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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NE INDUSTRY - “시설·경영도 세계 1등 하겠다” 

AIRPORT 

사진 전민규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한 공항서비스평가에서 사상 처음으로 8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을 넘긴 정창수 사장은 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 사장은 매일 20만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천공항을 복합도시에 비유한다.



이제 국제공항은 단순히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용하는 교통시설이 아니다. 수많은 다국적 항공사 직원이 상주하는 일터이자 쇼핑과 외식·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인천국제공항은 900여 개의 상주기관에 4만 명의 직원, 하루 10만 명이 넘는 이용객과 환승객, 배웅하고 마중 나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매일 2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북적거린다. 충북 충주시(약 21만 명)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2013년 6월 취임한 정창수(56)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인천국제공항을 ‘복합도시’에 비유했다. “예전에 고향인 강릉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없었어요. 멍하니 앉아 동대문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정 사장은 세계 주요 공항이 공항 주변 지역을 MICE(국제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와 MRO(정비·지원) 산업의 중심지로 개발함으로써 항공수요는 물론 일자리와 같은 부가가치 창출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근의 국제업무단지(IBC)를 중심으로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설프게 만들면 공항 주변에 교통혼잡만 일으킬 수 있으니 만들지 않는 게 낫습니다. 이왕 만들려면 외국 사람들이 그것을 보려고 올 정도로 제대로 해야죠.”

이와 관련해 국내 최대 카지노 업체 파라다이스그룹은 1조9000억원을 들여 인천공항국제업무단지(IBC-I)에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를 2017년 개장한다. 400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인천공항공사로부터 50년간 임차하는 조건이다.

대지 면적은 축구장 47개와 맞먹는 33만6000㎡. 국내 최대 규모(1만1190㎡)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700실 규모의 특1급 호텔을 비롯해 공연장·쇼핑몰·전시장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가요 등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한류 엔터테인먼트’ 공간도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를 위해 2013년 7월 일본 엔터테인먼트 그룹 세가사미홀딩스와 합작 투자 회사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를 세웠다. 2013년 7월 파라다이스그룹의 인천카지노장 영업권을 인수해 이를 확장·이전하는 형태로 파라다이스 시티를 설립할 예정이어서 별도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 시티 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고용 1만2408명, 생산 1조8219억원, 부가가치 5776억원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년간의 운영과정에서 고용 76만6263명, 생산 6조3729억원, 부가가치 2조6662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산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북측 국제업무단지(IBC-II)를 복합리조트로 개발하기 위해 해외로드쇼 등 투자유치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 사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2010년 ‘마리나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 두 곳의 복합리조트를 개발한 이후 외국 관광객이 200만 명 늘었고 국제회의 개최건수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내국인에게 입장료 100싱가포르달러를 받고 카지노 출입을 허용한다. 하지만 정 사장은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낳은 강원랜드 카지노를 예로 들며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허용에 반대 의견을 비쳤다.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반드시 카지노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관광·위락시설 사업은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길어 거대 자본 없이 일반 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대기가 어렵습니다. 카지노는 준공과 동시에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개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제2여객터미널 건립 등 몸집 불려

정 사장은 복합리조트 개발 목적이 “공항 스스로 수요를 창출해 허브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 마련에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미국 여행 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공항’ 1위에 올랐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트래블러는 연간 11만 부를 발행하는 항공·여행 전문지다. 이에 앞서 6월에는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한 공항서비스평가에서 5점 만점에 4.95점을 받아 싱가포르와 베이징 공항을 제치고 사상 처음 8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끊임없이 서비스 혁신을 거듭해 왔다. 무료 샤워공간과 마사지 체어, 인터넷과 어린이 놀이방 등을 설치했다. 또 정보기술(IT) 기술을 여객터미널 곳곳에 접목해 사이버터미널, 셀프체크인 등 입출국을 간소화시켰다. 국제 권고기준(출국 60분, 입국 45분)보다 3배 이상으로 빠르다(출국 19분, 입국 12분).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으로서 전통문화센터·한국문화박물관 등 11곳에 달하는 다양한 전통문화 시설도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7600여 회에 달하는 문화공연을 한다. 문화예술을 통한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은 인천국제공항이 서비스 1등 공항으로 등극하게 된 원동력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정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은 서비스에서 세계 1위로 인정받은 것일뿐 시설과 경영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난 9월 첫 삽을 뜬 3단계 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건립은 시설부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시작이다. 남측에 위치한 여객터미널과 별개로 북측에 건설되고 연면적 38만4000㎡로 기존 여객터미널의 77% 규모다. 연간 1800만 명의 여행객을 수용할 수 있다.

