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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김원의 스포츠 & 비즈(11) 

스포츠 마케팅? 레드불처럼 

정영재 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연간 60억 개 팔리는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 레드불의 창업 스토리는 억만장자의 일반적인 성공 방정식과는 거리가 있다. 레브불의 성공 마케팅 전략을 분석했다.

▎인류 최초로 맨몸 초음속 낙하에 성공한 스카이 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3시간짜리 이벤트를 위해 레드불은 5년간 690억원을 투자했다. / 레드불 제공
지난 2012년 10월 4일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 헬륨가스 기구에 달린 작은 캡슐이 우주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캡슐은 지구의 대기권을 지나 2시간 37분 만에 우주와 지구가 만나는 성층권에 멈췄다. 지상 3만9000m에 자리잡은 캡슐 안에서 우주복 차림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47)였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 봐야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수 있죠. 이제 집으로 갑니다.”

카메라를 향해 짧은 굿바이 경례를 마친 바움가르트너는 지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 마치 우주를 떠돌던 운석이 지구로 떨어질 때처럼 엄청난 속도로 지면을 향해 돌진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357㎞(마하 1.25). 4분 19초가 흐른 뒤 낙하산이 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두 다리가 지표면에 닿았다. 인류 최초로 맨몸 초음속 낙하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바움가르트너가 착지 후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전 세계 750만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기상천외하면서도 무모하기까지 한 이 도전의 프로젝트 명은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스트라토스는 성층권(stratosphere)에서 따온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 레드불은 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거액을 쏟아 부었다. 300명이 넘는 전문가를 동원했고, 첨단 기술을 활용했다. 3시간짜리 이벤트를 위해 레드불은 5년간 6500만 달러(690억원)를 투자했다. 위험이 큰 투자였던 만큼 성공의 대가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레드불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400억 달러(47조원)의 마케팅 효과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 레드불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49억3000만 유로(6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트라토스 프로젝트에는 레드불의 마케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매개로 한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피로가 사라지는 신묘한 음료… ‘붉은 황소’


▎온 몸의 에너지를 소모해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에너지 드링크의 조합은 완벽했다.
“신기술에 능숙한 젊은 천재들만 억만장자가 되는 건 아니다. 수년, 수십 년 동안 관심을 갖고 몰입한 분야에서 의외의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 레드불의 창업 스토리는 억만장자의 일반적인 성공 방정식과는 거리가 있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120명을 연구한 미치 코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부회장은 레드불의 성공 스토리를 이같이 설명했다. 레드불은 1970년대 태국에서 만들어진 ‘크라팅 댕’이라는 에너지 드링크가 원조다. 찰레오 유비디야는 태국에서 항생제를 제조해 판매하다 이 음료를 만들게 됐다. 그리고 우연히 오스트리아 마케팅 전문가 디트리히 마테시츠(72)를 만나 레드불로 재탄생하게 됐다. 마테시츠는 태국 출장에서 ‘크라팅 댕’을 마신 뒤 시차로 인한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자 이에 매료됐다. 마테시치는 유비디야에게 이 음료를 유럽 시장에 판매할 것을 제안했다.

의기투합한 둘은 1984년 회사를 세우고 유럽인의 입맛에 맞게 음료의 레시피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원료인 타우린, 카페인, 글루쿠로노락톤 등은 그대로 사용하되 설탕을 줄이고 탄산수를 첨가했다. 1987년 청색과 은색으로 디자인한 레드불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출시했다. 레드불은 붉은 황소란 뜻을 가진 ‘크라팅 댕’을 영어로 바꾼 이름이다.

마테시츠는 오스트리아 빈 경제경영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독일의 제이콥스 커피,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에서 일한 뒤 프록터앤갬블(P&G)의 전신인 브렌닥스에서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였다.

‘크라팅 댕’은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건설 노동자나 운전기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당시 한 시장조사업체는 맛이나 캔 디자인이 유럽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마테시츠는 소신대로 레드불 판매를 밀어붙였다. 레드불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출시 첫 해에 약 80만유로(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레드불은 매년 거의 2배 가까운 성장을 거듭했고, 8년 만인 1995년에 1억 유로(123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레드불은 지난해 전세계 169개국에서 59억5700만 캔을 판매했고, 매출 66억 달러(7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로 30년 된 레드불이 급성장한 비결로는 새로운 형태의 음료 사업을 진행한 것도 있지만 마케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도 꼽힌다. 마케팅을 하지 않는 회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레드불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사를 알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릭 드래곤 드래곤서치(Dragon Search) 대표는 “레드불은 제품에 대한 홍보를 직접적으로 하기보단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소개하는 등 소비자에게 친구처럼 다가서는 방식을 택해 호응을 끌었다”고 전했다.

레드불은 출시 초기부터 경쟁 제품에 비해 10% 이상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프리미엄 정책을 썼다. 대신 입소문(word of mouth) 마케팅에 주력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해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소문을 내게 한 것이다.

