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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도 부자 시대 

 

김선엽 인턴기자
소설 쓰는 작가보다 웹툰작가가 대우받는 시대다. ‘요즘 창작업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 웹툰 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덩달아 웹툰부자들도 많아졌다.

▎중앙포토, 웹툰 네이버 제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웹툰(Webtoon)이 10~20대뿐만 아니라 30~40대 이상 장년 층 소비자에게도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대표 박대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500억원이었던 국내 웹툰 시장규모는 지난해 295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5097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화, 드라마 등 2차 산업으로의 확산과 해외 수출까지 고려할 경우 8,8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웹툰 부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7800만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원고료를 받는 한 웹툰 작가의 월급이다. 지난 2014년 네이버 웹툰이 서비스 10주년 기념으로 공개한 수입 통계 자료에 근거해 추정한 액수다. 주인공은 누구일까? 업계에서는 조석(33) 웹툰작가를 꼽는 이들이 많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2006년 9월부터 연재 중인데, 최근 1000회를 돌파했다. 누적 조회수 50억, 누적 댓글수 1000만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네이버 웹툰에 <외모지상주의>를 연재한 박태준(32) 작가도 웹툰 부자로 꼽힌다. <미생>과 <내부자들> 원작자인 윤태호(47) 작가는 익히 알려진 웹툰 부자다.

웹툰 작가들은 어떻게 목돈을 만질까? 작가들에 따르면, 수입원은 크게 두 가지다. 포털을 거치거나 유료 사이트에 연재하는 방법이다. 웹툰 작가는 신인, 중급, 슈퍼 A급으로 구분되는데 포털, 웹툰 전문 플랫폼 등 어떤 플랫폼에 연재되느냐에 따라 원고료가 달라진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인 작가가 포털에 연재할 경우 매달 120~200만 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중급작가는 280~320만 원, SA급 작가는 500~6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웹툰전문 플랫폼은 이보다 20만 원 가량을 더 받는데, 일부 브랜드 웹툰의 경우 드라마작가처럼 회당 원고료를 받기도 한다. 많은 경우 회당 300~1000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웹툰작가들도 자신들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는 중이다. 지난해 1월,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의 원작자인 이종범 작가는 “5~6년 전만해도 신인작가들은 달랑 월 40만원 수입 밖에 안됐지만 지금은 포털에 연재되기만 하면 기본 150만원 정도는 받는다. 인기 작가나 중견 작가들은 600만원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기업체 홍보수단으로 각광


▎중앙포토, 웹툰 네이버 제공
하루 1000만명 이상이 접속하는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웹툰은 주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된다. 포털 운영자가 연재되는 웹툰에 광고주, 라이선스 등의 제3의 그룹을 신규로 참여시켜 수익을 내는 시스템이다. 특히 만화 작품 속의 간접광고(PPL),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 라이선스 등이 상당한 수익원이 된다. 고소득을 올리는 작가로 유명한 모 작가의 경우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에 특정 글귀를 PPL로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게임사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웹툰에 <외모지상주의>를 연재하는 박태준 작가의 경우 지난해 3월 케이블 채널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수입을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박태준은 “조회수가 높으면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데 포털 사이트랑 광고 수익을 나눈다. 내가 연재하는 날에는 트래픽이 몰려서 한 달에 1,000만 원의 인센티브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웹툰 작가이면서 남성 의류 쇼핑몰 ‘아보키’를 운영하는 박태준은 아보키 수입만 200억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웹툰작가들은 유료 만화 사이트를 통해서도 수익을 얻는다. 2016년 1월 현재, 대표적인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서 볼 수 있는 웹툰만 500편 정도다. 웹툰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이 레진코믹스 같은 유료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다면 일단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됐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순수 원고료 외에 기업체의 홍보나 광고 수익 같은 부수입도 짭짤하다. 특히 요즘에는 웹툰이 기업체나 단체의 홍보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작가들에게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실례로 다음(Daum)에 연재되고 있는 홍성소, 임강혁 작가의 웹툰 의 경우 코오롱스포츠와 간접광고 협약을 맺었다. PEAK는 산악 구조대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데, 구조대원은 코오롱스포츠가 만든 브랜드 제품를 입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유한킴벌리의 화장품 브랜드 ‘티엔’을 소재로 한 웹툰 <퐁당훈녀클럽>이 지난해 5월부터 연재 중이다. 이런 수입은 웹툰 작가들의 짭잘한 부수입이 된다. 최근 한 매체가 공개한 웹툰 작가들의 수입에 따르면 원고료 외 부수입은 월 평균 225만원으로 집계됐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로 2차 수익


▎중앙포토, 웹툰 네이버 제공
웹툰을 활용한 2차 산업도 웹툰작가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다. 인기 웹툰작가의 경우 웹툰으로 시작한 핵심 콘텐트가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영화의 판권료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드라마, 뮤지컬, 연극 순이다. 판권료는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대까지 오르기도 한다.