3단계 사업에는 제2여객터미널 건설비 2조2000억원, 철도와 도로에 8900억원, 제2교통센터 2300억원 등 모두 4조9303억원이 투입된다. 2017년 말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여객처리능력이 현재 3890만 명에서 6200만 명, 화물처리능력은 580만t으로 증가한다.

홍콩과 싱가포르·상하이와 북경 등 경쟁 공항은 모두 인천국제공항보다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연간 8000만 명 이상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정 사장은 “베이징공항은 1억3000만 명 규모까지 증축할 예정이어서 우리 공항의 수용인원 6200만 명은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3단계 사업이 늦어진 만큼 기술적인 면에서는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고 정 사장은 얘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취임 직후부터 제2여객터미널의 설계를 변경해가며 인천국제공항을 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절감형 공항으로 변모시키는데 힘을 쏟는다.

제2여객터미널 안팎은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정화식물이 자라는 녹지와 수목림으로 조성한다. 또 IT와 연계해 여객흐름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수요측정에 맞춘 에너지관리시스템도 적용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앞으로 자연환기와 자연채광 등 30여 가지에 이르는 에너지 절약기술을 도입해 2015년까지 총 5만400t의 온실가스 감축과 연간 1만3600t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 11월에는 ‘대한민국 환경·에너지 대상’에서 환경대상을 수상했다.

임기 중 ‘세계 최고 공항’ 기틀 닦겠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세계 유수의 공항들과의 협력에도 적극 나선다. 정 사장은 친환경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 직원을 파견해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언젠가 직원들 해외 출장이 잦다고 지적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경비는 최대한 아껴 쓰더라도 해외 출장은 두려워 말고 소신껏 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이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항이 되려면 최신 트렌드를 배워야 해요. 인터넷으로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전임 이채욱 사장 시절인 2011년 파리공항그룹(이하 ADP) 및 네덜란드 스키폴공항그룹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DP는 1945년 설립 이후 샤를드골공항을 비롯해 프랑스 내 13개 공항을 운영한다. 현재 전 세계 26개 공항의 운영·관리 및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공항전문기업이다. 스키폴공항그룹은 1916년 설립 이후 95년의 역사를 지닌 네덜란드의 스키폴공항을 비롯 4개 공항을 운영한다.

해외 10개 공항에 지분투자 및 공항 운영 등 해외사업도 활발히 진행한다. 정 사장은 “MOU 체결 이후 실질적 협력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인천공항이 서비스 부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다른 두 곳이 더 적극적”이라며 “2014년 1월 중에 각 그룹의 대표가 한데 모여 세부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성균관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몸담았다. 1996년부터 2년간 건설교통부 법무담당관으로 근무하며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 건설교통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는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지원했다. 국토해양부 기획조정실장 시절에는 건설교통·해양 부문 48개 공기업을 총괄했다.

“많은 기업을 관리하다가 이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곳에 집중할 수 있으니 편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르는 말입니다. 최선을 다해도 늘 시간이 모자란 게 업무거든요.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그리고 몇 번 실패하면 그 호랑이는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정 사장은 기관을 대표해 참석하는 모임도 적지 않아 주요 업무처리를 위해 주말에도 출근한다고 했다. “그래도 취임 초기에 밀려있던 업무들이 이제 많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서비스는 물론 경영과 시설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반을 임기 중에 확실히 닦도록 하겠습니다.”

201401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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