‘마시면 힘이 세지는 음료’ 이미지와 스포츠 매칭


▎레드불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모터스포츠 포뮬러원(F1)이다. F1 외에도 월드랠리챔피언십 (WRC) 폭스바겐 팀의 메인스폰서로도 참가하고 있다. / 레드불 제공
레드불은 고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다. 피로 회복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 레드불은 제품의 특성에 맞게 주 타깃을 설정했다. 수면이 부족한 학생·운전기사,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스릴을 즐기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밤새 열리는 파티장 등에 레드불 냉장고를 두고 시음을 하게 했다. 레드불과 독주 예거마이스터를 섞어 만든 ‘예거밤’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에도 관심을 보였다. 온 몸의 에너지를 소모해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에너지 드링크의 조합은 완벽했다. 스포츠 이벤트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레드불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했다. 이 방법이 성공을 거두자 직접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선수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현재 레드불은 공중 곡예를 하는 스턴트팀을 비롯해 비보이, 모터스포츠, 모터바이크, 자전거 BMX, e-스포츠, 스케이트보드, 마샬아츠(발차기), 카누, 요트,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에 투자하고 있다. 팀을 운영하거나 대회를 개최하는 방식이다. 레드불이 후원하는 선수는 전 세계 693명(홈페이지 등록 기준)에 이른다.

후원 분야는 인기-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야구·축구·농구·미식축구 등 인기 프로스포츠의 최고 스타를 활용한 인도스먼트(endorsement·후원계약을 통한 선수보증 광고) 전략도 쓴다. 브라질의 축구 스타 네이마르(25·FC 바르셀로나),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블레이크 그리핀(28·LA 클리퍼스) 등도 레드불의 후원을 받고 있다. 올해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인 크리스 브라이언트(24)도 레드불 선수다.

레드불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모터스포츠 포뮬러원(F1)이다. 레드불은 2005년 포드로부터 팀을 인수해 레드불 레이싱팀을 만들었다. 이듬해 창단한 중하위권 팀인 스쿠데리아 토로로소 역시 레드불이 운영하는 팀이다. 토로로소는 사실상 레드불 레이싱의 2군 팀이다. 현재 F1 11개팀 운영 주체(컨스트럭터) 가운데 레드불만 유일하게 2개팀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레드불이 처음 모터스포츠에 발을 디딘 건 1995년이다. F1 자우버 팀의 메인 스폰서로 참가했다. 오스트리아에서 F1 인기가 높았고, 마테시츠 역시 개인 F1 트랙을 보유할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크다. 레드불의 마케팅 철학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극한의 스피드에 도전하는 F1 레이싱의 매력과 에너지 드링크의 이미지가 잘 매치됐다.

레드불은 10년간 메인 스폰서로 F1에 투자한 결과 직접 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다. 성격이 모호한 투자는 피했고 확실한 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투자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레드불 레이싱은 팀 창단 5년 만인 2010년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레드불의 드라이버 세바스티안 베텔(29·독일) 역시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레드불은 베텔과 함께 독주 시대를 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레드불과 베텔은 4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레드불은 F1 외에도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폭스바겐 팀의 메인스폰서로도 참가하고 있고, 미국 스톡카 레이스인 나스카에도 팀을 보유하고 있다.

레드불은 최근 관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도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레드불이 운영하는 독일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는 1부 리그로 승격한 올 시즌 깜짝 선두를 달리고 있다. 레드불은 2009년 5부 리그 팀인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해 RB 라이프치히로 재창단했다. 레드불은 RB 라이프치히가 1부 리그에 승격하자 24세 이하 선수만 영입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유망주 영입에 6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젊은 선수들은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워 분데스리가 강팀들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으로


▎레드불이 투자하고 있는 자전거 BMX 경기. 레들불은 모터바이크, 스케이트보드, 카누, 요트, 클라이밍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기업이 구단의 지분을 49% 이상 소유할 수 없다. 팀 이름에 기업명을 넣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레드불은 교묘하게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는 ‘RB’를 팀명에 넣었다. RB를 풀이하면 ‘라센볼(RasenBall·잔디공)’이다. 독일어에 없는 말이다. 누구나 레드불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홈 구장 명칭권도 구입해 ‘레드불 아레나’라고 이름 붙였다. 레드불은 전세계에서 5개 프로축구 팀을 운영하고 있다. 구단 간 연계 시스템도 갖춰 우수 선수들이 상위 리그로 이동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소식도 들리고 있다.

