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Home>포브스>Company

기업 맞수 열전 (6) 오비맥주 VS 하이트진로 

공격적 신제품 출시에 패기 넘친 3세 경영 맞불 

수입맥주 전성시대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시장을 양분했던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약세다. 수입맥주의 공세 앞에 고군분투 중인 라이벌 맥주 기업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1994년 처음 출시된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 맥주 생산라인을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백원열(43) 씨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갈 때마다 수입맥주 코너를 이용한다. 주당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1만원에 4병’ 특판행사도 많아 즐기는 맥주를 구입하는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수입맥주의 종류도 다양해 골라 마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백씨는 “마트에서 오비나 하이트진로에서 나온 맥주를 사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요즘은 수입맥주가 대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수입맥주는 200여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전체 맥주 판매량 중 수입맥주 비중이 4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맥주 수입량은 지난 10년 동안 6배 이상 늘어났다. 바야흐로 수입맥주의 전성시대다. 한국 맥주시장을 양분했던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강적’을 만난 셈이다.

8조원대 맥주시장 매년 성장 추세


▎2014년 4월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라는 이름만 빼고 상표 디자인부터 제조공정까지 신제품 수준의 뉴하이트를 선보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주류시장이다. 중국, 미국, 브라질, 독일, 러시아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7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이영찬)이 펴낸 <세계 주류 시장동향 및 소비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4년 한국 주류시장 가치는 147억3000만 달러(약 14조7300억원)로 집계됐다. 주류 시장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57.1%다. 한국의 맥주 시장 규모는 8조3900억원 정도인 셈이다.

맥주의 위세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과거 ‘술=소주’라는 등식도 깨졌다. 매년 정기적으로 ‘주류 시장에 대한 대규모 기획조사’를 실시해 온 마케팅인사이트(대표 김진국)가 지난 2014년 10월 실시한 ‘10차 조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소비자(1만6486명)에게 ‘술 하면 떠오르는 주종’을 물었다. 2010년 1차 조사에서는 소주가 73.7%를 차지했지만, 2014년 10차 조사에서 60.4%로 하락했다. 맥주는 2010년 1차 조사에서는 19.4%였지만 2014년 10차 조사에서 33.9%로 2배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5년 후에 술하면 떠오르는 주종이 맥주가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한국의 맥주시장을 두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맥주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굴곡과 부침의 역사다. 1933년 쇼와기린맥주의 한국공장에서 역사가 시작됐다. 두산그룹 초대회장 고 박두병 회장이 이를 인수해 동양맥주로 상호를 바꿨다. 한국 최초로 통생맥주, 병생맥주를 시판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5년에는 사명을 오비맥주로 변경했다. 1999년에는 진로와 미국 쿠어스사가 합작해 만든 진로 쿠어스맥주를 인수해 카스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오비맥주는 IMF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1998년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에 지분 50%와 경영권을 매각했다. 2001년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AB인베브가 오비맥주의 새 주인이 됐다. 이후에도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AB인베브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2009년 사모펀드인 KKR- 어피너티에 1억 달러에 매각을 한 것. 2014년, AB인베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두보를 한국에 마련한다는 전략에 따라 KKR-어피너티에 58억 달러를 주고 오비맥주를 다시 사들이게 된다. 당시 매입 금액은 아시아 최대의 거래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거액을 투자해 오비맥주를 매입한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대표이사는 “아태지역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며 (오비맥주가) 아태지역 성장에 지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경영진 교체 후 신제품 다량 출시한 오비맥주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영업의 달인’이라고 평가받던 장인수 부회장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AB인베브 부사장을 지냈던 프레데리코 프레이레(한국명 김도훈) 사장을 대표이사로 앉혔다.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5년 7월 말 AB인베브가 내놓은 2분기 사업 보고서에는 오비맥주 매출 감소율이 ‘높은 한 자릿수’라고 적혀 있다. 업계에서는 7~9% 매출 감소로 예측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이 4% 감소한 이후 2분기에도 매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 오비맥주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9년 만에 처음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밀착한 영업력을 펼치지 못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장인수 부회장의 2선 후퇴가 마이너스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물론 악재도 있었다. 2014년 가성소다 희석액이 일부 제품에 혼입된 일을 비롯해 카스맥주 소독약 냄새 논란 등이 돌출했다. 이런 논란과 악재로 오비맥주의 성장세가 뒷걸음질 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롯데칠성의 클라우드와 수입맥주의 공세 때문인지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하락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고 반박했다.

