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입차 시장의 업그레이드가 가파르다. 롤스로이스,
재규어랜드로버 등 서울·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던 프리미엄 브랜드가
속속 부산에 전시장을 내고 있다. 특히 부유층 밀집 지역인
해운대 일대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 해운대에 프리미엄 수입차 전시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9월 말 문을 연 롤스로이스 부산 전시장. 주변에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도 나란히 불을 밝히고 있다. |
|
“부산 수입차요? 몇 년 새 많~이 늘었지요. 게다가 요즘엔 벤츠나 BMW 말고도 더 좋은 모델들도 눈에 띄더라고요.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가까이 오면 멀리 도망갑니다.(웃음)”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이동하는 동안 택시기사는 최근 확 달라진 부산의 수입차 시장에 대해 길게 늘어놓았다. 그는 “기존 우동의 수입차거리뿐 아니라 해운대 일대에도 전시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운대 일대는 수입차 반, 국산차 반”이라고 말했다.실제로 해운대에 가까워질수록 고급 수입차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파라다이스 호텔 주변에 주차한 차를 보니 벤츠·BMW·아우디는 물론 벤틀리·포르셰 같은 초고가의 수입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최근 해운대 일대가 부산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일대에 수입차 전시장이 들어선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전시장이 잇따라 오픈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9월 각각 문을 연 롤스로이스,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이다.
마이바흐·벤틀리·롤스로이스 입성
▎재규어랜드로버 부산 부티크는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재규어 SUV F 페이스와 랜드로버의 첫 컨버터블 모델인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중심으로 테마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
|
해운대 해변로에 자리한 롤스로이스 부산 전시장. 해운대 해변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이 매장은 서울 청담동 전시장에 이은 롤스로이스의 한국 내 두 번째 전시장이다. 지난 4월 임시 오픈에 이어 9월30일 정식 오픈했다. 오픈식에는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 토스텐 뮐러 위트비스가 참석했다. 앞서 롤스로이스모터카는 BMW의 부산지역 딜러인 동성모터스를 공식 딜러로 지정했다.지난 11월에 찾은 전시장은 최근 출시된 던(Dawn)을 비롯해 레이스(Wraith), 고스트(Ghost) SWB, 고스트 EWB 등 롤스로이스의 전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하엔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약 330㎡(100평) 규모에 전시장에선 고객들이 라운지에 앉아 안마를 즐기고,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었다.영국의 수제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는 판매량을 연간 6000대로 제한하는 정책으로 유명하다. 특히 롤스로이스 팬텀 II는 6m에 이르는 차체부터 실내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2000가지 이상의 옵션을 지정할 수 있어 가격이 6억 원을 훌쩍 넘는다. 가장 낮은 가격 모델인 레이스도 4억원 이상이다. “롤스로이스는 많아도 공장에서 나오는 롤스로이스 중 같은 것은 한 대도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손대욱 롤스로이스 부산전시장 브랜드 매니저는 “매장 방문은 오전에 1개 팀, 오후에 1개 팀 등 주로 사전예약을 통해 진행한다”며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소재를 골라 이를 적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롤스로이스가 12년 만에 두 번째 전시장을 부산에 낸 것은 그만큼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고스트가 출시되면서 국내 롤스로이스 판매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년까지 한 자리 수를 기록했지만 그해 18대, 다음해 27대가 팔려나갔다. 2014년 레이스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판매량은 다시 한 번 크게 증가해 그해 45대, 2015년엔 63대까지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48대가 팔렸다. 부산 전시장 오픈식에 참석한 위트비스 CEO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 중 한국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아시아에서 성장하려면 한국이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손 매니저는 “수입차 소비를 보면 점점 상위 단계로 가는 경향이 강하다”며 “부산의 최고 부촌이자 프리미엄 호텔들이 많아 수요 창출은 물론이고 홍보효과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입점 자체가 홍보라는 설명이다.롤스로이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12년이 넘으면서 구매 고객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도 부산 전시장 오픈의 이유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시장, 서비스센터로는 전국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손 매니저는 “수도권에 집중됐던 롤스로이스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AS 지역 확산이 다시 판매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부산 전시장 오픈을 앞두고 시승 전문요원과 AS 전담팀을 구성했다.손 매니저는 “부산의 수입차 고객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역이 좁고 자동차·조선·해양 등 동일한 산업의 1·2차 밴더사 오너가 많아 주변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 특히 하청업체의 오너들은 원청업체 오너나 대표의 차량과 눈높이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롤스로이스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시승행사다. 손 매니저는 “요즘엔 차량 구매의 결정권이 여성들에게 많다. 그래서 부부를 초청해 달맞이고개의 고급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오가는 동안 시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레이스 모델은 스포티한 감각을 살릴 수 있는 해안로나 달맞이고개, 중후함이 자랑인 고스트는 큰 도로 위주로 시승코스를 잡는다. 그는 “브랜드 가치를 경험 가치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롤스로이스 전시장 오픈으로 해운대엔 마이바흐, 벤틀리 등 세계 3대 슈퍼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모두 상륙했다.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모델로 재탄생해 2015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 부산 우동 전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앞서 2013년 3월 롤스로이스 전시장에서 직선 500m 거리에 벤틀리 전시장이 문을 열었다.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 사이의 3억원 안팎의 차량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롤스로이스의 부산 진출도 벤틀리 판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한다.
