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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LEADERSHIP - 눈높이 맞추니 내실 탄탄 

금융가 파워리더① 김종준 하나은행장 

사진 전민규 기자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직원과 소통을 중시한다. 전국 638개 영업점 중 603개를 방문했다. 원활한 소통은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 김 행장은 스마트 금융과 해외 진출을 새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12월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 7층 행장실에서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김 행장의 방은 검소하고 꾸밈이 없다. 곳곳에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김종준 은행장은 2013년 12월 7일 본사 부장을 비롯해 신임 지점장 60여 명과 아차산을 오르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세계적인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국내 금융사는 악전분투한다. 그럼에도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성과를 내는 금융회사가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새해부터 뛰어난 리더십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개척하는 파워 리더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눈높이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을 만났다.

2013년 12월 7일 오전 9시 서울 광장동 아차산 입구에는 60여 명의 등산객이 모여 있다. 그들 뒤로 하나은행 현수막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둥그런 얼굴에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짓는 김종준(58) 하나은행장이 눈에 띄었다.

이날 김 행장은 본사 부장들을 비롯해 신임 지점장들과 함께 등산을 하기로 했다. 12월 11일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짧아 그들의 등산에 동행했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30년 넘게 ‘하나맨’으로 살았다. 하나은행에서 가계·기업·신탁 부문을 두루 거쳐 2009년 하나캐피탈 대표이사가 됐다. 탁월한 경영 실적을 인정받고 2012년 3월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취임 이후 그가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2012년 10월에는 2박3일간 1500㎞를 다녔다. 당진을 시작으로 서산·태안·홍성·예산·서천 등 10곳의 영업점을 한번에 돌았다. 2013년 11월말 기준 638개 영업점 중 603개를 방문했다. 2014년 초까지 모든 영업점 직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영업점 방문에 만족하지 않았다. 직원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토크 콘서트 형태인 ‘하나 Talk Talk’을 열었다.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대전·광주·대구·천안을 찾았다. 그가 전국 곳곳의 직원을 만났던 이유는 하나다. 직원들과 소통을 원했다. “금융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직원 모두의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차산은 해발 287m로 등산과 산책의 중간쯤 된다. 김 행장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숲길을 1시간 가량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하자 탄성이 절로 났다. 오른편으로 한강을 낀 광진구의 탁트인 전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길 뿐이 아니다. 선발대가 마련해 놓은 시원한 막걸리와 홍어무침이 입맛을 살렸다. 김 행장은 직원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20분가량 쉰 후에 산을 내려왔다. 그제야 김 행장과 얘기를 나눌 시간이 생겼다.

김 행장은 “2013년은 세계경제의 변동성이 높고, 저금리 장기화 추세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위기 속에서 그가 내놓은 카드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자’였다. 무리하게 자산을 늘리기보다 내실 위주의 이익을 중시했다. “금융업의 본질은 원칙이에요. 기본만 잘하면 큰 위험없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그는 취임하자마자 ‘허수 영업’을 막았다. 허수 영업은 직원들이 영업 목표를 채우기 위해 가족·지인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실적을 채우는 일이다. 대부분 행사 기간이 지나면 가입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실적에 집착한 결과에요. 그 시간을 고객에게 쏟아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제시해 재테크에 도움이 돼야 해요. 고객과 은행이 함께 성장하는 방법입니다.” 그는 대신 저원가성 예금(LCF·low cost funding) 비중을 늘렸다. 보통예금·기업자유예금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이다. 은행에서 지급하는 이자가 없기 때문에 순이자마진을 높일 수 있다. 하나은행은 2013년 9월 기준 LCF가 30조5540억원으로 2012년 말 28조390억원보다 9%포인트 증가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 6월 기준 하나은행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25%로 은행 중 가장 낮다”고 했다. 그만큼 위험 관리를 잘했다는 얘기다. 김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실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뱅킹, PB명성 잇는다

