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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경영리더십 강의 

직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위기 경영 기법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조직이 대외적으로 신뢰를 잃고 이미지가 실추되는 위기 상황에서 자주 간과되는 것이 있다. 위기에 직면한 조직 내에서 그 폭풍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조직 내부의 임직원들이다.

▎넥슨은 김정주 회장(사진 가운데)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긍정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넥슨을 일궈낸 원동력이 편법과 불투명한 거래가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 중앙포토
법조계에 대한 탄식과 사법정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특별감찰팀을 구성하고 대법원장이 비리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정 기능을 상실한 권력기관이라는 법조계의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리더로서 열정과 모험정신의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유지해온 넥슨 역시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긍정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넥슨을 일궈낸 원동력이 편법과 불투명한 거래가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하였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등 비리의 온상으로 밝혀져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준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은 미국 검찰에 기소되었을 때 강하게 반발하다가 결국 며칠 후에 사퇴했다. 현재도 FIFA의 고위 간부들은 대대적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비리 사실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정한 스포츠 또는 페어 플레이 정신을 자부하고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몇 차례 거론되었던 국제축구연맹의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조직이 대외적으로 신뢰를 잃고 이미지가 실추되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위기 관리의 정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책임자나 최고 경영자가 사임하고 조직은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등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하게 임해 조직의 명예를 되찾는 일에 매진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내겠다는 의지를 고객과 주주 등을 대상으로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다.

폭풍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내부의 임직원들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등 비리의 온상으로 밝혀져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준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라터 전 회장.
그런데 조직의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과정에서 자주 간과되는 것이 있다. 위기에 직면한 조직 내에서 그 폭풍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조직 내부의 임직원들이다. 말단 직원부터 최고 경영자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의 위기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조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일했던 직원,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혼신을 다해서 임했던 직원이 받는 충격과 실망은 그 정도가 무척 클 것이다.

지난해 9월 독일 자동차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사건과 전혀 무관했던 임직원들조차도 수치스러움, 죄책감,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차량 리콜 요청이 쇄도하고 매출액이 급감하며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중단되는 것을 보며, 직원들은 이직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결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해야 할 뛰어난 인재들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조직에 위기가 닥쳤을 때 내부 임직원들의 고충과 불안을 좌시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상당수의 인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이 공감과 소통의 장을 열어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임직원들을 조직의 위기 극복 노력에 동참시키는 방법을 추천한다. 대외적으로 고객과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노력은, 조직 내의 직원들에게는 별반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조직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자긍심과 애사심에 금이 간 직원들로서는 경영진이 보내는 사죄와 희망의 메시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현 위기상황과 관련된 상세한 내부 자료(예를 들어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위기와 관련된 내용을 경영진 내부적으로만 공유하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대다수 조직들의 일반적인 대응방식이다. 그러나 오히려 비공개 정보가 늘어날수록 직원들은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고, 조직이 무엇을 감추는 것인지 의구심은 점점 불어나게 된다. 직원들이 직접 현 위기상황과 관련된 상세한 자료를 보고, 현재의 위기가 극복 가능한 것이며 조직이 가진 역량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 직원들의 불신과 실망이 사그러들게 된다.

조직의 인재들에게 위기상황 타개할 기회 줘야

더 나아가 조직의 인재들로 하여금 직접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위기에 처한 부서에서 인재들을 최대한 멀리 떼어놓음으로써 이들을 보호한다고 믿는데, 이는 오산이다. 인재들은 조직의 실추된 이미지와는 별개로 자신의 뛰어난 역량과 진실된 이미지를 업계에서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조직의 위기극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인재들은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 있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업계에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최대 국내선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2004년 2월 당시 급등한 유가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 때 CEO는 임직원 전체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각자가 하루에 5달러씩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준다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연간 5천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유지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CEO의 메시지를 받은 임직원들이 곧바로 절약 아이디어들을 답신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불과 6주 만에 2백만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모였다. 조직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직원들을 아웃사이더로 취급하고 경영진 내부적으로만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면, 직원들은 현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조직의 위기 타개를 위해 직원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할 때, 직원들은 조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조직을 살려 내는 데 기여한다는 주인의식까지 고취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 <팀 안에 공유된 긍정적 감정이 팀의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경영학회 조직행동분과에서 ‘최고 박사학위 논문상’을 수상했다.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팀 매니지먼트, 리더십, 조직행동, 인적자원관리 등이 주연구분야이다.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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