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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 - 캠핑의 불 밝히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강혜근 코베아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의 도전 속에서 국내 캠핑용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작고한 남편의 뒤를 이어 회사를 경영한 지 2년, 그는 캠핑시장의 재편에 대비하고 있다.

▎코베아는 31년 동안 국내 캠핑용품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강혜근 회장은 고품질 제품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포부다.



최근 몇 년 동안 캠핑 열풍이 이어지면서 관련 산업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0년 1800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연 눈에 띄는 브랜드는 코베아다.

가스스토브·랜턴·버너와 텐트를 중심으로 토털 캠핑용품을 생산하는 코베아는 토종 브랜드다. 스노우피크·콜맨 등 글로벌 브랜드의 도전 속에서 국내 캠핑용품 시장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2001년 2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올 상반기 매출도 700억원을 기록했다.

인천시 송림동 비젼코베아 공장에서 만난 강혜근(59) 코베아 회장은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캠핑 등 아웃도어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상당한 곳”이라며 “최근 가을·겨울에도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어 이에 부응한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베아는 1500여종의 캠핑용품을 생산한다. 제조업체 코베아, 유통업체 비젼코베아, 산악용품 전문업체 트랑고가 관계사다.


경영 2년 만에 매출 두 배로 껑충

코베아는 강 회장의 남편인 고 김동숙 창업주가 1982년 설립했다. 1987년 석유스토브가 대세였던 당시 편의성과 휴대성이 높은 가스스토브를 처음 출시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0년 산에서 취사와 야영을 금지하는 정책이 실시되자 큰 타격을 입었다. 남편은 해외 수출선을 확보하면서 미래에 대비했다. 그는 강이나 바다에서 오토캠핑을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야영에 필수 품목인 가스스토브는 불티나게 팔렸다.

강 회장은 2011년 10월 남편이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준비된 경영자였다. 남편이 서른다섯 나이에 가스스토브를 만들어 팔겠다며 작은 공장을 열었을 때부터 함께 일했다. 그는 “일손 하나가 아쉬울때라 공장에 나와 포장하고 스티커를 붙였다”고 했다. “당시 상품 기획에서 제작·포장하고 유통하는 공정을 익혔어요. 컬러는 어떤지, 디자인은 촌스럽지 않은지, 사용방법이 불편하지 않은지 남편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했죠.” 창업 동지이자 경영 파트너였던 셈이다.

“처음엔 전문경영인 영입을 고려했어요.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경험만으로 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창업주 작고 후 기업을 추스르는 데는 오너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30년 가까이 함께하며 가족처럼 지낸 직원들을 생각하면 돌다리도 두드려 가면서 건너야 할 입장이었죠. 마침 캠핑 열풍이 불면서 남편을 그리워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코베아는 주력 제품인 가스스토브·버너·랜턴을 100%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 고객서비스(CS)가 가능하다. “우리는 20년 전 제품의 부품을 찾는 고객 주문에도 답을 합니다.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죠. 제조는 모두 하청기업에 맡기고 유통만 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품질관리가 힘들어요. 특히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프리미엄 시장 모두 노린다

텐트 등 봉제 관련 품목은 중국·베트남·방글라데시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한다. 이 경우에도 철저한 품질 감독을 통해 관리한다. 국내 최초로 ‘레인 테스트 룸’을 사옥에 설치해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호우주의보 수준인 시간당 150㎜ 비를 뿌릴 수 있는 특별한 설비다. 이를 이용해 AS를 요청한 텐트의 누수(물이 새는 것)를 체크한다.

“캠핑 붐이 일면서 소비자의 기대도 그만큼 커졌어요. 하지만 결로(이슬 맺히는 것)와 누수를 구분하지 못하고 클레임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죠. 다들 누수라고 하니 눈으로 확인시켜줄 수 밖에 없었어요. 텐트 안쪽에 물방울 하나 없다는 사실을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토록 한 거죠. 업계 최초의 시설을 만드느라 비용이 꽤 들었지만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도 독자적인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수익의 5%는 개발비로 쓰고 있습니다.”

강 회장의 집무실엔 김 창업자의 사진이 걸려있다. “종일 공장에서 라인을 점검하고 대리점 관리하다 집에 돌아가면 남편 생각이 간절해요. 할 수만 있다면 그의 탁월한 경영 감각을 빌리고 싶어요. 추진력도 아쉽고요. 혹시라도 와이프가 못해서 건실한 기업이 나빠졌다는 말을 들을까 봐 늘 노심초사입니다. 지금도 쌓인 숙제가 많아요.”

강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아웃도어 시장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래서 그 이후를 준비 중이다. 그는 “요즘 캠핑을 비롯한 아웃도어 시장이 뜨니까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유통 마진을 남기거나, 온라인으로 저가 상품을 공략해 어수선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은 곧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봅니다. 소비자 눈높이가 전문가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가격 덤핑으로 매출을 높인 기업은 어려워질 것이고 고품질 제품만 살아남을 거예요. 우리도 고품질 제품 생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가격은 다소 올라가겠지만 가격 이상의 품질을 선보일 겁니다.”

코베아는 일본·미국·캐나다 등지에 이어 중국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강 회장은 “중국은 최근 캠핑문화가 태동하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중국 현지에 법인과 함께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해 해외 수출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캠핑기업의 시선은 중국 시장에 고정돼 있어요. 최근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중소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이 많지만 모험을 하지않으면 발전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보려 합니다.”

201312호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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