그렇다면 새해 관심사는 뭘까. 스마트 금융이다. 그는 스마트 금융을 “고객이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다양한 금융채널을 이용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금융환경”이라고 정의했다. “1990년부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고객 채널이 전통적인 지점에서 인터넷뱅킹·콜센터 등으로 다양화됐습니다. 2000년에는 지점을 통한 거래가 45%, 온라인 거래가 5%미만이었어요. 현재는 역전됐어요. 지점 거래가 5%미만이고, 스마트폰 등 온라인 거래가 70%이상에 달합니다.”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인 곳도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 뱅킹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스마트 금융 상품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송금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선불 충전형 전자지갑 ‘하나 N월렛’이다. 이 상품은 2012년 6월 영국의 금융전문지 ‘더 뱅커’에서 금융기술혁신대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제13회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에서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김 행장은 스마트 금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하나SK카드 등 카드사와 협업으로 모바일 카드와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해외 진출도 빼놓을 수 없다. 주요 해외 거점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다. 각각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 PT Bank Hana 현지 법인을 설립해 시장을 키운다. 두 나라에 소재한 영업점은 모두 52개다.

2014년에는 베트남과 미얀마 진출이 목표다. 우선 베트남은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마이크로 파이낸스(저소득층을 위한 소액대출) 관련 법인을 설립 중이다. 하나은행 계획대로 문을 열면 미얀마에서 영업하는 최초의 해외 금융기관이다.

하나은행의 강점은 프라이빗 뱅킹(PB)이다. 2013년에 국내외 언론에서 선정하는 최고 PB상을 여러차례 수상했다. 201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글로벌 PB 어워드’에서 3년 연속 한국 최우수 프라이빗뱅크로 선정됐다. 홍콩 금융지 아시아머니에서는 ‘한국 내 최우수 프라이빗뱅크’와 ’한국 최우수 자금관리 서비스 은행상’을 받았다.

하나은행 강점 PB시스템 해외 수출

김 행장은 “영원한 1등은 없다”며 “다른 은행이 부지런히 쫓아오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내놓은 전략은 세 가지다. 우선 PIB(Private Investment Banking) 사업이다. 기업가가 지속적으로 가업을 이을 수 있도록 자산관리를 해준다. 하나은행의 강점인 PB와 기업투자금융(CIB)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개인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는 기본이고, 법인의 자산관리를 아우르는 토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둘째, 하나금융그룹 내 증권과의 연계 영업이다. 은행과 증권의 채널을 연계해 고객 서비스를 교류한다. 고객은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PB시스템 해외 수출이다. 홍콩에서는 2007년부터 PB업무를 했고, 중국 상하이에는 2012년 진출했다. 김 행장은 “앞으로 PB의 해외진출을 확대해 해외 고객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산을 거의 내려올 무렵 김 행장에게 외환은행과의 통합 시기를 물어봤다. 2013년 3월 15일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 잔여지분(40%)을 인수했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100% 자회사가 됐다. 두 은행은 자동화기기(ATM)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외환은행 카드 부문과 하나SK카드는 가맹점을 함께 이용한다. 자회사 간 연계 영업으로 비용을 줄였다. 최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선 동일한 지주회사의 은행 2곳이 함께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숨를 고르더니 두 은행 통합을 결혼에 비유해 설명했다. “서로 사랑하게 된 것은 좋은데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혼해야지요. 편하게 있기보다 지금 당장 고생하더라도 후배들에겐 더 나은 조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두 은행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겁니다. 규모의 경제는 물론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의 장점이 어우러져 수익이 크게 늘거에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순식간에 산을 내려왔다. 김 행장은 “아쉬우면 한 번 더 올라갈까요?”라고 농담을 했다. 그는 상대방의 눈높에 맞춰 대화를 한다. 40년 가까이 나눔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그는 대학 2학년때 ‘국제시민봉사회(SCI)에 가입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SCI는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지부를 운영하는 봉사단체다. 나눔은 1980년 하나은행 입사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가 주축이 돼 임직원의 자발적인 봉사 모임 ‘소망회’를 만들었다. 이 모임을 모태로 2004년 ‘하나사랑봉사단’이 출범했다. 김 행장이 초대 단장을 맡았다. 요즘도 그는 나눔 활동에 앞장선다. 2013년 10월 서울 낙원동에 개점한 ‘추억 더하기 카페’는 60대 이상 노인을 위해 문화와 일자리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하나은행은 운영지원금 1억원을 지원했다. 이날 김 행장은 검정 교복을 입고 도시락을 나르는 일일 종업원으로 일했다. 어른들의 추억에 눈높이를 맞춰 교복을 입은 것이다. 그는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춰야 진심이 통한다”고 했다. 나눔 뿐이 아니다.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한다.

201401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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