재규어랜드로버 첫 부티크 오픈
▎부산 수입차 시장의 최강자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마이바흐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방어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 해운대 전시장 모습. |
|
롤스로이스 전시장에서 지하철 중동역 방향으로 불과 200m도 되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재규어랜드로버 부티크 역시 해운대의 핫 플레이스다. 9월9일 오픈한 이곳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첫 번째 브랜드 문화체험 공간이다. 이규훈 재규어랜드로버 부산 부티크 지점장은 “위치 선정에서 매장 콘셉트 기획 등 오픈 준비에만 1년 반이 걸렸다”며 “부티크는 판매와 함께 브랜드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부산 최대의 관광지인 해운대는 최적지”라고 말했다.해운대 부티크의 1층은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2층은 전문가와 상담이 가능한 컨설팅룸으로 조성했다. 1층 전시장에는 재규어 최초의 퍼포먼스 SUV F 페이스와 랜드로버의 첫 컨버터블 모델인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중심으로 테마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F-PACE는 미국의 유명 자전거 브랜드 캐논데일과 함께 크로스오버 콘셉트를 살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자유롭게 오가는 탁월한 주행 성능을 강조했고,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은 서핑 아트 보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이 지점장은 “해운대에서 가장 핫한 공간인 더베이 101에서도 이보크 컨버터블 수제 차량을 한 달 정도 전시했다”며 “화려한 조명에 풀 프레임을 노출한 효과가 커서 당시 부티크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구매에 3% 이성, 97%의 감성이 작용한다’는 자동차업계의 속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부티크를 찾는 고객의 연령대는 30대 중반~40대 후반이 많고, 주로 가족 단위라고 한다. 20대 중후반 등 젊은 층의 구매 비율이 서울보다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지점장은 “아무래도 재규어 F 페이스 등 신규 차종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해운대 지역의 높은 구매력 탓인지 가격대가 높은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등에 대한 관심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크게 늘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재규어랜드로버다. 올해 11월까지 9639대를 팔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7%나 늘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주요인이다. 하지만 부산 지역은 전체 판매량 중 6% 정도에 불과해 대표적인 취약지역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최근 부산지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이 지점장은 “서울 지역이 재규어랜드로버 판매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면 부산은 이제 막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시점”이라며 “이 때문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부티크라는 형태로 오픈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고객들이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시장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모델에 식상한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로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고객 개별 마케팅에 있어선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접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출고 고객을 중심으로 지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주로 기획하고 있다. 이 지점장은 “12월부터 소규모 음악회와 영국 차(茶) 즐기기 등의 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차(車’)라는 뿌리를 강조해 재규어랜드로버만의 고유한 색채를 어필한다는 전략이다.서울에 이어 부산 해운대가 프리미엄 수입차의 각축장이 된 것은 우선 부산 지역 수입차 저변이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대중적 수입차들이 진입 문턱을 낮췄고, 그 흐름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수입차 판매 실적을 보면 개인 구매에서 경기 3561대(28.4%), 서울 2972대(23.7%), 부산 926대(7.4%) 순이었다.
서울은 성숙기, 부산은 여전히 성장세주목할 것은 법인 구매다. 11월 전체 6819대 판매 중 인천 1985대(29.1%)에 이어 부산이 1558대(22.8%)로 2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엔 사업체가 많기 때문에 법인 명의로 프리미엄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서울 강남구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부산 해운대 일대가 부촌(富村)으로 성장한 것도 한몫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해운대구에 등록된 수입차는 2만5788대로, 부산시 16개 구·군 중 가장 많았다. 특히 마린시티가 있는 우1동과 센텀시티가 있는 우2동의 수입차 등록대수는 해운대구 전체 수입차의 70%에 달했다.서울·수도권은 이미 수입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했지만 부산, 경남 지역은 비교적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투자의 요인이다. 이규훈 지점장은 “부산과 서울과의 거리, 고가의 아파트 밀집지역인데다 관광객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지역적 특성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소비층이 있는 곳에 전시장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부산 수입차 시장의 최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0월말 기준 서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점유율은 25.7%이지만 부산에서는 이를 상회하는 28.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와 재규어랜드로버가 부산에 뛰어들면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중상위 모델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우리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부산지역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지방 중 가장 많은 5개의 전시장을 운영하며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