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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WOMAN - “화장품이 아니라 발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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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민규 기자
황진선 코웨이 코스메틱사업본부장은 기능성화장품과 분사식 세럼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그는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향긋한 차를 직접 우려내 건넨다. 황진선(48) 코웨이 화장품 사업본부장이다. 컵에는 빨간 하트무늬가 있다. 황 본부장은 “마음이 통하는 마법의 컵, 줄여서 마마컵”이라고 했다.

따뜻한 차를 이 컵에 담아 마시며 마음을 통하자는 취지에서 황 본부장이 만들었다. 그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은 마마컵에 차를 대접 받는다. 어떤 손님에게는 마마컵을 선물하기도 한다.

황 본부장은 P&G와 제일모직에서 일하다 2013년 5월 코웨이 화장품 사업본부장으로 왔다. “처음 코웨이에서 화장품을 맡아보겠냐는 제의가 왔을 때 거절했어요. 그 후에 코웨이 제품을 써 보니 참 좋더라고요. 이 제품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샴푸나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유명 남성복 브랜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를 ‘더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코웨이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사는 신 성장동력으로 화장품 사업을 꼽았다. 황 본부장은 “제품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리엔 케이라인에는 분사 형태의 ‘케이(K) 세럼’, 식약청이 인정한 주름개선기능성 소재 RS-2A를 이용한 ‘타임 랩 인텐스’가 있어요. 다른 화장품 회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품입니다.”

황 본부장이 생각해낸 ‘타임 랩 인텐스’ 광고 문구는 ‘화장품이 아닌 발명품’이다. “지난 여름 이 아이디어를 꺼내자 사내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까지는 이미지로 알렸으니 이번에는 기능으로 어필해 보자’며 설득했죠.” ‘발명품’이라는 말을 광고에 쓰기 위해서는 한국방송협회 심의부의 심의를 통과해야 했다. 그는 광고를 찍기 전에 내용과 용어에 대한 심의 신청을 먼저 했다.

“심의를 받고 나오면 화려했던 공작이 털 빠진 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확실히 심의를 통과한 후에 광고를 찍자고 생각했죠.” 이를 위해 식약청 주름개선기능성 소재 인증 및 신기술 마크 획득, 장영실상 수상과 효능 등에 대한 자료를 챙겨 제출했다. 심의통과 이후 촬영한 이 광고는 2013년 9월 첫 전파를 탔다.

코웨이 화장품은 현재 방문판매와 백화점의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채널 등을 통해 판매된다. 방문판매는 코웨이가 웅진그룹에 소속됐던 2010년 당시 씽크빅이나 코웨이 정수기 등 웅진그룹이 강점을 보였던 부분이다. 황 본부장은 “다양한 판매 채널을 검토한다”고 했다. 리엔 케이의 신제품은 2014년 상반기에 출시된다.

고등학생 때부터 황 본부장은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신문에 나오는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보니 법학과 경영학 전공을 많이 뽑았다. 그가 경영학과에 간 이유다. 대학에 다니면서 방학 때 틈틈이 백화점·광고회사·증권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에는 인턴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았다. “각 회사마다 하는 일과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그걸 경험해보려고 여러 곳에서 일했어요.”

어떤 일이 맞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학교 앞에서 여성용품을 나눠주는 판촉활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작 파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는 “내가 한 번 잘 팔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별이나 학연·지연에 상관 없이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가 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국 P&G 영업본부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황 본부장은 코웨이의 첫 여성임원이다. ‘첫’이라는 단어가 부담되지는 않을까. “코웨이에 오기 전에도 그런 부담은 종종 있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때마다 후배들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모교인 이화여대 경력계발 자문위원으로 후배의 진로를 조언한다. 사회생활 경험을 담은 그의 책 『나는 프로페셔널이다』의 수익금은 모교에 기부한다. 2007년 출간 후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회 초년생들이 찾는 책이다.

황 본부장이 후배 진로에 신경 쓰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때문이다. 그는 졸업 무렵 학교 추천으로 비서 자리에 면접을 봤다. 합격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에 가지 않았다. 다시 학교에서 비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갈 생각이 없는데 면접 보는 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는 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다. “취업 담당자가 ‘배가 불렀구나’ 하면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그 말이 가슴에 강하게 남았어요. 후배들에게 무조건 취업하라는 말보다 개개인에게 맞게 조언하려고 노력합니다.”

황 본부장은 직장 내 여성 후배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여직원이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는 주로 출산 아니면 육아 때문입니다.” 그는 아이를 갖기 위해 사표를 쓰겠다는 직원에게 ‘병원에 가는 날은 휴가를 줄 테니 일을 쉽게 포기하지 마라’고 얘기했다.

자녀 성적이 나쁘면 시댁이나 남편 눈치가 보여 일을 접는 여직원에게는 숙제를 확인하는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탠다. 황 본부장의 조언에 따라 퇴직 아닌 휴직을 택한 한 여직원은 복귀한 뒤 ‘일을 쉽게 놓지 않길 잘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유리천장은 여성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며 황 본부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황 본부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P&G에서 호주 파견 근무를 할 때 골프를 잠깐 배웠다. “폼은 좋은데 공이 멀리 안 나가더라고요. 잘 못하니까 스트레스 받고요. 아이들과 보낼 시간도 부족한데 스트레스 받으며 주말을 보내기가 싫어 그만뒀어요. 골프 치는 대신 사람들과 자주 차 마시면서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황 본부장은 전국에 있는 코웨이 화장품 영업점을 자주 찾는다. 인터뷰를 하기 전 주말에도 한 영업점에서 방문판매 직원들과 얼굴 마사지하는 법을 배우고 2시간 동안 실습도 했다. 그는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털어놨다. “기저귀 값, 분유값 벌어보겠다고 살림만 하던 주부가 영업에 나섰다가 울면서 돌아가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방문판매 사원은 처음에는 지인에게 먼저 구매를 권유합니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르면 본인이 제품을 사기 시작해요. 그러다 돈도 못 벌고 지쳐 떠나는 걸 자주 볼 수 있어요. 사람을 뽑아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2년 11월 사명을 ‘웅진코웨이’에서 ‘코웨이’로, 최대 주주도 2013년 1월 웅진홀딩스에서 코웨이홀딩스로 바뀌었다. 웅진에서 코웨이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2010년 9월 시작한 화장품 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황 본부장은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사업을 접을 계획이라면 인력에 투자할 리 없죠. 저 뿐만 아니라 화장품부문 마케팅 담당 임원도 새로 뽑았습니다.” 황 본부장은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 소비자가 썼을 때 혁신적인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고객과 마음이 통해야겠죠.”

201401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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