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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창업주의 기업가정신 연구한 이광주 단국대 명예교수 

신용과 의리, 혁신경영 위기돌파하는 모멘트리더십 뛰어나 

나권일 포브스 편집장 사진 김현동 팀장
이광주 교수는 인간애에 바탕한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사업보국에 노력한 김종희 선대회장과 김승연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광주 교수는 인간애에 바탕한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사업보국에 노력한 김종희 선대회장과 김승연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8~2009년 한국경영사학회장을 지낸 이광주(68) 단국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한화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해 그 성과를 2009년 『한화그룹 김종희·김승연 회장 연구』라는 책자로 엮어 발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9월 14일 인터뷰를 통해 인간애에 바탕한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사업보국에 노력한 김종희 선대회장과 김승연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선굵은 리더십과 혁신경영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한화 창업주인 현암 김종희 회장은 어떤 분이셨나요?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현암 김종희 회장은 굉장히 총명한 분이에요. 천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당시 조선인 학생이 들어가기 어려웠던 경기도립상업학교(서울상고의 전신)에 합격했어요. 왕복 6시간이 걸려 통학하는게 안타까워 하숙을 시켰더니 곧바로 1등으로 올라섰답니다. 어릴 때부터 꽤 영특했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분이 일본인 학생 몇 명이 조선학생을 두들겨 패는 걸 보고 그냥 넘기지 못하고 같이 싸우다가 퇴학을 당하고 말아요.

그래서 원산공립상업학교로 전학을 가서 그곳에서 졸업을 합니다.

현암의 기업가정신이 드러난 일화가 있으면 들려주시죠.

이 분이 해방 이후에 일본인들이 물러가면서 화약창고의 관리자가 됐습니다. 6·25 전쟁이 터졌는데, 서울 홍제동 조선화약공판 화약공장에 3000상자의 다이너마이트가 있었지요. 만약 불순분자나 위험한 사람들 손에 화약이 들어가면 엄청난 참화가 발생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피난을 가지 않고 서울이 수복될 때까지 공산치하에서 숨죽이며 화약을 지켰습니다. 자기 생명을 걸고 화약을 지켰다는 것은 크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죠.

또 하나, 1977년에 예기치 못한 이리역 폭발사고가 났잖아요. 뜻밖의 재난을 맞아 현암은 당시 정부가 책정했던 재해 복구비 50억원의 2배에 가까운 전 재산 90억을 피해보상금으로 내놓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을 생각까지 하고서 온전히 책임지는 모습으로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금 김승연 회장에게서 볼 수 있는 의리와 신용이 선대에서부터 온 것이군요.

옥스퍼드 대학의 쟌드(Zand)라는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영자의 리더십은 지식·신뢰·파워로 구성된다고 했어요. 지식은 상황을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는 넓은 안목이죠. 신뢰는 성과를 내기 위해 긴요한 관계의 질(Quality of relationship)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파워란 리더가 일을 시켰을 때 그것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을 말하고요. 이 중 김승연 회장은 두 번째 덕목인 신뢰가 두드러집니다.

“신용과 의리는 숱한 역경을 겪으면서 늘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으며 한화 50년의 반석을 다져온 무언의 가르침이었다. 저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 여러분의 의리야말로 한화를 경영해나갈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다.” 김승연 회장이 2000년대 초반에 한 발언입니다. 아마 지금도 똑같은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의리를 중시하는 한화 특유의 조직문화에는 다 그 뿌리가 있었군요.

외환위기 때 한화가 경인에너지를 다른 회사로 넘기지 않았습니까. 이때 김승연 회장이 내건 첫 번째 조건이 기존 종업원에 대한 100% 고용보장이었습니다. 자신은 몇 십억 덜 받아도 좋으니 직원을 다 고용해달라고 했죠. 또 만약에 넘어간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한화에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직원이 있으면 다 받아주라고 했습니다. 그 뒤에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한화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나눠줬는데, 경인에너지 임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나눠줬죠. 보통 기업에서는 하기 힘든 일입니다. 사실 요즘 경영전략으로 추구하는 이윤극대화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죠.(웃음)

한화그룹 2대를 관통하는 기업가정신의 DNA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업보국입니다. 현암 김종희 회장은 한국경제 개발기에 사업보국으로 크게 기여했고 이는 김승연 회장이 승계한 이후에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김승연회장은 모멘트리더십 돋보여

김승연 회장이 보여준 경영 리더십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특히 위기관리, 이슈관리를 통해 우수한 변화관리의 모범을 보여 줌으로써 여러 차례의 위기를 잘 극복해 왔습니다. 한국경영사학회에서는 이런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을 모멘트리더십(moment leadership)으로 규정했지요. 이것은 마치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고 여겨지던 물체를 지렛대가 거뜬히 움직이듯이, 훌륭한 리더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난제를 거뜬히 해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인간적인 진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힘, 즉 신용과 의리의 철학이 그 기본이기 때문이죠.

김승연 회장의 지난 30년간 가장 두드러지는 업적은 무엇입니까?

81년 취임 이후 케미칼, 생명보험, 태양광, 그리고 삼성4사 빅딜성사 등 수많은 M&A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그룹 사세를 키워와 업계에서도 ‘경영의 승부사’로 불릴 정도인 것은 잘 알려져 있고요.

저는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을 한화그룹 제2의 창업자로 평가합니다. 현암은 화약, 화학이나 토목, 건설같은 기간산업에 주력했죠. 그런데 김승연 회장은 여기에 덧붙여서 금융, 레저와 같은 3차산업으로 다각화하면서 선진국형 포트폴리오를 완성합니다. 제가 얼마 전 포브스코리아의 기사를 봤는데, 우리나라 재벌 2~3세가 이뤄낸 자산증가율을 분석한 기사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보니까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김승연 회장이 많이 증가시킨 걸로 나와 있어요. 이것만 봐도 김 회장은 사업을 엄청나게 확장시킨 제2의 창업자라고 봐야죠.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사진 김현동 팀장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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