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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석 에누리닷컴 대표 

서비스 경쟁엔 에누리 없다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1998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쇼핑 가격비교 서비스를 시작한 에누리닷컴이 최근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을 표방하며 공격적인 M&A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최문석 대표가 키를 잡았다.

▎최문석 에누리닷컴 대표는 3개의 계열사를 ‘형제사’라고 불렀다. 이번 통합사옥 마련은 더 큰 성장을 위한 ‘스타트’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17일 서울역 건너편 대우재단빌딩의 9층과 14층은 이삿짐 정리가 한창이었다. 에누리닷컴이 자회사들과 통합사옥을 마련해 이날 이주한 것.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에누리닷컴 직원 200명, 마포구 상암동에 있던 그린웍스 직원 55명, 마포구 도화동에 있던 스윗트래커 직원 15명 등 270명이 한 건물로 모였다. 직원들에게서는 IT서비스기업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엿보였다. 개방된 느낌,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유리로 파티션을 했다는 설명이다.

모기업 격인 에누리닷컴의 최문석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M&A한 계열사들과 주간회의, 월간회의를 진행했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역시 장애였다”며 “이젠 수시로 체크와 협력이 가능해 계열사 임원들이 좀 피곤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보고펀드가 에누리닷컴을 인수하면서 대표에 취임했다. 취임 후 1년 동안 가격비교 서비스 개선과 공격적인 M&A로 에누리닷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30~40대에게 에누리닷컴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1998년 스포츠·가전·유아용품·가구·패션 등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상품가격을 비교해 최저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후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후 에누리닷컴은 소비자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PC에서 모바일로 급변하는 소비 패턴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에누리닷컴 최대주주 서홍철 대표는 보고펀드에 회사를 넘겼다.

보고펀드는 버거킹 한국지사장, 이베이코리아 통합사업본부장(부사장) 출신의 최문석 대표에게 새로운 지휘를 맡겼다. 연세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출신의 최 대표는 한국 피앤지, 미국 컨설팅기업 부즈알렌해밀턴, 삼성생명,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취임 전 두 달에 걸쳐 에누리닷컴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성장’을 우리 기업의 당면과제로 정하고 지난 1년 동안 그 밑그림을 그려왔다”고 말했다.

M&A로 기업성장 밑그림 그리다


우선 가격비교 서비스 시스템 개선과 서비스 영역의 확대에 주력했다. 취임 후 온라인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또 백화점 가격비교, 소셜모아(소셜커머스 가격비교)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TV 드라마 등에 나오는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 ‘TV 속 그 상품’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였다. 그는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편의성을 높였다”며 “향후 가격비교 영역을 소호몰과 홈쇼핑, 마트 등으로 넓히고 해외쇼핑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에누리닷컴엔 1000여개의 국내 주요 쇼핑몰이 입점해 1억8000만 개 이상의 상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전문 CM(카테고리 매니저)들이 제작한 상세한 제품 카탈로그도 500만개가 넘는다. 최 대표는 “가장 싼 제품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쇼핑으로 가는 고객들의 동선을 단축시켜 주는 것도 관건”이라며 “100명의 정규직 CM이 신제품이나 트렌드를 분석해 카탈로그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비교 사이트 정확도 평가에서 유일하게 상품정보 일치율 100%를 보이기도 했다.

축적된 정보는 다양한 트렌드 분석을 가능케 한다. 최근 발표한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 시장 분석도 그 중 하나다. 탁상용 블루투스 스피커는 고가형,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는 저가형이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는 등 구매 용도에 따라 가격이 양분화 된다는 내용이다. 휴가철인 7~8월에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멀티플러그, 음식물처리기 등의 판매가 급증한다는 발표도 흥미를 끌었다. 인터뷰에 배석한 김기범 에누리닷컴 사업총괄 상무는 “일반 쇼핑몰은 판매량에 기반을 두어 후행지표를 발표하지만 우리는 판매에 이르는 움직임과 동선을 파악할 수 있어 선행지표를 선보일 수 있다”며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차후 이를 사업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개선의 효과로 에누리닷컴 방문 수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월 1200만 방문, 순이용자는 500만명 수준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순이용자의 두 배가 넘는다. 에누리닷컴의 연간 거래금액은 1조원 수준으로, 입점 쇼핑몰 상품에 대한 수수료와 사이트 내 광고 등으로 지난해 매출 187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올렸다. 가격비교 서비스 점유율은 네이버 지식쇼핑(59%)에 이어 19%로 2위를 차지했다.

M&A는 에누리닷컴 성장의 중요한 전략이다. 최 대표는 1년 새 골프 예약서비스 엑스골프를 운영하는 그린웍스, 택배 정보서비스인 스마트택배를 운영하는 스윗트래커, 모바일 광고회사 쉘위애드 등 3개 회사를 인수했다. 모두 서비스 영역이자 모바일을 채널로 둔 기업이다. 그는 “에누리닷컴 매출은 연 15% 수준의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률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목표인 연 40% 이상 성장을 위해선 외부적 요소가 필요했고 그 해답이 우리의 핵심 서비스와 맞닿아 있는 기업을 M&A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가격비교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 동력의 한계를 발견한 것이다. “지난 1년간 100개 회사를 만나보고 3개 회사 인수를 결정했어요. 이들 회사는 이미 독자적으로 성장모델을 확보하고 있지만 에누리닷컴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최근 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옐로모바일이 각 기업 간의 느슨한 연합체라면 우리는 공동경영을 추구합니다.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의 경영에 과감하게 개입합니다.”

시너지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김기범 상무는 “에누리닷컴 골프 카테고리에 들어오는 월 30만명의 고객이 그린웍스의 부킹서비스로 유입되고 있다”며 “고가 가전제품 구매층과 골프 부킹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층이 겹쳐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에누리닷컴과 3개 자회사를 합친 순 방문자수는 지난 6월 기준 월 700만명, 앱 누적다운로드는 790만 건으로 늘었다. 김 상무는 “각 계열사의 개발자들이 한 데 모임으로서 개발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누리닷컴은 기존 쇼핑정보 서비스만 제공하던 모델에서 ‘쇼핑, 생활·여가, 모바일 O2O’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중개형(B2B2C)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향후 1년 이내 유망기업 3~5개 정도를 추가 인수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재무적 안정성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갖춘 회사를 지속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여행 가격비교 서비스 기업 등 최소 2개 기업이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물리적·화학적 결합 모색 중


M&A 실탄은 에누리닷컴 자체보유 현금과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대성창업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와 70억원의 신주발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보고펀드의 펀딩도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올해 에누리닷컴만으로 매출 230억원, 계열사들을 합친 총 매출은 3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18년 매출 800억원을 목표로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옥 통합을 준비하면서 최 대표는 인수합병한 회사들 간의 융합을 고민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 통합사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옥션과 지마켓 두 회사의 융합을 주도했던 경험을 충분히 살릴 작정이다. 그는 “각 계열사는 기존 오너들의 경영이 보장되고 있다”며 “대표들의 능력이 뛰어나고 신망도 높아 우선은 그들의 지도력을 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보니까 임원 수준의 교류와 협력만 있었죠. 하지만 이젠 사원들 간의 교류와 협업이 가능토록 분위기를 조성할 것입니다. 에누리닷컴과 3개의 ‘형제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오늘부터 만들어 가야죠.”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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