가 많이 돼 있는 게 장점이라면 현실적인 준비만 돼 있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조급한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강한 건 좋은데 너무 빨리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담당 업무에 익숙해지면 관심과 집중도가 떨어지고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익숙해지면서 전문성이 강화되고 조직에 대한 공헌도도 높아지게 마련이데 이 분야는 마스터했으니 빨리 다른 분야에 도전해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또 인내심이 약하고 헝그리 정신도 없다(한현숙 DIT 사장). 풍요로운 환경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으니(김효준 사장) 헝그리 정신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존댓말도 제대로 못 쓰고(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 부모에게 의존적이다(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동료나 타인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서수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 그런가 하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하려 들고 뜻대로 안 되면 쉽게 좌절한다(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신세대 구성원은 구제불능인가?

이원진 사장은 “요즘 세대는 관심 분야가 넓고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는데 이런 경향은 창의적 마인드와 열정이 생겨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은 “디지털 문화가 몸에 배고 자신감으로 무장한 신세대는 우리 기업의 보배”라고 단언한다. 고영섭 오리콤 사장은 “세상은 변하고 있고 어차피 그들이 대세”라고 말한다. “조직이 이들을 인정하고 먼저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브스코리아가 CEO 27명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토대로 신세대 직장인 ‘사용설명서’를 작성해 봤다. 이들에 대한 지상 멘토링도 시도했다.

201105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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