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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8) 프레인 글로벌 

“중요한건 제도가 아니라 분위기”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PR회사 업무를 흔히 3D(Difficult Difference Dangerous)라고 부른다.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기업의 다양한 요구뿐 아니라 선제적인 기획 업무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업계 사람들은 기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성과로 만들어 낼 때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프레인 글로벌은 일의 가치만큼이나 직원들의 업무 환경에 관심이 많은 PR회사다.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하는 이 회사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기업의 홍보업무를 기획하거나 대행하는 PR회사는 해당 기업과 계약관계를 맺으면 을(乙)의 입장일까?’ PR회사 직원들을 만날 기회가 잦은 기자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독자들 역시 업무를 대행하는 PR회사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업계의 이야기와 잡플래닛의 리뷰를 종합해보면 ‘반은 을이고 반은 파트너다’. 더 정확히는 파트너로 동등한 지위에서 일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 내부에서 PR 기획과 성과를 끊임없이 평가 받고 위험을 무릅 쓰고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직원이나 조직이 얼마나 될 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다양한 기업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비교적 자유롭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대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PR회사는 기업들에게 ‘을’이 아닌 ‘파트너’ 대접을 받고 있다. 반대로 기업이 PR회사를 을로 생각하고 대할 경우 수직적이고 긴장된 관계에서 오는 수동적 업무의 성과 즉 ‘할 일만 하는’PR회사 이상을 만나긴 힘들다.

‘아줌마’들이 다니기 좋은 직장


▎(왼쪽부터)이지선 부사장 / 김상현 부장 / 모이 사원 / 신지은 사원
포브스가 만난 일하기 좋은 PR회사는 프레인 글로벌이다. 국내 최대 PR회사는 아니지만 잡플래닛 평가 및 PR업계 직원 사이에선 ‘최고’의 수식어를 받고 있는 회사다. 이유는 앞서 말한 클라이언트와의 ‘을’이 아닌 ‘파트너’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인 글로벌은 기혼여성, 세칭 ‘아줌마가 많은’ 회사다.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고 쉬고 싶을 때나 직원의 근무 상황에 따라 자율 출퇴근이 가능하고 5일에 3일 정도는 칼 퇴근이 가능해 ‘아줌마’들이 다니기 좋은 직장이다.

입사 16년 차 이지선 부사장은 창립멤버다. 도서관에서 일하다 우연히 여준영 대표의 제안을 받고 프레인에 합류했다. PR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듯한 이 부사장은 “여전히 PR을 정의하기란 어렵다. 그만큼 업으로서 PR은 변화를 이겨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프레인과 그가 해 온 일에 대해선 한 마디로 요약했다. ‘PR회사가 그런 일도 해?’ “저희는 이 말을 들으면서 성장했어요. 그만큼 다이내믹함을 즐기고 싶다면 도전해볼 만한 일이죠.”

이 부사장에게 ‘그런 일’의 예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기 직전이었어요. 당시 애플사는 온라인 마케팅을 원했죠. 당시 PR업계나 광고업계 모두 SNS마케팅이라는 게 생소했죠. 당시 저희 회사는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TF팀이 가동되고 있었어요. ‘우리가 해 볼게요’라고 했고 온라인팀의 시초가 됐습니다. 이후 고객사들은 ‘그런 일도 해요?’에서 ‘혹시 이런 일도 해요?’로 바뀌었죠.”

성취감도 PR업계에서 빠질 수 없는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모 바이오 기업의 항암치료제의 식약처 허가를 위해 100번 넘는 회의를 함께 하며 일한 기억이 있어요. 자료가 많지 않은 기업의 활동에 대해선 해외 사례를 구글링을 통해 밤새워 수집하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엔 PR업무를 PR전문 기업에 맡기는 회사도 많다. 때문에 프레인측은 “우리 회사 마케팅 자료는 프레인이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이 부사장은 “기업 스스로가 발견할 수 없는 가치를 발굴하고 여론을 설득할 논리를 만들어 효과를 거둘 때의 그 ‘맛’이 PR의 매력입니다.”

이 부사장이 생각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은 ‘기회가 많은 직장’이다.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는 직원마다 다르잖아요. 클라이언트가 다양한 우리 회사는 그런 점에서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김승현 부장(경영기획실 인사담당자)는 “신입, 경력 직원의 80% 이상이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지원 사유로 꼽는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였다. “안정된 급여도 중요하죠. PR업계는 기본 급여에 팀이나 프로젝트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적은 기본급여만 받을 때도 있고 때론 많은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죠. 들쭉날쭉한 급여에 불안해 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프레인은 연봉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급여가 일정합니다.”

김승현 부장은 프레인이 일정한 급여 시스템을 갖춘 배경을 설명했다. “보통 프로젝트마다 담당 직원을 배정하는 동종 업계와 달리 프레인은 팀장이 이끄는 팀에 프로젝트를 부여합니다. 프로젝트 단가가 곧 인센티브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 회사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조라 충분히 연봉제가 가능합니다.”

