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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s 40 Richest 

이건희, 정몽구, 정몽준 순… 1조 거부 25명이나 돼 

글 손용석 기자 soncine@joongang.co.kr
조사 송지원·남정미 인턴기자
경기 침체라는 말이 무색하다. 치솟는 유가와 동일본 대지진도 딴 세상 이야기 같다. 2011년 한국 40대 부자의 재산총액은 71조5896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보다 19조원이 증가했다. 35조원이었던 2009년과 비교하면 두 배다. 1조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부자가 25명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8명 늘어났다. 40대 부자의 커트라인이 사상 최초로 5000억원을 넘어서 57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855억원에 비해 900억원가량 많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활발한 인수합병(M&A)과 비상장 회사들의 상장이 늘면서 회사들의 몸집이 불어난 영향도 있다.

▎지난 3월 10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왼쪽)과 정몽구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대한민국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켰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삼성전자 주식 등을 통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9조4357억원. 여기에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평가액을 합치자 재산이 10조원을 넘어섰다. 포브스코리아가 국내 주식 부호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2005년 이래 개인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올해 조사에선 부부의 경우 한 명의 재산으로 합산했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조직을 추슬렀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17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덕분에 이 회장의 보유 재산이 크게 늘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리스트에 오른 부자들 중 재산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조5756억원을 기록했던 정 회장은 올해 8조66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증가했다. 2009년(2조3828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조원 가까이 불었다. 현대차가 지난 2년 동안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경쟁력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인 덕분이다.

현대차는 최근 정 회장의 숙원사업이던 현대건설까지 인수하며 자동차·철강·건설을 잇는 3각 구도를 완성했다. 현대차는 10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현대건설을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인 회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3위는 정몽구 회장의 동생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차지했다. 정 의원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주가가 급등하며 보유 재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마한 정 의원은 최근 국내 정치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4위와 5위엔 삼성과 현대차 후계자가 나란히 올랐다. 4위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 삼성에버랜드 순자산이 지난해 급등하며 이 사장의 재산도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승진한 이재용 사장은 최근 들어 경영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5위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이다.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기아차에서 성과를 낸 정 부회장은 최근 현대차를 통해 다시 한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올 초 개막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직접 현대차의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6위엔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 CEO인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이 차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던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순자산이 더 늘어나며 올해는 재산이 2조원을 넘어섰다. 구본무 LG 회장이 7위를 차지했다. LG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부인인 김영식씨의 지분까지 합해져 총재산이 2조원이 넘었다.


8위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차지했다. 지난 2월 회장으로 취임한 신동빈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유통업계에 끊임없는 이슈를 만들고 있는 주인공. 롯데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61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9위에 오른 김정주 NXC 대표는 재벌가 출신이 아닌 자수성가형 부자 중 가장 재산이 많았다. 김 대표는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국내 1위 게임회사인 넥슨의 창업자다. 지난해 엔도어즈와 게임하이 등 게임회사를 사들이며 업계 2위인 엔씨소프트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10위엔 롯데가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올랐다.

11위는 최태원 SK 회장이 차지했다. SK는 SK텔레콤, SK에너지 등 국내외 70개가 넘는 계열사를 통해 재계 순위 4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은 중동 국가들을 비롯해 브라질, 호주 등 자원 부국들을 방문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녹색 부자 뜨고 교육 부자 진다

올해 리스트엔 김정주 대표처럼 상속이나 증여가 아니라 창업을 통해 ‘1조원 클럽’에 등록한 부자가 많았다.

게임업계 신화로 불리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6497억원에 영업이익 2429억원을 달성했다. 신작게임이 예정대로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며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창원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팀을 창단해 주목받고 있다. 밀폐용기 락앤락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주방용품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김준일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권에서 눈에 띄는 부자는 13위에 오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다. 박 회장은 브라질, 중국, 홍콩, 인도, 베트남 등 글로벌 경영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의 순자산이 급증하며 지분평가액이 뛰었다.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는 ‘녹색 부자’들도 돋보였다.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3형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301억원에 머물렀던 이수영 OCI 회장의 재산은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회장의 동생 이복영 삼광유리공업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도 재산이 큰 폭으로 늘며 올해 처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진 KCC 회장과 윤석금 웅진 회장도

최근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에 교육 부자들의 재산은 줄었다. 최근 저출산 등에 따른 교육시장 부진과 무관치 않다. 국내 대표 학습지 재벌로 꼽히는 장평순 교원 회장과 강영중 대교 회장의 재산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구본무 회장을 제외한 구본능 희성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등 LG가(家) 형제들은 지난해에 비해 주식평가액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2차전지로 잘나가고 있는 LG화학에 비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고 여성 부호 자리는 지난해에 이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지켰다. 그 뒤를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사장이 여성 중에선 둘째로 재산이 많았다. 이 사장의 동생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주식평가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리스트에 오른 30~40대 부자는 모두 11명. 지난해와 숫자는 비슷하지만 이들의 재산 총액은 5조원 가까이 늘었다. 30대 부자도 눈길을 끌었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차장이 지난해에 이어 최연소 부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해 재산이 2000억원가량 늘며 39위에서 32위로 상승했다. 36세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외아들 김남호 동부제철 차장도 올해 처음 리스트에 올랐다.

201105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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