“레드불은 원래 미디어 회사인데 어쩌다 보니 에너지 드링크를 팔게 됐다.” 레드불의 CEO 마테시츠의 농담 섞인 이 말은 레드불의 마케팅 방향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레드불은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레드불은 2007년 자회사 레드불 미디어하우스(RBMH)를 설립했다. RBMH는 레드불과 관련된 모든 콘텐트를 생산하고 관리한다. 레드불은 매출액의 3분의 1을 마케팅에 쏟아 붓는데, 그중 3분의 2 이상을 콘텐트 제작 및 관리에 투자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인 레드불닷컴에 들어가면 음료에 관한 이미지와 정보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메인 화면에는 레드불이 후원하는 스포츠 대회 이미지와 정보가 가득하다. 레드불TV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다루는 전문 채널로 레드불이 후원하는 행사를 중계하면서 열혈 시청자 층을 확보했다. 에너지 드링크에서 연상되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자신들만의 콘텐트로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콘텐트 제작사와 손잡고 드라마·영화 등을 제작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액션 캠코더 고프로의 지분을 매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고프로는 현장감 넘치는 1인칭 POV(Point of View) 영상과 촬영기술을 레드불에 독점 제공한다.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레드 불레틴>은 11개국에서 월 발행 부수만 200만 부에 달하는 거대 매체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발행을 시작했다. 또 익스트림 스포츠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인 레드불 콘텐트풀도 있다. 레드불은 향후 음료 판매 외에도 콘텐트 제작·유통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레드불은 기존 회사들과 마케팅 방식부터 다르다. 기본적으로 ‘미디어형 이벤트’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낸다. 코카콜라나 다른 음료 회사들처럼 사람을 많이 불러 모으는 대형 이벤트를 주최하는 방식이 아니다. 관중을 모으는 것보다 좋은 콘텐트를 발굴하고 포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레드불이 여는 이벤트 장에는 기본적으로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설치된다. 심혈을 기울여 가공된 콘텐트를 자신들이 보유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보여준다. 미디어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학 담긴 슬로건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하고 스토리를 발굴해 자신의 콘텐트 유통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노출한다.
브랜드와 상품에 이야기를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기업 마케팅에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브랜드 스토리를 직접 실천하는 스토리두잉(storydoing)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레드불은 스토리두잉의 선도 기업이다.

스토리두잉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스토리로 만들고 기업 활동을 통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스토리를 소비자가 직접 느끼고 함께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하고 스토리를 발굴해 자신의 콘텐트 유통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노출한다. 이를 본 소비자들도 익스트림 스포츠가 추구하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토리두잉을 통해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링크아즈텍은 지난해 1조9500억원이던 국내 기능성 음료 시장 규모가 올해 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 작년 2000억원에서 올해는 30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페인과 타우린 함량이 높은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불은 국내 시장에서 20%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레드불 음료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건 2011년이다. 이듬해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전세계 164번째다. 레드불은 일본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방식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팬 마케팅으로 차근차근 신뢰 쌓아가


2013년 레드불은 한국 시장에서 트릭킹 이벤트인 ‘레드불 킥잇’을 선보였다. 트릭킹은 각 무술의 아크로바틱한 동작 요소만 뽑아내 화려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퍼포먼스 스포츠다. 레드불은 여기에 태권도의 시범 격파 기술등을 결합해 새로운 스포츠 장르로 발전시켰다.

지난 9월 열린 제4회 대회에서 우승한 신민철(30)이 레드불이 후원하는 선수다. 레드불은 신민철과 함께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28), 웨이크보드 윤상현(18), 스케이트보드 최재승(24) 등을 후원한다. 주성균 레드불 코리아 마케팅본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후원 선수들에게 연봉을 주고, 퍼포먼스 버짓(성과급)도 지급한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아닌 가치 전달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선수의 기량 향상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Red bull, gives you wings.)’ 이 문구는 레드불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다. TV 광고 대사로도 쓰여 우리에게 친숙하다. 레드불에는 ‘Forb(Friends of Red bull·레드불의 친구들)’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직접 후원 계약을 맺지 않지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레드불이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보통 저변이 약한 비인기 스포츠 선수들이 대상이다. Forb가 도움을 요청하면 레드불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날개를 달고 날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태권도의 시범 격파 기술과 결합해 만든 레드불만의 새로운 스포츠 장르인 ‘레드불 킥잇’ 장면. / 레드불 제공
주성균 팀장은 “적게는 한 달에 10개, 많게는 30개 정도의 외부 행사를 지원한다. 캔을 지원하기도 하고, 천막이나 디제잉 시설을 갖춘 차량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행사에서 우리 음료를 직접 판촉하지 않는다. 후원사에 로고도 넣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후원을 통해 우리의 팬을 모으고 이들이 우리 음료의 전도사가 돼 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마케팅에 투입된 인풋 대비 아웃풋을 반드시 따진다. 레드불은 아웃풋의 개념을 달리 해석한다.

주 팀장은 “보통 10이란 비용을 마케팅에 투입하면 15 이상의 효과를 봐야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레드불은 비용을 넣었을 때 당장 어떤 효과가 나왔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경영진은 팬 마케팅으로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도 있다. 일본에 처음 레드불을 론칭 했을 때 마케팅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 5년 정도 정체기를 걷더니 갑자기 음료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일본은 전세계 판매 순위에서 3~4위를 다투는 거대 시장이 됐다. 특별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가 아니었다. 진정성을 보여준 사례다”고 설명했다.

- 정영재 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201701호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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