‘모이’는 중국 쓰촨성 청두 출신이다. 길림성 장춘이공대를 다니다 2006년 한국에 왔다. 한국외대에서 한국어 교육 석사와 한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동기 15명과 입사한 모이 씨에게 프레인은 첫 직장이다.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으로 돌아가 교수로 일할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늦기 전에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PR회사에 지원했죠.” 모이 씨는 최근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프레인 고객사의 프로젝트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똑똑한 동료가 많아서 매일 배울 게 많아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또 “업무 강도는 들었던 것보다는 세지 않은 것 같고 사내 분위기가 부드럽다. 특히 대표님과 직원들 사이가 가까워 좋다”고 했다. 모이 씨는 얼마 전 여준영 프레인 글로벌 대표가 여직원들에게 경보기와 함께 손 편지를 전달했다며 자랑했다.

자회사 많아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


모이 씨와 함께 입사한 신지은 씨. 대학에서 전공과목인 영문학 외 복수전공으로 광고홍보, 부전공으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전 대학 시절부터 PR회사만 알아봤어요.” 신지은씨가 대학 졸업 후 프레인에 지원한 계기는 광고홍보학과 수업 중 PR회사 현직자 인터뷰 때문이다. “당시 한 과장님을 인터뷰했는데 고객사 카테고리가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게다가 자회사로 엔터테인먼트, 디자인회사 등을 갖추고 있어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회사라 생각했어요.” 그는 입사 전과 후의 차이점에 대해 “프로젝트 중심이 아닌 인력 중심 회사”라고 했다. 프로젝트에 인력을 배치하는 업계 내 타 기업과 달리 프레인은 팀 단위로 구성돼 팀을 옮기지 않고도 다양한 고객 사를 경험할 수 있다. 김씨는 “물론 헬스케어 전문팀처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팀도 있어요”라고 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특별한 복지 제도는 없었다. 오히려 평범했다. 시니어급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제도를 만들어 두었다. 5년 근속하면 한 달은 리프레쉬 휴가가 주어진다. 출산 직원에겐 3년간 육아비를 지원한다. 출산 휴가는 법적으론 3개월이지만 프레인은 100일을 부여한다.

제일 처음 인터뷰했던 이지선 부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분위기에요.” 직원들을 위해 만든 소소한 제도는 문서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모두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프레인은 클라이언트를 유치하기 위해 별도로 영업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부사장은 “기존 고객사에 잘 하다 보면 새로운 고객사가 찾아온다. 그런 방식으로 지금의 80여 고객사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김승현 경영기획실 부장은 프레인 글로벌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프레인에서 하는 일을 “듣는 일”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업 자체가 워낙 이직이 잦으니 오가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인사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인 글로벌의 이직률은 지난해 기준 22%다. 김 부장은 “과장급이 되면 업력도 상당하고 연봉 협상도 유리해 이직이 급증합니다. 프레인에선 이직을 걱정하진 않아요. 다만 잘 배운 직원이 회사를 옮겨 성과내면 장기적으로 프레인에도 좋은 거죠. 이직자가 클라이언트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다양해 성장의 기회 많아

그렇다면 프레인에 특별한 교육 시스템이 있는 걸까? 김 부장은 “매주 한번씩 점심에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케이스를 공유합니다. 사례와 성과, 최근 업계 이슈 등을 나누죠”라고 했다. 그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이유는 퍼포먼스가 아닌 생각을 뛰어넘는 시도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잡담을 하다 보면 의외의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회사에선 고객사를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 직원이 갖추어야 할 교육을 맞춤 제공한다. 가령 골프웨어 고객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골프레슨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식이다. 김 부장은 또 “연봉 시작점은 평균 수준이지만 인상률은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박스기사] 다양한 업무 경험 좋지만 팀장따라 직장 만족도는 엇갈려… (기준: 5점 만점)


케이피알앤드어소시에이츠는 앞선 공통점 외 대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타 업종에서도 대표에 대한 언급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군대식’이란 표현과 ‘자유’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팀장’에 따라 팀 문화가 엇갈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레인 글로벌은 ‘낮은 초봉과 팀별 분위기 차이’는 피해가지 못했다. 회사 임원은 ‘제도보다 분위기’를 강조했지만 어디에나 ‘이해할 수 없는 팀장’은 존재하는 듯 하다. 피알원은 직원들의 연봉 만족 리뷰가 돋보였다. 회사의 비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리뷰도 보였다. 도모브로더는 사내 구성원들의 서로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았다. ‘좋은 구성원과 일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언급과 ‘자율성이 좋다’는 평이 자주 보인다. 웨버샌드윅코리아는 일을 배우기 좋다는 언급 외 구성원간 평가, 업무 강도, 연봉에 대한 불만족이 타 기업에 비해 조금 더 많았다. ‘겉은 외국계 기업이지만 속은 한국계 기업’이란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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