대표적 웹툰작가인 윤태호의 데뷔작 <이끼>는 2010년 영화로 제작될 때 판권료 3천만 원을 받았지만 후속작인 <미생>의 경우 판권료가 1억원 대를 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생> 캐릭터는 사무용품 및 음료, 바둑학원 및 바둑용품 등의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앞서 KT 경제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직후 한달 간, 편의점 미생 캐릭터의 상품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68.9% 증가했다. 특히, 미생 캐릭터 종이컵은 전년 동기간 대비 72.1%나 증가했다. 윤 작가는 최근 대박을 터뜨린 영화 <내부자들>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KBS2에서 <오렌지 마말레이드>, MBC에브리원이 <웹툰 히어로-툰드라쇼>, JTBC가 <송곳>을, tvN <치즈인더트랩> 등 웹툰 원작 드라마가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KBS도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를 쇼트콤으로 만들기로 했다. 10분 분량의 웹드라마로 10편을 제작해 오는 4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인기 웹툰을 선점하려는 제작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웹툰 판권료가 상승, 웹툰작가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카카오톡 등에 쓰는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도 매월 1,000만원 가량의 라이선스 수익이 작가에게 배분된다. 이모티콘 이미지는 러닝 개런티 방식으로 돈을 받는다. 러닝 개런티는 판매되는 상품 수량에 따라 작가가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조다. 한국스마트카드의 경우 <마음의 소리>, <연애혁명> 등의 캐릭터를 이어 지난 21일 <치즈인더트랩> 티머니를 출시했다.

웹툰 작가들의 수입이 늘면서 웹툰 작가 지망생도 늘어났고, 데뷔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의 웹툰 담당자가 직접 작가에게 연락을 하기도 하고, 베스트 도전, 오유, 디씨 인사이드 만화, 웹툰리그 게시판 등과 같은 아마추어 게시판에서 작품을 보고나서 선발하기도 한다. 소설작가들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처럼 다양한 웹툰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기도 한다. 상금과 함께 연재기회를 포상으로 주는 대학만화 최강전, 레진 공모전, 다음 공모전 등이 주요 무대다.

이쯤 되면 ‘요즘 창작업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 웹툰 시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의 미래를 놓고 마냥 긍정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L 작가는 “현재 웹툰 시장은 포화상태다. 우스갯소리로 남북통일이 되지 않는 한 더 이상 시장이 확대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미 웹툰 볼 사람은 다 본다는 말”이라며 웹툰 시장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진출로 시장확대해야

하지만 해외수출을 통한 글로벌 진출로 시장을 넓혀갈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상당하다. 국내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최적의 방법은 플랫폼을 통한 유통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보유 콘텐트를 중심으로 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기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 출판사, 포털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플랫폼을 통해 콘텐트를 유통시켜 수익을 얻는 방법이다. 네이버의 경우 글로벌 웹툰 서비스인 ‘라인 웹툰’을 통해 100여편의 영어, 중국어 번역작품을 제공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웹툰 작가들은 특히 네이버 웹툰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해외 시장을 확장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동남아 지역에서는 기반을 갖추었고, 미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고 본다.

둘째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다. 웹툰 뿐만 아니라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교육콘텐트 등을 앱 형태로 제작해 애플, 구글 등의 글로벌 플랫폼에 등록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해당국 Telco 등이 운영하는 로컬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타겟팅된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일본 시장의 경우, NTT도코모가 운영하는 d마켓이나 KDDI의 스마트패스 등을 통한 콘텐트 유통이 가능하다. 반면 자국 서비스 업체 우선주의에 대응해야 하고, 문화적 성향 차이를 극복해야하는 과제도 존재한다.

- 김선엽 인턴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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