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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전문가 59명이 꼽은 올해의 스타트업 

배달의민족·토스·쏘카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올 한 해도 한국 스타트업계는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창구 역할을 했다. 포브스코리아는 11월 한달 간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스타트업’이라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고, 59명의 관계자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분야별 올해의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스타트업. (왼쪽부터)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쏘카, 이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쿠팡,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서비스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지난해 벤처에 투자된 금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15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이커머스 스타트업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계는 이처럼 많은 이슈를 낳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만 해도 ‘국제 금융위기로 투자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은 계속 들려왔다. 지난 1월 마이뮤직테이스트가 11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옐로모바일 363억원(2월), 플리토 90억원(3월), 우아한형제들 570억원(4월) 등의 소식이 연이어 이어졌다. 내실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은 경제 불황의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더벤처스 사태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도입 같은 소식도 스타트업계의 이목을 끈 이슈다.

배달의민족·쏘카 50% 이상의 지지 받아

다양한 이슈와 투자 소식이 쏟아졌던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2016년 올해의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지난 11월 9일부터 17일까지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스타트업 관계자, VC 관계자, 창업보육센터 관계자 등) 12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59명의 관계자들이 설문에 답했다. 응답자의 연령은 30대(61%)가 가장 많았고, 20대(16.9%)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올해의 핀테크 스타트업’, ‘올해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해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올해의 IoT 스타트업’, ‘올해의 공유경제 스타트업’, ‘올해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올해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59명의 응답자 중 34명(57.6%)이 우아한형제가 운영 중인 ‘배달의민족’을 꼽았다. 그 뒤를 플레이팅(10.2%), 다이닝코드(6.8%)가 이었다. 배달의 민족을 선정한 이유로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유기적으로 이뤄내어 빠른 성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푸트테크의 다양한 분야를 잘 공략하고 있는 것 같다”, “배달 서비스로는 가장 높은 인지도를 만들었다”, “역시 마케팅 홍보가 대단한 것 같다. 어디를 가든 배민은 항상 존재한다”는 이유로 배민을 선택했다. 플레이팅을 선택한 관계자는 “빠른 성장세와 쉐프요리 배달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올해 가장 높은 성장을 보여준 분야가 핀테크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대출-투자를 연결하는 P2P 서비스가 각광받았다. 10월 31일 기준으로 P2P 스타트업이 취급한 누적 대출 취급액이 3394억원에 이를 정도다. 올해의 핀테크 스타트업을 선정해달라는 요청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45.8%)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 뒤로 P2P 서비스 8퍼센트(16.9%), 와디즈(13.6%)를 꼽았다. P2P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8퍼센트를 선택한 이는 “핀테크 분야의 리딩 컴퍼니라고 생각하기 때문” “규제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과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올해의 공유경제 스타트업을 선정해달라는 설문에서는 ‘쏘카(69.5%)’가 독주했다. 그 뒤를 모두의주차장(8.5%), 마이리얼트립(8.5%)이 차지했지만, 쏘카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쏘카에 대해 “공유경제의 아이콘”이라고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밖에도 “여전히 인지도가 높으며 실생활에 깊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준다”, “수많은 규제 속에서 차량 공유서비스를 대중화 시켰다”, “공유경제 스타트업 중 브랜딩과 실 사용도가 높다” 등의 이유로 쏘카를 택한 이들이 많았다.

올해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는 쿠팡(39%)이 선두를 차지했고, 29CM(16.9%)와 야놀자(11.9%)가 그 뒤를 이었다. 쿠팡을 선택한 이들은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28CM에 대해서는 “뻔한 쇼핑몰을 탈피해, 그냥 웹사이트만 봐도 재밌다”는 의견이 나왔다. 야놀자에 대해서는 “올해 O2O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등 업계의 선도적인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고성장 예상 분야는 헬스케어

푸드테크·공유경제·핀테크·이커머스 분야에서는 확고한 1위 주자가 있었다.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스타트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분야의 스타트업은 어디’라는 공식이 서 있는 것이다. 쿠팡, 배달의민족, 쏘카, 토스 등은 업계에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이다.