경영진을 교체한 오비맥주는 신제품 출시로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경쟁사가 2~3년에 한 번씩 신제품을 내보이는데 반해 오비맥주는 3개월에 한 번씩 신제품을 출시하는 강수를 뒀다. 2014년 11월 ‘더프리미어 오비 필스너’를 시작으로 2015년 6월에는 ‘바이젠’, 같은 해 7월에는 ‘카스 비츠’를 출시했다. 수입맥주 라인업도 다양화하고 있다. 2015년 6월 영국 에일맥주인 ‘바스’와 ‘보딩턴’을 시작으로 독일의 밀맥주인 ‘프란치스카너’ 등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호가든 맥주의 패밀리 브랜드인 ‘호가든 로제’ ‘호가든 그랑 크루’ 등도 선보였다. 적극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한국의 주류 기업의 역사를 대변한다. 1933년 설립된 하이트맥주와 1924년 설립된 진로가 2011년 9월 단일회사로 통합되면서 하이트진로가 탄생했다. 하이트맥주의 전신은 1933년 경기도 시흥군에 설립된 ‘조선맥주주식회사’다. 해방 후 크라운맥주라는 이름으로 변경됐고, 1967년 하이트진로그룹의 고 박경복 명예회장이 운영했던 부산의 대선발효공업이 크라운맥주를 인수했다. 1991년 박경복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 박문덕 회장이 크라운맥주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주류 업계에서 큰 자취를 남긴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만년 2위였던 하이트맥주를 1위로 올려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 박문덕 신화 이을 3세 경영 시동


▎2015년 12월 3일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1993년 ‘지하 150m 100% 천연 암반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시한 신제품 하이트의 돌풍은 거셌다. 1996년 하이트 출시 후 3년 만에 한국 맥주시장의 넘버원이 됐다. 하이트 인기가 치솟아 회사 이름까지 바꿀 정도였다. 1998년 크라운맥주의 사명이 하이트맥주주식회사로 바뀌었다. 하이트는 2002년 5월까지 100억병이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8년에는 하이트맥주가 시장 점유율 59%의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맥주시장을 제패한 하이트진로가 이후 만년 2위 자리로 내려앉은 것은 2010년 출시한 ‘드라이피니시’의 실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2011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 과정에서 자금이 무리하게 투입된 것도 2위로 내려앉은 원인으로 꼽힌다. 통합 과정에서의 재무부담으로 마케팅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8년 60% 점유율에 육박했던 하이트진로는 2009년 56.32%, 2010년 53.69%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1년부터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 넘겨줘야만 했다.


앞서 하이트진로의 신화를 만든 주인공은 창업주의 아들 박문덕 회장이었다. 이를 이어나가야 하는 3세 경영인이 박 회장의 장남 박태영(38) 부사장이다. 2014년 3월 박문덕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2015년 12월 3일 하이트진로는 박태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하면서 3세 경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경영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 부사장은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를 졸업하고 경영컨설팅업체인 ‘엔플랫폼’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담당했다. 2012년 4월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하이트진로에 합류했고, 같은 해 12월 신설된 경영전략본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무로 승진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박태영 부사장의 승진 인사에 대해 “하이트진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부서가 경영전략 본부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니 힘이 더 실렸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부사장은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이 없다. 다만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인 서영이앤티 지분 58.44%를 보유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맥주 냉각기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기업이다. 박 부사장이 서영 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홀딩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다.

박 부사장은 하이트진로의 재건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박 부사장이 보여줄 성과의 내용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601호 (2015.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