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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9) 이베이코리아 

겉과 속이 같은 회사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을 연재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대부분이 업계 1위라는 점이다. 하지만 “회사가 크고 좋으니 일하기 좋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 방정식이라면 우리나라 모든 대기업은 일하기 좋은 기업일 테니까. 때문에 일하기 좋은 기업이 실적이 좋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직원의 만족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지고 고객의 만족이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실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 역시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이다. 이보다 중요한 점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1위라는 점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서울 강남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남파이낸스센터 34, 35층에 자리잡고 있다.
“벤처에 입사했는데 피인수와 합병을 거쳐 어느새 우리나라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됐네요.” 고현실 패션실장은 2000년 최초의 오픈마켓 옥션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옥션은 2001년 이베이에 인수됐고 2009년 6월 인터파크로부터 G마켓을 인수해 이베이코리아가 만들어졌다. 그만큼 근무환경도 좋아졌을까? 고 실장은 초창기 옥션에서 근무 경험을 들려줬다. “지금은 패션뷰티 아이템을 선정하고 있지만 원래 전산전공자로 프로그래머로 3년 정도 일하다 재미있는 일 해보려고 옥션에 입사했어요. 닷컴 열풍이 한창이었고 최초의 오픈마켓이라 사람들의 관심도 많았죠.”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고객들로 인해 당시 60명이던 전직원이 전화상담에 매달렸다. 고 실장의 첫 업무가 전화상담이었던 셈이다. 그 해 6월엔 TF에 들어가 사이트 개편업무를 도왔다. “고객접점이 높은데다 프로그래머 출신이니 아무래도 사이트 불편사항을 실전에 잘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시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어요.” 고 실장에 따르면 지금도 이베이코리아는 본인의 관심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어느 부서, 어떤 역할이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G마켓 인수 이후 국내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이 된 이베이코리아는 서울 강남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남파이낸스센터 34, 35층에 자리잡고 있다. 고 실장은 “회사 위치도 근무환경인 만큼 근무하기 좋다”고 했다. 고 실장이 직장에서 가장 만족하는 제도는 어학지원비. 이베이코리아는 영어, 일어, 중국어에 한해 월 15만원의 어학지원비를 지급한다. 여기에 유연출근제로 회사 업무와 개인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5년 근무하면 1개월간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점도 만족하는 제도예요.” 이베이는 시차출퇴근제도 시행하고 있다. 다른 기업처럼 허가제가 아닌 선택제로 누구나 자유롭게 출근과 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덕분에 개인 업무와 회사 업무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

월 15만원씩 어학지원비 지급

고 실장은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을 적극 공유하는 경영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타운 홀 미팅이란 게 있어요. 직원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일을 해야 할 지 제시하는 시간이죠. 저런 것까지 공개해도 되나 싶을 만큼 경영진이 직원들과 많은 정보를 공유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고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사실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다른 업계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과 삶의 균형 덕분이다. 이기정 전략사업실 전략상품2팀장 역시 “야근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이고 많아야 이틀”이라고 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야근 일수는 일주일에 3.5이다. 이기정 팀장은 또 “만약 야근하면 법인 택시를 이용해 안전하고 편리하다”고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택시회사와 계약을 맺어 직원들의 야근이나 업무를 지원한다. 계약된 택시회사에 콜택시를 요청해 이용하면 결제는 회사에서 후불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야근 후 퇴근 때는 법인 택시 이용

이 팀장은 2007년 3월 경력직으로 옥션에 입사했다. 이전에도 지금처럼 인터넷 판매사업 관련 일을 담당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도 상당수 시행하는 걸로 아는데 난 패밀리 데이가 좋다”고 했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은 오후 4시에 퇴근해 가족들과 여유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내라는 회사의 배려 만들어진 제도다. 이 팀장은 “두 시간 일찍 집에 가지만 가족들의 기쁨은 그보다 몇 배 이상”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분명 더 좋은 혜택을 가진 회사가 있겠지만 진정성이나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 회사가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녀의 첫 입학과 등교에 맞춰 사장이 직접 쓴 손편지와 가방 선물,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직원을 위한 조식 제공, 연초마다 직원들이 꼭 필요로 하는 물품을 선물하는 이벤트 등 직원에 대한 세심한 지원을 소개했다. 조직 문화 역시 더운 여름철엔 반바지를 입을 수 있고 회식은 분기별로 한두번 맛집에서 식사만 하는 등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팀장이 생각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은 “회사의 성장을 직원들이 급여 통장으로 체감할 수 있는 회사”라고 했다.

이 팀장에 이어 강수기 인사채용팀 팀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5월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이전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인사 평가와 채용을 담당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가 얼마 전 신규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인용해 이베이코리아를 소개했다. “경력직원들의 경우 다양한 회사의 제도 외에도 정치, 학연, 지연이 아닌 일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는 인사제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글로벌 기업인데다 전자상거래 기업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직원들이 상당히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게다가 우리가 궁금했던 점은 입사 전과 후의 비교였는데 다행이 직원들이 입사 전후 회사에 대한 이미지나 만족도가 별 차이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직원 개인의 업무 자율성뿐 아니라 권한이 상당히 많다고 알려졌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본인이 판단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고 색다른 아이디어는 회사에 제안해 지원받아 추진할 수도 있다.

선택적 복리후생제도에 만족해

강 팀장은 “선택적 복리후생제도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백화점 식 복지제도 중 직원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 160만원 정도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회사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스마일 캐시로 받을 수도 있고 솔로 직원의 경우는 결혼정보 업체에 가입할 수도 있다.

강 팀장은 “최근 사내 공모를 통해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했다. 프로그램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원자에 대한 비밀은 무조건 보장되며 일단 지원하면 무조건 이동이 원칙이다. 강 팀장은 “경영진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만약 지원자를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해당 부서장이 사유를 보고하고 CEO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선 최근 3개월 만에 20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무를 변경했다.

정진주씨는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지금은 카테고리 매니저(CM)로 신선식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입사 전 이베이코리아 인턴으로 회사를 경험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이베이 로고가 너무 좋아 이베이 외엔 다른 기업을 고려한 적이 없다는 정씨는 “나는 이베이에 취해있다”고 했다. 그는 10년 넘게 G마켓 SVIP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직급을 없앤 ‘OO님’문화가 확실히 정착됐다”면서 “우리회사엔 ‘하나님’도 계시다. 제도가 조직뿌리부터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두가 실천하는 걸 보면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정 씨는 “많이 배울 수 있고 업무자율성이 큰 기업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박스기사] 전자상거래기업, 빠른 성장만큼 빠른 퇴근 원해 (기준: 5점 만점)


전자상거래 상위 기업 중 인터파크는 한 부문도 3점대를 기록하지 못했다. 리뷰를 분석해 보니 야근이 많아 업무와 삶의 균형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여기에 연봉 만족도도 낮아 전체적으로 이직에 대한 언급이 리뷰에서 많이 발견됐다.

이베이코리아 직원들은 처우나 복지제도에 대한 평가를 ‘복지 끝판왕’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신규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너무 개인중심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의 경우 대기업 리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업무는 많고 그만큼 혜택도 풍부하지만 직원들은 ‘일하는 의미’를 어디에 둬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직원들이 느끼기에 너무 많고 복잡한 보고 체계 등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리뷰가 다수다.

쿠팡엔 개발자와 비교하는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일반 직원이 느끼는 개발자와의 대우차이가 심한 것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조직문화에 경영진이 좀더 신경써달라는 주문도 눈에 띄었다.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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