이에 반해 특별한 선두주자 없이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는 ‘IoT’ ‘에듀테크’ ‘헬스케어’가 꼽힌다. IoT 분야에서 눈에 띄는 곳은 전 세계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 기반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를 만들고 있는 ‘닷’(22%)이다. 2014년 SBS-TV에서 방영된 황금의 펜타곤 시즌2에서 우승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팀이다. 스마트 공기 측정 솔루션 어웨어(16.9%), 스마트 화분 플랜티를 제작하는 엔씽(11.9%)도 주목받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직장인 비즈니스 영어회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비네이티브, 5~15세 아이 행동 및 태도 교육을 돕는 인터넷 도구 class123 등을 포함해 9곳의 스타트업을 보기로 내놓았지만, 답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기타’(20.3%)였다. 이 분야를 잘 모르거나, 아직은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헬스케어 분야도 리딩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제노플랜(27.1%), 이미지 인식 기술로 의료 영상 진단 서비스를 하고 있는 루닛(15.3%), 모바일 의료진단 기기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BBB(13.6%) 등이 헬스케어 시장에서 두각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으로 꼽혔다.

59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올해 성장을 가장 많이 한 분야로 핀테크(40.7%)를 꼽았다. 뒤를 이어 이커머스(15.3%), 헬스케어(13.6%)를 선정했다. 핀테크 분야에서 성장이 가장 많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사업기회가 생겨나고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작되면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응답했다.

내년에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룰 분야는 헬스케어(30.5%)가 꼽혔다. 핀테크(27.1%), 이커머스(13.6%)가 그 뒤를 이었다. 헬스케어를 꼽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 분야의 기술 기업들이 최근들어 많이 보인다. 이제 시작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내년 성장세가 클 것이다”고 분석했다.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나빠질 것(32.2%)으로 보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도 30.5%나 나왔고, 5.4%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박스기사] 한국 스타트업 백서에 나타난 표준 창업가는? - 공학(52%)을 전공한 30대(49%) 남자(92%)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의 일반적인 모습은 공학(52%)을 전공한 30대(49%) 남자(92%)인 것으로 조사됐다.‘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Korean Startup Ecosystem Forum)’이 16일 오전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발표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백서’에 나타난 결과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은 지난 3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구글 캠퍼스 서울, K-ICT 본투글로벌센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등 4개 기관이 참여해 발족한 포럼이다.

이 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가 중 42%는 회사 창업 이전에 다른 회사를 창업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지분을 공유하는 공동창업(95%)을 선호했다. 창업가의 평균 연령은 35.8세로 실리콘밸리(36.2세)에 비해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스타트업의 초기 창업비용 평균은 2만7000달러(약 3150만원)였고, 창업 당시 인력은 평균 2.7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리즈A 투자(프로토타입을 정식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받는 투자)를 받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4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가들은 일반창업과 스타트업은 ‘다르다(96%)’고 인식했다. 일반창업과 스타트 업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이유로는 ‘성장 가능성 및 높은 성장률(29%)’ ‘모바일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22%)’을 스타트업만의 특징으로 선택했다.

투자받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4년

석·박사 이상의 고학을 가진 창업자들도 2년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2014년 박사 출신의 창업가는 3%, 석사 출신 15%, 학사 출신 창업가가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이 지난 후에는 박사 출신 10%, 석사 출신 25%, 학사 출신 61%로 석·박사 이상의 고학력자 창업인력 비중이 2014년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2014년 미국 창업자 중 박사 출신은 10%, 석사 출신 30%, 학사 출신 44%로 나타났다.

여성 창업자의 비율(9%)은 실리콘밸리(24%), 싱가포르(19%), 런던(18%)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다만 여성 고용 비율(32%)은 실리콘밸리(29%), 싱가포르(26%), 런던(24%)에 비해 높았다. 외국인 채용 비율(17%)도 런던(53%), 싱가포르(52%), 실리콘밸리(45%)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 백서 편집자로 참여한 빅뱅엔젤스 황병선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은 외국인 채용 비율(17%)이 정해져 있는 게 문제”라며 “이런 규제를 해결하면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39%)였고, 성남시(22%)가 그 뒤를 이었다. 백서 편집자로 참여한 경성대학교 백상훈 교수는 “서울 강남은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요소를 공급하는 최적의 장소”라며 “강남에서 매년 3000여 건 이상의 스타트업 관련 이벤트가 열리고, 한국의 벤처캐피털 사무실 81%가 강남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은 초기 투자를 받은 서울·경기 지역 295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백서를 완성했다.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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